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우리측의 자동차 분야 양보를 통해 사실상 타결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를 둘러싼 손익계산이 분주하다. 한미 양국은 지난 9일밤 늦게까지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협상을 벌여 쟁점분야에 대한 협의를 거의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국 지도부의 결심을 거쳐 빠르면 10일 협상 내용이 공식 발표된다 해도 국회 비준까지는 격렬한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강렬한 갈등의 분출 지점이 될 포인트는 바로 자동차 분야다.
이 분야는 우리의 대미 수출 시장 확대라는 FTA의 순기능 면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는 데다, 정치적 명분과 실익론이 극심히 엇갈리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 얼만큼 밀렸나? 증권가에서는 '큰 부담없어' 예상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미국산 자동차의 연비와 배출가스 등 환경규제 유예 및 완화, 대미 수출용 자동차 관세환급 제도 제한과 함께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철폐 문제의 백지화 혹은 유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의 대폭 양보가 불가피한 국면이라는 해석이다.
일단 증권가에서는 이번 협상이 자동차 업종에 악영향은 별로 없으며,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동부증권은 10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최종타결이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란 견해를 내놓았다.
동부증권 보고서는 "미국산 차량에 대한 안전, 환경기준 완화, 관세제한 등은 모두 미국측 요구가 수용되더라도 국내 완성차에 불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하고,"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시장점유율은 감소추세로 수입관세 철폐로 인한 물량확대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제품의 친환경성과 안전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는 차량이 소비자에게 호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하면서, "부품관세 환급 제한 역시 미국산 부품 사용규모가 미미해 국내 완성차 업체의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LIG투자증권 역시, 한미FTA 자동차 분야 양보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고 분석했다.
◆ 밀실협상 논란, 민주당 부담감 덜어 강경투쟁 물꼬터져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정치적 의미에서의 자동차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보답으로 한미FTA에 커다란 양보를 한다면 국민이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 밀실에서 이뤄진 한미FTA가 만약 이대로 타결된다면 절대 국회 통과를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지난 정부에서 한미 FTA 협상이 의미 있었던 것은 그나마 자동차 분야 때문이었는데 이제와서 자동차마저 내준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손학규 대표 역시 민주당이 대대적 FTA 비준 반대 공세에 나설 것임을 10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공표했다.
손 대표의 공식적 입장 발표도 비준 반대와 정치적 진통을 예고하는 것이지만, 이 대변인의 발언은 충분한 함의를 담고 있다.
이 대변인은 "환경기준은 물론 안전기준까지 완화해 줄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 쇠고기 수입으로 건강주권을 내줬던 정부가 이제는 안전주권까지 내주려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전임 대통령이자 과거 같은 정치적 뿌리를 갖고 있었던 참여정부 시절에 기초를 놓은 한미 FTA를 비준 거부한다는 데 부담감이 컸다.
그런데 전임 대통령의 업적을 모두 깔아뭉개는 MB정부라는 등식이 자동차 분야 협상 굴욕 논란으로 등식화된 데다, 큰 수확이던 픽업 트럭 섹션 등에서도 자은 고기를 놓치는 사정이 빚어질 공산이 커지면서, 대정부 공세에 나서는 발걸음이 한결 가뿐해졌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나라가 과거 정권의 정부 당국자간 협상에서 일궈낸 자동차 협상의 과실은 상당했다는 평가가 있었으며, 실익은 크지 않으나 어느 나라도 파고들지 못했던 픽업 트럭 시장에서의 유리한 고지 선점 역시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운 파이였다는 점에는 이론이 별로 없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나 야권 합동으로 비준 반대에 나선다 해도 비준 저지를 실질적으로 이뤄내기는 어렵지만, 국민 안전을 쉽게 내줬다든지 환경 기준에서 굴욕을 맛봤다는 정서적 측면에서의 공세가 진행될 경우 정부와 한나라당은 제2의 쇠고기 수입 논란과 촛불 정국을 겪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욱이, 집권 후반부로 접어든 현 상황에서는 이같은 공세가 진행될 경우 레임덕 심화라는 큰 타격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FTA 자동차 협상은 수출과 증시 이슈 뿐에서만이 아니라 각종 종합적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