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휘국 광주시교육감. |
[프라임경제]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8일 취임식을 갖고, 진보교육감 시대의 서막을 올렸다. 장 교육감은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전 보장된 전임 교육감의 임기로 인해 타 시.도교육감들에 비해 4개월여 늦게 취임했다. 장 교육감은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으로 광주시교육위원을 8년간 역임했다.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과 강직하고 저돌적인 업무추진력을 겸비한 외유내강형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때문에 보수색채가 강한 교육계에서 장 교육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최근 학교부지분담금 문제가 불거져 내년 예산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등 공약을 이행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타 시.도교육감들에 비해 4개월여 늦게 취임했다. 취임소감은.
▲무척 떨리고 긴장된다.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광주시민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 어깨를 짓누르는 게 사실이다. 무한한 책임감이 뒤따르지만, 광주시민들이 언제나 곁에 있다고 생각하면 한편으론 듬직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평교사 28년, 교육위원 8년 등의 경험과 노하우를 되살려 언제나 교육가족을 비롯한 시민사회와 함께 끊임없는 소통과 화합으로 광주교육정책들을 풀어나갈 생각이다.
-당선인 신분으로 4개월여간 바쁜 시간을 보냈다. 취임 후 최우선 현안은 무엇인가.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펼치고 싶다. 학부모들이 고민하는 사교육에 대한 총체적 문제들은 공교육 내실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해소시킬 생각이다.
또 대표적 교육비리로 손꼽히는 ‘촌지’를 없애겠다.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교사는 관리자나 행정공무원들에게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는 그릇된 촌지 관행을 철퇴시키겠다.
학교간, 학생간 경쟁교육으로 신음하고 있는 아이들이 목표를 세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학교문화를 만들겠다. 그러기 위해 교사들이 많은 잡무로부터 벗어나 아이들과 토론하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
-무상급식을 공약했다. 공약이행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대한민국 헌법에 초·중학교는 의무교육이고,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렇다면 초·중학교 급식은 정부에서 무상으로 지원해야 맞다.
뿐만 아니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학교 급식비를 부담하는 것도 무척 힘들어 한다. 급식비를 내지 못해 점심시간에 운동장 구석에서 남몰래 괴로워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 학생들 역시 부유한 가정 아이들의 친구이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학생들이 분명하다.
광주는 11월부터 초등학교 전 학년의 무상급식이 처음으로 이뤄졌다. 내년에도 초등학교 만큼은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예산확보가 그리 녹록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행히, 광주시에서 초등 1~3학년 무상급식비 일부분을 대응 투자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조금이나마 안심이다. 나머지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은 교육청에서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 충분히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
-혁신학교에 대한 기대가 크다.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2011년에 초등학교 2개교, 중학교 2개교 등 총 4개교의 혁신학교를 시범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혁신학교의 장점들이 알려지면, 자발적으로 모든 학교에서 혁신학교 교육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다.
혁신학교는 우리들의 가슴속에 내재돼 있던 학교상을 구체화시키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소박한 학교상은 이번에 제가 탐방했던 핀란드와 스웨덴에서는 이미 현실화돼 있었다.
-장 교육감의 당선은 교육비리척결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염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교육비리 척결을 위해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나.
▲광주 교육계는 현재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그릇된 허례허식으로 인해 ’도덕 불감증‘이 만연돼 있는 상태다. 그래서 ’교육개혁‘ 이야기가 아직도 회자되는 것이다.
그릇된 관행, 부적절한 절차, 차별을 부추기는 편가르기, 시민의 눈높이와 다른 행정시스템 등을 하나씩 고쳐 나갈 생각이다.
예를 들면, △교육비리 원아웃제 △교육비리 신고 교육감실 직통전화 설치 △예산절감 정책제안 공무원 우대 △교사채용 투명학교, 급식선도학교, 청렴학교 등 우수학교 지정 △예산낭비신고센터 운영 등을 통해 국민의 혈세를 올바른 교육정책에 사용되도록 하겠다.
-특목고, 자율고 설립은 평준화 기조와 상충된 부분이 많다. 고교 정책은.
광주지역은 현재 자율형 사립고 3개교, 자율형 공립고 3개교, 과학고 등이 있다. 학생수 대비 특수목적고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때문에 외국어고 설립은 ‘광주에만 없다’는 논리로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
한편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외국어고 실패를 인정하고 자사고 및 일반계고로 전환하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외국어고 설립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해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특수목적고 본래 설립 취지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해 우수한 학생들이 배출되도록 노력하겠다.
-전문계고 운영은 어떻게.
▲전문계고는 기능 인력을 양성하자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런데, 대학 진학을 권유하고,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의 적성 및 특기와는 무관한 직업적 선택으로 취업이탈자가 발생하는 등 전문계고의 특성이 퇴색되고 있다.
전문계고 교과과정을 취업중심의 진로교육 강화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겠다.
이를 위해 △취업지원센터 구축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전문계고 복지지원 확대 △교실 및 실험실습 환경 개선 등 전문계고 내실화에 주력할 생각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체벌을 금지했다. 장 교육감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교육현장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선행돼야 할 조건들이 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자문위원회, 학생인권위원회, 인권상담실, 학생생활교육위원회(기존 학생선도위원회) 등의 기구가 정비되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의 주요 내용으로는 △학생인권 관련 우선과제 단계적 해결(체벌금지, 강제적 보충․자율학습 금지, 성적공개 및 우열반 편성 금지, 단계적 두발 자유화 등) △인권적 생활교육 가이드라인 제시 △인권친화적 ‘학교생활규정’ 표준안 제시 △학생인권 종합 매뉴얼 제작 및 배포(교사 권한 범주, 권한 실현 방식, 갈등상황 대처방식 체계화 및 유형화, 체벌 없는 대안적 지도 등) △‘체벌 없는 학교 만들기’ 교육주체 토론회 실시 등이 있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사교육비 경감과 관련,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학력․학벌 우대 현상과 정부의 대학 입시 정책 개혁이 함께 선행되어야 하므로 한계가 있다.
저는 방과후학교공익재단을 설립 및 운영해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생각이다.
교육청 뿐만 아니라 시청 등의 지자체, 학원연합회 등의 사교육 단체, 교원 및 학부모 단체 등이 함께 참여해 양질의 강사를 학교에 배치.활용해 공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경제적 부담도 줄여나갈 것이다.
-마지막 시민들에게 한말씀.
▲교육은 모두에게 희망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교육은 지나친 경쟁교육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모두 고통받고 있으며, 일부 계층을 위한 특권교육으로 가난이 대물림되는 교육양극화, 교육불평등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 직선 초대 교육감으로서 60년만의 교육 권력을 교체해 주신 시민 여러분의 뜻과 의사를 반영하여 모두가 행복한 학교, 신나는 교실을 만들어 교육이 희망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뿐만 아니라 모두가 함께 배우고 나누는 행복한 광주교육을 실현하고, 더불어 정의로운 민주시민 육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광주교육을 위해 따뜻한 칭찬과 격려, 거침없는 비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