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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존재이유 모호해진 보금자리주택

김관식 기자 기자  2010.11.12 15: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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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민들을 위해 정부에서 공급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이 주택시장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 같다. 

일단 주변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은 수요자들에게는 늘 관심이 높다. 그러나 지속적인 주택시장 침체 여파로 떨어질 대로 떨어진 시세와 보금자리 대기자로 인한 전세수요 증가, 민간 건설업계 위축 등 하나같이 보금자리주택을 보는 시선은 싸늘하게만 느껴진다.

지난 2008년 9월 ‘서민에게 내 집 마련의 꿈과 희망을 주겠다’며 도입된 보금자리주택 제도는 로또라 불릴 정도로 인기였다. 그러나 이 같은 희망은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해 5월 실시된 2차 보금자리주택 일반공급 사전예약 결과 인기지역인 강남권을 제외한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 대량의 미분양이 발생한 것이다. 서민들도 보금자리를 외면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높았던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도 향후 공급될 보금자리주택 역시 미분양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수도권 외곽 지역의 경우 오랫동안 지속해온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이미 보금자리주택 분양가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보금자리주택이 가지고 있던 가격경쟁력마저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이번에 공급하는 3차 보금자리주택은 성남 고등과 광명 시흥지구가 빠진 서울 구로 항동, 인천 구월, 하남 감일 등 3곳만 사전예약을 실시한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이들 3차 지구 주변시세는 지난 10월말 기준 3.3㎡ 당 평균 매매가가 서울 항동이 1143만원, 인천 구월 932만원, 하남 감일 1082만원이다. 이번 3차 보금자리주택 분양가가 3.3㎡당 850만~1050만원 안팎으로 예상하면 주변시세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다. 
 
건설업계에서도 보금자리 공급을 두고 탐탁지 않은 모습이다. 물론 그 동안 건설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보금자리 주택 사업의 ‘속도조절’의 일환으로 공급 물량을 줄였지만 점진적으로 줄고 있는 미분양 주택에는 여전히 걸림돌이다. 건설사들이 손해를 보고 진행한 할인 미분양도 주변 보다 싼값으로 인식된 보금자리를 앞에 두고 눈에 들어오기가 쉽지만은 않다.
   

이처럼 수요자들이 보금자리로 눈을 돌리고 있는 동안 전셋값은 오르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위해 집을 사지 않고 무주택 신분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민간 분양 위축과 전세난을 우려해 이번 3차 보금자리 사전예약 물량을 당초 5곳 중 2곳을 제외했다. 또 나머지 3곳도 기존 분양 물량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했지만 지난해 사전예약을 받은 2차 보금자리는 일러야 2012년에 입주가 가능한 상황이다.    

서민들에게 초점을 맞춘 보금자리주택이 다른 요소들로 휘둘리고 있다. 당초 ‘보금자리주택’은 저렴한 비용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수요자 중심의 종합 주택 정책이었다. 정부의 국책사업인 보금자리주택이 정말 서민들을 위한 것이라면 서민들의 관심을 끌만한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 보금자리가 애물단지가 되지 않게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