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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드혜택, 갈수록 까다롭고 헷갈리고

전남주 기자 기자  2010.11.10 14: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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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나라 신용카드는 주유, 마트, 이동통신, 영화, 음식, 도서, 놀이공원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할인부터 특화된 할인서비스까지 카드사 직원들도 외우기 힘들 정도로 복잡‧다양하다. 사용자들은 이런 넘쳐나는 카드혜택이 마냥 재밌고 반갑다. 최근에는 할인혜택을 잘 정리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까지 등장해 신용카드 할인에 대한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 입장에선 할인혜택만 빼먹는 ‘체리피커’ 고객들이 반가울리 없다. 아무 조건 없이 제공되던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혜택은 언제부터인지 ‘전월실적’을 따기지 시작했다. 실적의 눈높이가 전월 10만원에서 점차 올라가더니 이제는 전월 20만원 혹은 30만원까지 요구하는 카드도 있다. 이런 요구조건도 고도화돼 금액만 채우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된 할인을 받으면 이용실적에 인정이 되지 않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실적을 위한 조건이 카드사는 물론 카드마다 조금씩 다른데도 보통의 고객들은 세부적인 조건까지는 인지하지 못한다. 인지한다고 해도 평균 4~5장의 카드를 소지하고 다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혜택들이 헷갈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기본으로 제공하는 혜택과 해당 카드에만 제공되는 특화혜택을 따로 구분하는데 이런 특화혜택은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음식점에서 30% 할인되는 카드로 결제했다면 이 금액은 다음 달 할인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요금실적에서 제외된다. 어떤 카드는 30% 할인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70%의 금액만 실적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많은 고객들은 고가의 상품을 구매했을 때 할부결제를 이용한다. 하지만 어떤 카드는 할부를 실적으로 인정해주지만 무이자할부를 제외하기도 한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도 해당 충족요건이 달라진다. 고객들이 할인혜택을 모두 받기 위해서는 △카드 사용량을 늘이거나 △카드별 분석을 통해 똑똑하게 사용하든가 △혜택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등의 방법을 쓸 수 있다.

   
 

할인혜택으로 나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카드사들의 치밀한 노력으로 인해 고객들의 혜택과 선택은 점점 제한적으로 바뀌고 있다.

카드 사용 한달 뒤에 집으로 온 카드명세서를 보면서 고객들은 ‘음…, 다음 달엔 영화 6000원 할인과 통신비 5000원 할인을 받겠군’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카드사들의 의미심장한 꿍꿍이는 전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전남주 기자 / 프라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