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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불량 빈축’ 롯데, 실적하락 우연의 일치?

롯데월드쇼핑몰, 우월지위로 중소상인 압박 구설수

전지현 기자 기자  2010.11.05 17: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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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롯데쇼핑이 ‘양심불량 기업’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한밤 중 기습적인 SSM 개점’을 이어가는 가운데 서울 롯데월드 잠실점에 위치한 ‘롯데월드 쇼핑몰’ 내 240여개 점포 상인들에게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사건이 1년째 지속되고 있다. 한편 롯데백화점은 3분기 실적 면에서 부동의 1위를 신세계에 내줬다. 롯데의 계열사들 역시 유통공룡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유통업 내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롯데의 ‘양심불량’ 기업 문화가 기업 실적 하락의 불명예를 불러온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도 아니고 대기업이 20년동안의 조강지처를 하루아침에 버리고 나가라고 합니다.”
“아이들 학비도 못 내고 집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는데, 먹고 살길조차 막막하죠. 도대체 어찌 살라고.”
“롯데는 악덕 기업 중 최악의 악랄 기업입니다.”

   
[지난 3일 롯데월드쇼핑몰 비상대책위원회는 송파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지난 3일 송파구청 앞 50여명의 중소상인들이 집회를 열었다. 롯데월드 쇼핑몰 비상대책위원회(회장 김영자, 이하 비대위)로 구성된 이들은 벌써 송파구청 앞에서만 세번째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 10월 롯데쇼핑으로부터 일방적인 임대차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비대위는 계약해지 철회를 요구하며 1년여 간 롯데에 맞서고 있다.

◆“20년 살던 곳에서 70일안에 나가라니…”

롯데월드쇼핑몰 입주 중소상인들은 지난해 10월18일 롯데로부터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12월31일인 계약만료는 70여일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서울시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쇼핑몰은 1988년부터 지하1층과 지상 1, 2층에 상가 임대를 해오고 있다. 그동안 롯데월드쇼핑몰 주변지역은 재개발 건설과 주변 입주민들 이탈로 오랫동안 매출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재개발이 완료되면서 점포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사진=지난 3일 송파구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롯데월드쇼핑몰 비상대책위원회 김영자 위원장(사진 좌측)이 박춘희 송파구청에게 질의서를 낭독하고 있다.
비대위 측에 따르면, 당시 매출보다 임대료가 더 비싼 상황을 견디지 못해 자진 퇴점을 희망하기도 했지만 롯데 측은 재개발이 끝나면 매상이 오를 것이라며 업주들을 붙잡았다.

하지만 개발 후 롯데 측은 태도를 바꿨다. 임대차 계약기간 만료를 통보한 것이다. 상인들은 롯데쇼핑이 리뉴얼 공사를 핑계로 임대 매장을 철수시키고, 수수료 매장으로 전환할 속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주변 상권이 살아나기 전까지 조강지처라며 붙잡더니 아파트가 들어서 살만하니 직영점으로 돌리려한다. 토사구팽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상인들은 롯데쇼핑의 이 같은 조치로 450~500개 되는 점포 중 기업형 브랜드 샵과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일가 및 그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가 운영하던 점포들은 이미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들을 제외하고 나니 중소상인들만이 생존권 사수를 위한 번영회 운영도 쉽지 않았다.

비대위 관계자는 “한때 한 중소상인이 번영회에 앞장섰더니 롯데쇼핑 측이 점포를 빼라했다. 결국 영업권을 유지하고 대신 번영회에서 빠졌다. 앞장섰던 사람이 빠지니 번영회는 무산 되더라”며 “가계를 빼라함이 중소상인에게 죽으라는 소리임을 알면서도 그랬다”고 말했다.

◆“롯데 악랄 행위, 해도해도 너무해”

한편, 상인들은 1989년부터 2007년 8월까지 롯데에 매달 3만원씩 광고비를 냈다. 하지만 단 2회만 점포 광고를 집행했고 이후 롯데월드 광고로 대체됐다고 주장했다. 1989년도 오픈 당시 신문광고 하단에 점포 광고를 실어 준다며 현재까지 매달 3만원씩 받아 간 것만 30억원이 넘는다는 것. 비대위 관계자는 “광고 건에 대해 항의하고 싶었지만 점포를 빼라는 말을 들을까봐 묻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롯데쇼핑몰 상인들이 억울해 하는 것은 롯데월드쇼핑몰이 그동안 부당하게 이중적으로 올렸던 임대수익에도 있다. 실제 상인들이 납부하는 임대 및 관리비는 55.21㎡(16.7평)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실제 33.06㎡(10평) 남짓한 점포에 공유면적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월드쇼핑몰은 공동면적에 10년 넘게 간이식 점포를 임대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불법적 건축물 변경으로 이동통로에 설치한 매장으로 고객시선 확보 도 어려워 매출에 지장을 주기도 했다”며 “이미 실사 왔던 건축설계사도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밝혔지만 롯데 측에서는 법무팀에 이 문제를 이관해 개입의 여지가 없다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했다”고 토로했다.

쇼핑몰에서 20년째 상점을 운영한다는 안상운(가명)씨는 “직접 전기료 8만~9만원인데, 공동전기료가 20만원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 관리비만도 300만원가량 된다. 시장이 황폐해지는 상황에서 내려주지는 못할망정 지속적으로 관리비를 올려 최근에는 (고객이 줄어) 집을 담보로 임대료를 메웠다”며 “갑과 을의 우월한 위치에서 힘 있는 어른이 어린아이 손목을 부러뜨리듯 상인들을 누르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롯데 “법대로 소송비용 청구할 것”

롯데는 2010년 들어서만 세 차례에 걸쳐(5월28일, 7월26일
   
[사진=롯데쇼핑이 롯데쇼핑몰 입주 상인들에게 발송한 통지문]
, 10월7일) 각 매장에 통지 공문을 보냈고 법원에 명도소송을 진행 중인 상태다.

지난 5월28일 롯데쇼핑은 발송문을 통해 각 점포에 “단순히 임대차관계를 오랫동안 지속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법률적 배상책임이 없는데 고의적으로 명도를 지연시킨다”며 “어떠한 명분과 이유를 들이댄다 해도 우리사회의 정의나 도덕관념 그리고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다”고 통지했다.

또한 “더 이상 롯데쇼핑몰 비대위와 협의에 의한 원만한 명도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 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하겠다”며 “6월7일까지 자진명도 의사를 통보하지 않는 한 건물명도소송 제기는 물론 명도지연으로 인한 손해 전부와 소송비용 일체를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10월7일 발송한 통지문에는 “점포 무단 점용으로 리뉴얼 공사 지연 및 쇼핑몰 비정상적 운영 등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어 점포 명도 및 리뉴얼 공사 지연 기간 중 발생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비대위를 압박했다.

1990년부터 이곳에서 영업해온 박은영(가명)씨는 “롯데쇼핑이 20년 전의 보증금을 내주겠다한다. 이 돈으로는 어느 곳에서도 매장을 구할 수 없다”며 “지금껏 상가를 지켜 왔는데 대체 매장을 내주기는커녕 사전협의나 충분한 기한 없이 명도 명령을 내리는 롯데쇼핑은 악랄한 기업이다”며 분노했다.

롯데쇼핑몰이 제시한 임대차 보증금은 4700여만원. 하지만 무단점용로, 관리비 등을 제하고 나면 9월 말 기준 4000여만원 밖에 안 된다.

◆가진 자의 저주?

악덕행위로 인한 저주 때문일까. 롯데그룹(회장 신격호, 부회장 신동빈)의 3분기 실적을 저조하기 그지없다. 롯데백화점(사장 이철우)의 올해 3분기 총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 5310억원과 2414억원으로 신세계 백화점의 3조8104억원·영업이익 2568억원보다 뒤져 부동의 1위 자리를 내놨다.

롯데마트는 국내 대형마트 3사가 각축을 벌이는 시장에서도 3위로 사실상 꼴찌다. 신세계 이마트가 전국 129개, 홈플러스가 118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지만 롯데마트는 86개 점포를 갖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역 소상공인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롯데의 SSM인 롯데슈퍼는 전국 234개로 업계 1위다. 롯데슈퍼는 지역상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기존 동네 상권보다는 아파트 미입주 지역이나 신도시 등 기존 상권이 채 형성되지 않은 곳 위주로 교묘한 출점을 하는가 하면 하룻밤 사이 기습적으로 점포를 내는 위장 개업도 펼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시장에 있는 롯데닷컴은 옥션·G마켓·11번가·GS샵이 이끄는 포화된 시장에서 특화된 카테고리 없이 포지션 구축을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