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지난 3일 오후2시 잠실 송파구청 입구. 50여명의 사람들이 ‘롯데월드쇼핑몰 비상대책 위원회’라고 적힌 노란 띠를 가슴에 두르고 모여 있었다. 기자가 인사하자 웃으며 맞았지만 표정은 어두웠다. 모두 롯데월드쇼핑몰에서 20여년 가까이 임대해온 중소상인들이라 했다.
벌써 송파구청 앞에서만 3번째 집회.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니만큼 구청에서 먼저 나서주길 바랐지만 묵묵부답 ‘모르쇠’로 일관된 태도를 보이는 송파구청에 더욱 상처 입었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롯데쇼핑으로부터 일방적인 임대차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계약해지 날까지 70여일밖에 없었던 중소상인들은 결국 철회를 요구하며 1년여 간 롯데에 맞서고 있다. 비대위에겐 롯데만큼이나 야속한 곳이 있다. 다름 아닌 송파구청이다.
비대위는 “그동안 부당한 임대수익을 올리는 등 불법적 행위를 지속했던 롯데월드쇼핑몰에 대해 송파구청경제과 및 건축과에 문의를 지속적으로 시도했지만 송파구청은 답변을 피했고 어느 날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은 채 ‘문제가 없더라’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송파구청의 태도가 너무 어이없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10월 롯데쇼핑몰 비상대책위원회가 ‘소상공인 생존권’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롯데백화점 잠실점 정문 맞은편에 대형 현수막 1개를 내 걸었지만 송파구청에 의해 30분만에 철거됐다고 한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롯데가 구청에 불법유인물로 신고해 철거했다. (송파구청은) 롯데를 비난하는 현수막을 설치하면 정말 신속하게 철거하면서 우리가 제기한 롯데의 공유면적 불법사용 등 민원에는 담당 공무원이 이것이 부당한 행위인지 조차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었고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며 억울함을 삭히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13일 박춘희 송파구청장과 롯데물산 이원우 사장이 공동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비대위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양해각서의 내용인 즉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송파구는 제2롯데월드 건립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 등 제반 행정절차를 신속히 처리하는 등 각종 행정사항에 대해 최대한 협조한다’는 것이었다.
비대위는 “송파구청은 제2롯데가 향후 지역 발전을 위해 정확히 시공되고 있는지, 미흡한 부분은 없는지, 향후 발생할 교통문제 등을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함에도 롯데물산 측과 구청장이 양해각서를 체결한 했다. 대외적으로 직무유기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아니겠냐”며 “송파구청이 롯데에게 각종 인‧허가 등 제반 행정절차를 신속히 처리하는 등 행정사항에 대해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며 꼬집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결국 ‘계란으로 바위 치는 심정’으로 그들은 이날의 집회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오죽하면 추운 날씨에 매장을 비우고 여기까지 나왔겠냐. 제발 구청에서 관심이라도 보였으면 좋겠다”며 분노했다. 집회 당일 기상청에서는 한냉의 기운으로 기온차가 심할 것이라 예고했지만 이날 집회에 모인 사람들은 추운날씨쯤은 전혀 문제시 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한편, 이날 집회 중 구석 한켠에서 송파구청 관계자와 김영자 위원장 사이에서 20분가량 이어지는 대화를 목격할 수 있었다. 구청 한 관계자는 “롯데랑 상의할 일이지 왜 송파구청에 얘기하냐. 본론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며 따져 물었고, 또 다른 관계자는 “G-20(으로 인해 비상사태이니)이 끝나면 면담을 진행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김영자 위원장은 “지난 10월에 집회를 진행하며 면담과 질의서를 요청했지만 지금껏 묵묵부답이었다”며 “G-20이 끝나면 면담을 진행하겠다고 답했지만 지금껏 우리의 의사를 묵살했던 송파구청의 태도를 보면 면담 진행이 가능할지조차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절었다.
40분만에 그나마 ‘진행해 보겠다’는 상투적인 답변을 듣고서야 끝난 집회. 아이러니 하게도 집회장소 맞은편에는 ‘(송파구청이) 2010 살고 싶은 도시 대상 국무총리상 대상’이라는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걸려있었다.
주민들에게 송파구청은 과연 누구를 위한 도시로 인식될까.
국민은 선거 때만 사용하는 한표 두표 정도의 표 밖에 안 되는 존재가 아니다. 송파구청은 티 안 나는 민생안정에 힘들이기보다 대기업에 붙어 실적이나 내려는 자세를 버리고 생존권을 향한 롯데월드 잠실점 240여 중소상인들의 사정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라도 보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