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으하하하하허 공무원들 양복이나 제대로 입혀라 @G20SeouISummit: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G20 기간 중 트레이닝복 차림을 자제해주십시오.’
최근 트위터에 유행처럼 떠도는 G20 풍자개그다. 여기 언급된 ‘G20SeoulSummit’는 G20정상회의 공식트위터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G20에 대한 홍보와 규제는 이 개그를 사실로 믿게 할 정도로 지나친 면이 있다.
곳곳에 배치된 G20홍보 포스터, 초등학생들에게 주어진 G20관련 숙제, G20을 위한 길거리 청소, G20을 맞는 국민의 에티켓, G20대비 공안강화 등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마치 학창시절 학교에 장학사가 온다고 하면 부리나케 청소하고 옷차림새 단정히 하느라 야단법석을 떨었던 것을 연상케 한다.
물론 이번 G20정상회담은 세계 환율전쟁과 경기둔화 우려 속 진행되는 것이라 의미가 크다. G20국가 중 경제대국에 포함되지 않는 한국이 의장국을 맡은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은 “글로벌 경제 위기에 G8 국가가 아닌 한국이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은 한국 위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증으로 봐야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를 감안해도 G20 관련 각종 규제와 홍보는 도가 지나치다. G20정상회담 의장국은 그룹 안에 속한 국가들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언젠가는 다 한번씩 겪을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마치 엄청난 일을 해낸 것처럼 홍보하고 국민들이 혹여 ‘선진국 형님’들의 눈에 기준치 미달이 될까봐 노심초사, 국민 단속에 여념이 없다. 이 같은 풍경은 해외에서 보기에도 낯선 것이어서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일(현지시간) ‘애들까지 환율을 공부할 정도로 G20열풍에 빠졌다’고 비꼬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G20 무사진행’이라는 명목 하에 가려질 인권탄압이다. 최근 G20정상회담 포스터에 쥐를 그려 넣었다고 대학교수를 구속하려한 것이나 회담 장소 앞에서 벌어질 시위에 대비해 ‘음향대포’를 들여온 경찰의 행태는 이 같은 우려를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오는 6일부터는 경찰이 가장 높은 비상령 단계인 ‘갑호비상’을 발령, 코엑스 등 G20 행사장 주변에 5만여 명의 경력을 동원키로 하면서 무력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7일 예정된 전국노동자대회를 시작으로 국제민중회의, 국제민중행동의 날 행사가 ‘불법시위’로 명명돼 엄정단속대상에 내정됐다. 또다시 지난 촛불정국이 재현되는 것이다.
이는 소통하겠다고 하고서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 바리케이드를 쌓은 지난날과 전혀 달라지지 않음을 방증한다. 오히려 G20명목 하에 공안정국을 조성한다는 의심이 정부를 따라다니고 있다. 정부는 G20정상회담을 소란 없이 조용히 마치는 것만이 의장국 위상에 걸맞은 모습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G20 의장국이 됐다고 ‘국격’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세계 각국을 초대해놓고 국민들을 탄압하는 모습은 오히려 ‘국제적 망신살’을 뻗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라도 정부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국제행사 유치 후 시위 강경진압으로 부작용을 겪은 나라를 타산지석 삼아야한다. 싱가포르는 지난 2006년 세계은행 연차총회를 유치하고도 1만명의 경비인력으로 집회를 탄압해 비난을 받았다. 당시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는 ‘싱가포르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앞서 G20정상회의가 열렸던 캐나다에서는 무력충돌로 시민 천여 명이 연행됐다. 런던에서는 시위 진압과정에서 심지어 인명이 희생됐다. 모두 인권을 배제했기에 겪은 비난과 상처다.
G20정상회담. ‘Group of Twenty(20)’라는 이름처럼 이번 행사는 세계 주요 20개국이 모여 경제와 주요 금융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 행사의 의미를 확대해석할 것도, 요란법석 떨 이유도 없다. 차분히 의장국으로서 환율문제와 각국이 처한 경제난제(難題)를 해결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현 정부가 ‘인권’이 빠진 ‘국격’을 추구하는 자충수를 두지 않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