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녀만 나오면 이래서 싫다 저래서 싫다며 누리꾼들의 비판이 쇄도하지만 늘상 포털 상위권을 차지한다. 그만큼 00녀 시리즈는 흥미로운 소재다.
이 동영상은 이른바 ‘쭉쭉빵빵’ 여성이 주변 남성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본인 잘난 맛에 선그라스로 눈을 가린 채 인도를 걷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잔뜩 몸에 힘을 주고 의기양양하게 걷는 까닭에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여자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결국 그녀는 부랴부랴 걸음 속도를 내 길가에 세워둔 아우디를 타고 황급히 인도를 빠져 나간다.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무렵, 파란불이 켜지고 차는 횡단보도 앞에서 급정거한다. 그리고 횡단보도를 아슬아슬하게 넘어와 길을 건너는 사람들을 위협하자, 근처를 지나던 사람들이 그 여자가 탄 승용차 주위로 삼삼오오 모여든 뒤 속삭이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이들이 느닷없이 일제히 점프한다. 두 번에 걸친 점프 후 승용차를 전복시키고 현장을 유유히 사라진다. 이게 무슨.
만화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지만, 어쨌든 걸친녀는 살았다. 그리고 엉금엉금 기어나온다. 전복된 차에서 무사히 살아나온 것이다. 그런데 그 모습은 추하다. 선글라스는 코까지 내려왔고, 머리는 산발이다. 이때 갑자기 광고자막이 나온다.
‘아무리 예뻐도 횡단보도 넘어오면 미워요.’
결과적으로 ‘100%’ 광고 홍보용을 위한 이른바 00녀 시리즈의 일환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구성된 광고는 아니고, 즉 프로가 만든 게 아닌 아마추어가 만든 것처럼 ‘의도적으로’ 촬영된 동영상은 한마디로 평범한 여성이 아닌 자기 외모에 흠쩍 자아도취 돼 이른바 ‘자뻑’으로 사는 여성이 비싼 고급 승용차를 타고 함부로 달리다 시민의 생명을 일순간 위협하고 시민들이 복수를 펼쳐 망신을 당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엔 미모의 여성이 투입됐고, 고급 승용차인 아우디가 조연 역할을 했다.
도대체 무슨 홍보를 위해 이런 간단명료한 동영상을 만들고, 또 온라인에 동시다발적으로 유포시켜 누리꾼들의 클릭질을 유도하는 것일까. 정답에 가까운 힌트라고는 '아무리 예뻐도 횡단보도 넘어오면 미워요'라는 자막이 전부다.
연예인을 꿈꾸는 이 여성을 홍보하는 것일까. 자동차를 그렇다고 홍보하는 것일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교통안전 캠페인일까. 시민들이 방방 뛰니 무거운 차는 전복되고 가벼운 여성은 살아 남았다? 그렇다면 혹시나 몸이 가벼운 여성을 자랑하는 다이어트 광고일까. 아니면 파손되지 않은 선그라스를 자랑하기 위한 안경 광고?
분명한건 광고라는 것이다. 홍대 00녀, 명동 00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면서 나름대로 ‘해법’을 찾아낸 것 같은데 말이다.
◆ 그렇다면 동영상 정체가 도대체 뭐야…뒷북 광고? 반전 광고? = 과연 이 여성과 이 광고의 정체는 무엇일까?
누리꾼들은 일단 이 여성 역시 연예지망생으로 보고 있다. 홍대 계란녀, 압구정 사과녀 등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 때문에 걸친녀 역시 계산된 연출을 통한 연예인 지망생의 통상적인 홍보활동으로 보고 있다.
동영상을 보아도 자동차 전복 장면 외에는 특별한 장면이 없다. 오직 그녀의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카메라가 뒤따라고 있을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여성 개인에 대한 홍보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걸친녀가 주요 포털 상위에 랭크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걸친녀의 정체는 곧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누리꾼들의 두 번째 궁금증은 이 광고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일단 누리꾼들의 예상대로 자동차가 횡단보도에 걸쳐 차를 세웠다가 모여든 사람들에게 혼쭐이 나는 장면과 자막을 토대로 “교통 광고”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공익광고가 공중파가 아닌 포털 검색어를 통해서 시청자들과 미리 만나는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정말로 고도의 계산된 상품 광고라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국내외를 망라하고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광고 자체가 ‘미모의 여성을 이용해’ 상상을 초월하는 ‘뒷북 광고’ ‘반전 광고’가 많기 때문이다.
자세히 분석하면 ‘역발상 마케팅’ 광고
앞서 말했지만 동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구동성으로 "광고"라고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다. 하지만 무슨 광고인지 이틀이 지난 5일 오전 1시 현재 아무도 알지 못한다.
광고를 제작한 곳은 철저히 함구 중이다.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속으로는 파장이 커지고 있음에 환호성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무슨 동영상일까. 일각에서는 자동차가 아무리 뒤집어져도 운전자는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기어 나오는 이 영상은 “광고 속 자동차는 안전하다”는 암시를 주는 광고기법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역발상마케팅’으로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는 티저광고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역발상은 기존의 상식을 거스르는 새로운 생각으로 역발상 마케팅 역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구매로 이끄는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한 예로 동부화재의 '프로미' 광고에서 서비스맨은 "괜찮습니다. 차보다 사람이 먼저죠"라고 말한다. 이 광고는 주인공이 자사 상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역발상을 통해 동부화재의 따뜻하고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높였다.
◆ 광고계, 빅모델 겁나나? 00녀에 사실상 ‘올인’ = “00녀를 귀가 닳도록 들어는 봤지만 누군지는 전혀 모른다. 그 상품을 사고 싶은 마음도 없다.”
이번 광고에서도 대중들이 전혀 알지 못한 일반 여성이 주연을 맡았다. 광고계가 이처럼 일반 여성 채용에 ‘올인’ 중이다. 말이 일반 여성이지 일단 미모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대부분 ‘연예인 지망생’인 경우가 많다.
이른바 2002년 월드컵녀로 시작해, 홍대 계란녀 등으로 모델기용 전선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독특한 캐릭터도 없고, 그렇다고 뛰어난 연기력도 없고,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여성들을 ‘미모’라는 수식어를 달아 사진 몇 장과 동영상 등을 이용해 포털을 장악하며 광고를 쏟아내고 있어서다.
광고효과를 노리기 위해 이른바 CF퀸을 이용해 수억원을 퍼붓던 시대와 달라도 사뭇 다르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00녀의 등장을 비난하는 글들이 난무하고 있을 정도이지만 광고계는 배째라는 식으로 관련 유사 광고를 쏟아내고 있을 정도다.
얼굴만 다를 뿐, 00녀의 광고 노출이 잦아지자 누리꾼들은 빅모델 광고를 오히려 그리워하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특정 모델들이 다시 광고시장을 장악해달라는 뜻이 아니라, 시쳇말로 ‘광고 같은 광고’를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사진 몇 장 뚝딱 올려놓고, 동영상 하나 간단한 분량으로 찍은 뒤 지나가는 시민들이 촬영한 것처럼 속여서, 클릭질을 유도해 홍보하고, 그에 따른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광고주들에게 소비자들이 ‘이를 갈고 있다’는 뜻이다.
중소 광고계는 빅모델 위주의 캐스팅을 떨쳐버리고, 시쳇말로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빅모델의 출연료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안지처럼 고충을 말하지만, 그렇다고 00녀 시리즈 일색으로 광고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은 소비자들을 더욱 우롱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좋은 광고는 멋진 영화의 멋진 대사가 평생 뇌리에 남듯, 좋은 카피로 승부하면 소비자들은 영원히 해당 상품을 기억한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광고는 1989년 최진실이 모 가전제품 광고에서 내뱉은 말로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수많은 팬들이 기억하고 있다. 00녀 시리즈 광고는 셀 수 없이 만큼 나오지만 도대체 1년 뒤 기억하는 소비자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이틀 연속 ‘걸친녀’가 검색어로 뜨고 있다. 옷찢녀 바나나녀가 인기 검색어로 뜬 게 어제 같은데 걸친녀가 이들을 모두 밀어내버렸다. 이래서야 걸친녀도 며칠 가지 못할 듯 싶다.
물론 예전 00녀 시리즈와 사뭇 다른 점이라면 컴퓨터 그래픽이 들어갔다는 것 정도? 조만간 3D가 들어간 00녀 시리즈가 나올 수 있을까.
참으로 다행스러운 건, 몸에 야한 옷을 걸쳤다는 이유로 ‘걸친녀’가 아니어서 천만 다행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