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12일 아침부터 심상찮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과 함께, 현대그룹의 대들보를 이루는 기업. 현대그룹이 현재 현대차그룹과 현대건설 인수전의 막바지 전투를 치르는 중에 이같은 주가 흐름은 큰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12일 아침 9시 4분 현재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전장 대비 3.44% 오르면서(8만7300원)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주가 흐름은 11일 저녁에 나온 공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11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했다고 밝혔는데,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정은 회장과 송진철 사장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같은 전환은 현대건설 인수전의 실리를 따진 결단으로 풀이된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배력을 과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인데, 즉 현대그룹의 지배구조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지배권을 강화하고 현대건설 인수전의 ‘비가격적 요인’을 챙기려는 것이 아니겠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전일 저녁 접힌 시장은 아침부터 상기 언급 내용과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현대건설 인수전에 현대그룹의 우군으로 등장할 것으로 언급되던 독일 M+W 그룹이 발을 뺀다는 뉴스에
<사진=현정은 회장. 일명 현정은 효과가 작동하는 것? 11일과 12일 현대그룹 계열사 주가 변동에 현정은 회장과 오너의 경영권 방어전 문제가 영향을 끼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
◆ 일명 ‘CEO 주가’현상? 일각에선 말도 안된다 반응
이같이 CEO의 선임과 여러 움직임에 동반한 사항들이 주가에 날카롭게 반영되는 현상을 CEO 주가라고도 일컫는다. 대표적인 예로는 과거 국민은행장을 지낸 김정태 전 행장(현재 하나은행을 지휘하는 인물과는 동명이인)이 보여준 주식시장 영향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현정은 체제’의 움직임과 이로 인한 주가 흐름은 오너를 믿고 따른다기 보다는 오너 이해관계와는 음의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약간 이색적일 따름이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중공업그룹의 보유 지분 25.5%와 합쳐 범(汎)현대가의 현대상선 지분이 39%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 경우 지분 싸움에서 현대그룹은 크게 밀리게 되며, 이같은 경영권 분쟁 가능성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2라운드에서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장악력은 현 회장에게 극히 필요하다.
하지만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는 오히려 인수전이 불리하게 흘러가고 이로 인해 자신들이 경영권 방어전 2라운드에서 매집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에 오히려 환호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같은 절체절명의 국면에서 현정은-정지이 오너 일가와 현대상선 및 현대엘리베이터 일반주주간의 연대감은 이같이 붕괴하였다고 볼 것이어서, 그간 여러 번 범현대가와 분쟁을 벌일 때마다 국민정서를 든든한 우군으로 삼아온 현대그룹으로서는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한 사정이라고 할 수 있다.
◆ 엘리베이터 이끌어 온 전문 경영인 흔드는 ‘현의 손’, SK 전철 밟을까?
이번 각자대표 선임 공시는 특히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가야 한다는 한국 기업 문화의 당위성 명제를 정면으로 거스른 것으로써, 특히 현대그룹이 경영권 방어 등 현정은-정지이 일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같은 문제를 가볍게 보고 처리할 수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SK그룹이 경영 문화 선진화를 위해 애써 왔으나, 기업 지배구조 관계로 전문 경영인 체제 안착을 제때 이루지 못하고 시일을 끌어 시장의 실망과 언론 및 여론의 비판과 안타까움을 산 사례와 흡사해 더 눈길을 끌고 있다.
SK그룹은 이미 1979년 선대회장인 고(故) 최종현 회장의 지시로 SKMS 연구소를 설립, 경영전략과 전체적인 기업 문화 형성에 매진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한국형 경영 선진화 노력은 결국 이후 후손간의 힘겨루기 와중에서 전문 경영인과 객관적 경영방식이 뒤로 밀리는 사정을 여러 번 보이면서 그 위상에 일부 빛이 바랬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닭표 안감’으로 유명하던 선경직물 시절부터 SK그룹과 인연을 맺어온 전문 경영인 손길승 씨는 한때 고 최종현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기도 했지만 SK 사태 당시 구속되는 총알받이 역을 하면서도 ‘오너 최태원 회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입지가 축소됐었다. 2003년 6월 사외이사가 사내이사보다 더 많았던 SK텔레콤은 오너가의 결정에 반발, 부실 계열사 지원을 거부했는데, SK텔레콤은 그 이듬해 경영 능력이 검증된 표문수 씨가 사장에서 퇴진하는 상황을 겪게 된다.
소버린의 공격과 분식회계 등 여러 건이 오래 진행됐던 SK 사태 당시 그룹 계열사 전반의 주가의 흐름과 외국인들의 반응을 보면, 시장이 전문 경영인을 홀대하는 데 극히 우호적이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현대그룹 계열사 주가 흐름도 이같은 전문 경영인을 오롯이 오너 경영의 부속으로 여기는 문화에 대한 반영이라는 풀이를 할 수 있고 SK 문제와 현대그룹을 겹쳐 볼 부분을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계열사 쥐어짜기, ‘현대그룹 건설인수 집착=엔론 사태’ 이미지 형성?
<사진=기념식수를 위해 삽질을 하고 있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
그룹사 전반을 살펴보자. 현대상선은 근래, 이사회에서 주주배정 방식으로 총 3967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결의했던 바 있다. 보통주 1020만주를 발행하며, 주주들은 다음달 29일 보유 주식을 기준으로 1주당 0.05778962주를 배정받게 된다는 안이었다. 현대상선은 또 이날 계열사인 현대부산신항만 주식 199만9천999주를 2천억원에 처분키로 했다고 공시하는 등 핵심자산을 파는 데에도 골몰했다. 선박을 판매후 재리스 형태로 매각해 8000억원에서 1조원을 추가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알려진 점도 문제다.
계열사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동원령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늦가을에만 1000억원, 7월에는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현대증권 같은 경우는 사내에 쌓아둔 이익잉여금도 가장 많은 알짜기업이자 효자회사. 하지만 실탄 마련이라는 대의로인해, 직원들에게 작년도에 성과급을 50%만 지급하는 등으로 서운함을 사 왔다.
그런데, 부실 경영으로 좌초한 매머드 기업인 미국 ‘엔론’을 보면, 자기 회사 주식을 갖고 있는 종업원(직원)이나 주주들의 이익을 도외시한 기업이 사회적 지탄을 면키 어려움을 알 수 있으며 12일 아침의 현대엘리베이터 주가 흐름이나 11일 이미 나타난 현대상선 주가 흐름의 단초를 알 수 있어 보인다.
2002년 1월 권위있는 경제지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엔론사태의 교훈’이라는 기사를 1면에 실었다. 이 보도에서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기업의 종업원들은 자사주로 퇴직연금저축을 할 경우 퇴직후 생활이 보장될 것이라든지 또는 더 큰 돈을 만지게 될 것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엔론 종업원들은 특히 회사가 퇴직연금계정에 엔론주식을 포함시키도록 함으로써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
그런데, 현대그룹과 현대증권은 이미 우리사주에 대한 배려없이 기업 가치를 무리하게 떨어뜨리는 인수전 강행을 하려는 자들이라는 공감대가 퍼진 것이 확인된 셈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같은 이해관계는 소액의 투자를 한 주주들과도 겹친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이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서는 또다른 교훈 중 하나로, 엔론이 지나치게 정보 등 무형자산에만 투자를 한 나머지 필요한 경우 현금화가 가능한 자금조달이 가능한 발전소나 송유관 등 유형자산에의 투자를 게을리한 것은 실책이었다고 하고 있는데, 이 엔론의 과오 역시 현대상선의 자산 매각과 선박을 리스로 돌리는 일, 현대엘리베이터를 실탄공급처로 혹사시킨 일 등과 겹쳐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 주가 흐름은 특징주 차원에서 바라보기에도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투자할 대상으로 현대그룹 계열사 전반의 상장기업들이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느냐는 점에서도 극히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