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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카드, 손에 쥐고도 무용지물이라면?

[정보보안 어디까지 왔나? ③] 앞서가는 IC카드 vs 쩔쩔매는 인프라

김소연 기자 기자  2010.11.10 17: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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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신용카드와 같은 크기·두께의 플라스틱카드에 마이크로프로세서, 메모리 등을 내장해 카드 내에서 정보 저장과 처리가 가능한 똑똑한 카드, 이것이 IC카드(Integrated Circuit Card)다. IC카드는 저장 용량이 커서 교통카드, 신용카드, 신분증으로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다. 복제가 어려운 것도 IC카드의 장점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2004년 ‘정보기술(IT) 및 전자금융 안전성 제고 대책반’을 구성하고 ‘IC칩 카드 전면 도입 계획’을 발표하는 등 IC카드 보급을 적극 장려해 왔다.

카드복제 사기를 근절할 대안으로 떠오른 IC카드, 그러나 이는 아직 사용환경의 인프라 저변이 넓어지지 못하고 있어 무용지물에 가까운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보안 상태에 대한 허점은 여전히 크며, 카드에 담긴 각종 정보와 부정 사용에 대한 방어력에 대한 우려는 IC카드 시대로 넘어오기 이전과 비교해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 가을 현재, IC카드 보급률은 90%에 육박한다. 올 초 정부가 ATM, CD기에서 IC카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보급률 100%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IC카드 단말기다. IC카드로 100% 교체돼도 단말기가 IC칩을 읽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 통용되고 있는 대다수 IC카드가 IC전용이 아닌 마그네틱카드 겸용이다. 이 같은 어중간한 동거는 왜 진행되고 있을까? 두 가지 결제방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하면 일단 장점처럼 보이지만 단말기가 마그네틱용이면 사실상 마그네틱 카드로만 쓰이는 것 현실이라는 게 문제다.

◆IC칩 제대로 쓸 가맹점 ‘열에 셋 꼴도 안 돼’

현재 IC칩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는 IC칩으로 결제되는지, 마그네틱 선으로 결제되는지 사실상 큰 관심이 없다. 가맹점주 역시 마찬가지다. 고객이 마그네틱 혹은 IC 둘 중 어느 카드를 들고 나오든, 단말기 한 대만 있으면 그냥 마그네틱으로 그냥 결제해도 되기 때문에 차일피일 미뤄온 게 보급률을 높이는 데 발목을 잡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돈이 문제다. IC카드용 단말기로 교체하는 데 가맹점이 비용부담이 있고 번거로워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현재 마그네틱카드보다 보안 성능이 높은 IC카드로 교체 추진이 진행되면서 단말기 교체 문제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금색 칩(좌측)이 붙은 IC 신용카드가 보급 중이나 아직 단말기 사정으로 무용지물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들과 중간에서 다리를 놓는 격의 일을 하는 부가통신망(VAN) 업체(VAN 업체) 간에 누가 부담을 져 가며 교체에 나설 것인지가 해묵은 숙제로 남아 있다.

주요 카드사 관계자들은 IC카드가 무용지물로 전락한데 대한 책임을 단말기 공급업체인 부가통신망(VAN) 업체와 가맹점에 돌리고 있다.

은행계 카드인 A사 관계자는 “IC카드용 단말기로 교체하는 데 가맹점이 비용부담이 있고 번거로워 꺼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말기 교체는 밴사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IC카드용 단말기가 마그네틱용보다 비싸 가맹점이 바꿀 이유가 없다는 현실을 지적한 셈이다. 전업계 카드사인 B사의 관계자 역시 “금융감독원도 손 놓고 있는 사안인데 우리가 뭘 어쩌겠는가. 가맹점 문제가 가장 크다”고 전했다.

그러나 밴사 관계자는 가맹점보다 IC카드와 마그네틱 카드를 구분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가통신망(VAN) 업체인 KS넷 관계자는 우선 단말기 가격에 대해 “요즘은 기술이 발전해서 IC카드 단말기도 10만원 대로 가격이 낮아졌다. 마그네틱 단말기와 별 차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단말기 보급이 어려운 이유로 가맹점과 소비자를 꼽았다. 이 관계자는 “신규로 설치하는 단말기는 대부분 IC/마그네틱 겸용이 나가고 있다. 그런데 편의점 같은 경우는 IC카드, 모바일 카드용 단말기가 필요하지만 일반 동네 구멍가게는 IC카드가 필요 없다. 그래서 가맹점에 맞춰 마그네틱 카드용 단말기가 설치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밴사 비용 부담으로 점차 IC카드용 단말기로 교체하고 있다고 밝힌 업계 종사자도 있다. 이 종사자는 IC카드가 활성화되려면 소비자가 이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 먼저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보안기술은 훨훨 나는데…

한편, IC카드 보안 기술은 이와 대조적으로 날로 첨단을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국제공통평가기준(CC, Common Criteria)에서 전자여권용 스마트카드 IC 제품이 최고 수준의 보안 등급인 ‘EAL5+’를 얻었다고 근래 밝히는 등, IC 관련 기술은 대기업 등 여러 관련사들이 앞다퉈 뛰어들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국내 금융 소비자들에게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정체 현상으로 인해 이런 기술력을 온전히 누리는 데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안 기술은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막상 마그네틱선 카드 시절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은 사고 발생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신용카드 보안에 대한 불신은 잠재적으로 관련 금융업의 성장세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연합뉴스’가 호주 금융 상황에 대한 보도를 했던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주의 카드는 아직 마그네틱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각종 부정 사용 등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런 사정은 불신을 낳으며, 근래에 호주 정치권이 신용카드의 높은 수수료 등을 이유로 금융권에 철퇴를 가하려는 경향이 높은 사정과도 무관치 않다. 기초 투자 비용을 서로 떠넘기려다 금융 전반이 신뢰를 잃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IC카드 기술과 현실과의 괴리율이 점점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격차를 어떻게 좁힐지 정부와 관련업계가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