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수출이 꺾인 상황에서 인플레이션마저 오나?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달러화를 풀어 경기 부양을 할 것이라는 방침을 내놓은 가운데, 이 문제가 우리 수출 감소는 물론 더 나아가 경제에 인플레이션 쓰나미로 번질지 우려를 낳고 있다. 미 연준은 국채 매입이라는 방법으로 6000억달러 추가 부양안을 내놨다. 이미 제로 금리 시대로 인해 금리 조정으로 부양에 나서기 어려운 미 당국은, 이같은 수단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데 나서기로 했다.
<사진=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사진)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지 기고를 통해 “국채를 사들이기로 한 결정이 올바른 것이었으며 이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 |
이미 우리나라는 지난 2개월간 양적완화 기대감만으로도 일본 및 상당수 신흥국과 함께 통화가치의 꾸준한 상승을 보여 왔다. 미 연준의 6000억달러 쇼와 그로 인한 절상 효과는, 현재까지 최고 수준을 구가해온 한국 수출 시장의 효과가 이전만 못한 상황을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경기 회복세를 이끌어 온 주요 원동력이 상당 부분 감퇴하는 셈이다.
일단 이 같은 국면에서는 수출로 인한 통화공급과잉이 줄어들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효과로 인해 수출이 감소해도 우리나라의 경제는 일반적인 수출 감소로 인한 예상과 달리 복잡하게 움직일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수출로 인한 통화공급과잉이 늘어나는 경우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을 보통 ‘수입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수입인플레이션은 이런 경우 외에도 수입품 가격이 상승해 국내 물가가 오르는 경우를 통칭한다. 즉, 수입원재로 상승으로 인한 국내 물가상승, 자국통화의 대외가치 하락으로 인한 경우, (고정환율제 하에서) 외화의 유입 초과로 인해 국내에 과잉유동성이 발생하는 경우를 모두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수출이 감소할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과 우리 원화의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 상황이면서도, 수입 인플레이션을 겪는 어찌보면 아이러니한 경우를 맞이하는 총체적 난국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과잉인 유동성, 달러화 유입 가능성까지
수출증가로 인한 외화유입과 그 부작용은 감수가 불가피하다고는 하지만 주식·채권시장으로 달러 유입은 그야말로 달갑잖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 자금 유입이 늘게 되면 당국의 외환시장 미세조정 과정에서 달러화 매입량이 증가하게 되고, 외환보유액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성의 과잉 현상은 달러 발행량 증가로 인해 우리 경제 외에도 여러 신흥국들이 겪는 상황이다. 달러약세로 인해 대외 금리차를 노리는 투기수요가 미국 밖으로 더 많이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정책이 미국 경제보다는 미국 이외 지역, 특히 아시아 지역의 인플레이션을 동반 유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다른 신흥국에 비해 민감한 몇 가지 상황을 더 안고 있다. 이미 기업부문의 막대한 잉여현금, 사실상 마이너스인 실질금리 상황, 한국은행의 출구전략 주저 만성화 등이 자산 버블 우려를 이미 충분히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지표를 일부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이미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3000억달러에 바짝 다가선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2일 내놓은 ‘10월말 외환보유액’ 현황을 보면, 지난달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933억5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 9월(2897억8000만달러)보다 35억여달러 증가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외환보유액 집계가 시작된 1971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이어지는 등으로 인해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지만, 외환보유액 적정성 논란이 일각에서는 일어나는 등 무작정 이 같은 현상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외환보유액은 한 국가의 대외 지급능력을 보증하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강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만큼 시중에 원화가 풀리고 이를 회수하기 위해 통화안정채권(통안채)를 발행해야 하고 그 부작용으로는 이자지급액 상승 압력이 증가한다.
수출증가로 인한 외화유입은 감수가 불가피하다고 하나, 주식·채권시장으로 달러 유입은 그야말로 달갑잖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 자금 유입이 늘게 되면 당국의 외환시장 미세조정 과정에서 달러화 매입량이 증가하게 되고, 외환보유액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부담을 진 상황에서 우리 금리 상황은 기준금리 동결로 인한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겪고 있다.
미국이 채권 매입과 재매입을 부양책으로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결국 금리가 이미 바닥을 쳐 더 이상 내릴 수 없었기 때문임을 감안하면 우리의 사정은 금리를 쥐락펴락해 상황을 콘트롤 할 여력을 포기한 것이고 ‘출구전략’ 면에서도 실기 논란을 벗기 어렵다.
◆‘통화여력 확보’, 기준금리 상승할까?
<사진=우리 금융시장에 근래 외국의 단기자금이 다량 유입, 시장 교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 미국 경기부양 대책으로 유동성은 더 커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이에 따라 예상치 못한 충격을 수시로 받을 가능성에 더해 적절한 대응책을 구사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행은 4일 내놓은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은 거시경제 충격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이런 차원에서 엄격한 재정 규율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한편 금융 안정과 관련한 통화정책 여력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금리를 일단 어느 정도 올려 금리의 추가적인 재조정이라는 정책 구사의 ‘운신의 폭’을 만들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같은 방안을 통해 외국 자금 중 장기 투자 자금이 아닌 단기 유동성을 자연히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고, 급격한 유출입 예상 분량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런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 금융당국이 16일로 바짝 다가온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릴지에 자연히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외경제의 변화로 인한 유동성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라는 숙제 앞에서 금통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더 나아가 당국의 정책 방향이 어떻게 제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