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1930년대 한국 시문학의 거봉(巨峰)이자 항일운동가인 강진 출신 영랑 김윤식 시인(1903~1950)의 시심(詩心)이 전 세계를 적시고 있다.
8일 강진군에 따르면 김영랑 시인의 대표작'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비롯해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오매 단풍 들겠네'등 80여 편의 주옥같은 시를 묶은 김영랑 시집이 영문판과 베트남어판에 이어 일본어판 출간을 서두르고 있다.
김영랑의 시선집 '모란이 피기까지는'(베트남 문학출판사 刊)이 베트남어판으로 선보인 것은 지난 2008년 일이다. 베트남 하노이대 한국어과에서 한국문학을 강의하고 있는 레당 호안(Le Dang Hoan) 교수가 대산문화재단의 번역지원기금을 받아 출간한 이 시집에는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비롯해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등 모두 71편의 시가 실려 있다.
역자인 레당 호안 교수는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유학시절 김영랑의 시를 처음 접한 뒤 그의 문학성에 매료되어 번역서 출판을 결심, 오랜 기간 남․북한을 오가며 작가와 작품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한국어 원문을 함께 수록한 시집의 권말에는 김영랑의 생애와 작품 세계에 대한 해설을 곁들여 한국 현대시에 익숙치 않는 베트남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베트남 내 학계에서 '한국 현대시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진 레당 호안 교수는 지난 6월 호치민에서 한국문협 주최로 열린'한국문학 속의 베트남'을 주제로 한 해외한국문학심포지엄에서 김영랑의 시세계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문협은 그의 문학적 업적을 높이 평가해 이 자리에서 제19회 해외한국문학상을 수여했다.
레당 호안 교수는 "김영랑의 시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어에 관심이 많은 베트남 독자와 한국문학 연구자들에게 매우 인기가 좋다"고 소개하며 "이를 입증하듯 베트남 E-book net 'KST program (Keep Smiling Together)'에 영랑의 시가 11편이 소개돼 있고, 호치민 국립인문사회대를 비롯해 하노이 국립외국어대,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 하노이대 한국어과 등 베트남 내 10여개 대학에서 '김영랑 시집'을 부교재로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같은 해 미국 머윈 아시아(Merwin Asia) 출판사가 김영랑의 시 전편(86편)을 수록한'Until Peonies Bloom'을 출간했다.
영랑의 번역서를 펴낸 이 출판사는 샤프 출판사(M.E. Sharpe)의 설립 편집장으로 30년간 아시아 문학을 담당해온 더그 머윈(Doug Merwin)이 지난 2008년에 문을 연 신생 독립 출판사다.
특히 샤프 출판사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의 '핀치러너 조서'등 다수의 아시아 문학을 출판한 이스트 게이트 북스(East Gate Books)의 자회사로도 유명하다. 이와 함께 김영랑 시인 유족 측도 지난 9월 국내 권위 있는 일문 번역가에게 영랑 시 일역(日譯)을 의뢰, 일어판 김영랑 시집출판을 추진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임환모 교수(전남대 국문과)는 "김영랑은 1930년대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서정시인으로서 일제 강점기에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행동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준 우리 민족의 참 스승이다"면서 "근래 김영랑의 작품이 전 세계인에 각광을 받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그가 보여준 지사적 삶의 자세와 문학적 성과와도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남 강진출신인 영랑 김윤식 선생은 ‘북에는 소월, 남에는 영랑’이라 일컬었던 대민족 서정시인이며 일제에 항거한 민족시인으로 그가 남긴 작품에 대한 우수성과 우리나라 문화예술발전에 공헌한 업적이 인정되어 지난2008년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강진읍 남성리에 위치한 영랑생가는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제25호로 지정돼 탐방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