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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보다 감자탕 사장이 더 좋아요”

TLG 이준혁 대표 인터뷰

유근원 기자 기자  2006.09.29 1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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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중랑구 신내동 봉화산 전철역 앞에 위치한 60평 남짓한 한동길감자탕(www.handonggil.com)은 손님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식당은 감자탕의 비수기로 알려진 여름철에도 일 매출로 평균 5백만원을 기록한다. 최근 몇 군데에 오픈한 분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 강서구 고척동점과 분당점도 손님이 줄을 서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상권만으로 따져보면 그다지 썩 좋은 곳도 아닌데 과연 어떤 비결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한동길감자탕의 이준혁 대표(44세)는 그 비결에 대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맛’이라고 자신한다. 여기 감자탕에는 남태평양에서만 구할 수 있는 ‘노니’라는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다. 노니에는 세포를 활성화 시켜주는 성분이 들어 있다. 여기에 허브와 강황, 당귀를 가미한 양념은 한방 감자탕의 묘미를 잘 살려준다.

이 대표는 ‘맛’하면 국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만큼 조예가 깊다. 이력도 독특하다. 동아대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서울하얏트 호텔에서 웨이터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2년남짓 웨이터일을 배운 그는 그 후 경주 현대호텔 식음과장을 거쳐 삼성에버랜드 식음총괄팀장의 자리까지 올랐다. 직장생활 중 늦 공부에 발동이 걸려 경영학 박사학위까지도 따냈다. 현재는 상지대 경영학부 대학교수로도 겸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대학교수 자리는 내놓을 계획이다. 본격적으로 감자탕에 올인하고 푹 빠져볼 생각이란다. 그가 감자탕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그럴싸하다.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컨설팅 일을 하던 중 ‘소자본 생계형 창업자들의 자살을 방지해주는 아이템을 찾자’는 오기가 발동하게 된 것. 창업하면 80%는 문을 닫게 되는 소자본 창업시장을 위한 야심찬 아이템은 다음의 5가지 조건을 충족해줘야 했다.
▲ 주방장을 고용하지 않고 창업할 것 ▲ 맛이 표준화되어 있을 것 ▲메뉴가 단순하며 유행을 타지 않을 것 ▲ 계절의 영향을 덜 받을 것 ▲ 2끼니 이상 고객확보가 가능할 것

“결국 감자탕 밖에 없더군요”
이후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하는 감자탕집을 수소문 했다. 그래서 발견한 곳이 한동길 감자탕.(여기서 이 대표가 과연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하는 감자탕집을 찾은 것이 맞는지 의심이 간다면 그가 삼성에버랜드 식음총괄팀장 자리에 있었음을 떠올리면 된다. 이미 그는 전 세계 40여개국을 돌며 잘나간다는 레스토랑은 직접 찾아가 그 비결을 섭렵한 전력이 있다.)

그는 즉각적으로 원조 한동길 감자탕 주인에게 프랜차이즈 사업 제안을 했고 주인은 흔쾌히 동의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가맹점을 내어달라고 찾아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정말 본인이 주방에 들어갈 마음가짐이 되어 있지 않고서는 결국 창업해 봤자 망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100여개 항목이 열거된 적성평가 문진표를 작성해야 한다. 본사의 엄격한 가맹점주 이력 및 적성평가가 끝나면 선발된 예비창업자들은 약 4주간에 걸쳐 위생 및 맛 전수 등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4주 교육 중 가장 어려운 코스는 마지막 주에 실시하는 주방장 체험이다. 그동안 배운대로 본인 스스로가 조리를 하여 고객상에 음식을 내 놓아야 한다. 이때 맛은 당연히 원조 맛과 동일 해야 한다. 어려운 코스를 마치면 대가는 충분하다. 사업계획서를 잘 짜고 4주의 교육코스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면 회사는 최대 1억원의 창업 장학금을 지원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자격 조건을 거치는 이유는 앞서 말한 자살 방지 공약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다. 이 대표는 반짝 히트치고 빠져버리는 프렌차이즈는 소자본 창업자를 울리는 사회악일 뿐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이 대표는 가맹점수를 무조건 늘려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의 목표는 폐점율 0%를 실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