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ㆍ기아차 그룹이 유명 마케팅 조사기관이 미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실시한 세일즈(판매)만족도 조사결과, 최하위권으로 나타나자 쉬쉬하며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은폐는 그동안 현대ㆍ기아차가 자주 인용해온 JD파워앤 어소시에이츠의 마케팅 조사결과를 불리하다고 판단, 알리지 않아 다양한 정보를 알아야할 국내 소비자들을 바보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비난을 살 전망이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은 그동안 세계최대인 미국시장에서 마케팅과 관련된 각종 리서치 결과 양호한 성적이 나오면 보도자료까지 내며 대내외에 알려왔다.
현대ㆍ기아차가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조사결과가 나올 경우, 최고의 조사기관이 낸 자료라고 의미를 부각, 보도자료를 내왔다.
각종 매체광고에 J.D파워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제품이미지를 극대화하는데 적극 이용해왔다. .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것만 알린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은 그동안 J.D파워의 리서치 조사결과가 나쁘게 나오더라도 조사항목이 100여개를 넘기 때문에 그 중 가장 좋은 면만 인용부각해온 것과는 정반대로 J.D파워가 최근 발표한 ‘판매만족도 조사결과’를 국내 소비자에겐 아예 숨겨버렸다.
‘ 판매만족도 ’ 조사는 실제 자동차 구매의사를 가진 소비자들이 전시장을 방문하며 회사와 제품을 비교하며 품질대비 가격조건을 고려해 직접 구매계약을 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마케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사다.
이자를 포함한 할부판매 조건이나 A/S, 품질보증 등을 고려하는 미국소비자 행동(구매계약)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있어 판매만족도 조사가 결국 미국내 시장점유율과 판매실적을 좌우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J.D파워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전체 38개 브랜드 중 기아차가 최하위인 일본의 이스즈에 이어 37위를 기록했다. 현대차 역시 24위로 하위권에서 맴돌았다.
각종 발표 판매만족도 부진엔 소용없어
이를 반영하듯, 올해 미국 내 자동차 시장은 GM과 포드 등 미국의 양대메이커의 판매부진을 틈타 일본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며 돌풍을 일으킨 것과는 달리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오히려 점유율이 줄어드는 추세다.
그동안 자랑해온 각종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바로 판매만족도가 최하위권이란데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기아자동차의 올해 미국내 판매실적(1 ~ 10월)은 23만 6693대로 지난해 같은기간(22만 6644대)과 비교해 시장점유율이 1.7%로 제자리 걸음이다.
특히 현대차는 시장점유율이 지난해의 2.5%(연간평균)에 비해 올해는 2.2%(9월말 기준)로 떨어지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집계(1~ 8월)집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판매대수가 45만 893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1만3210대 보다 크게 줄었다.
특히 8월 실적은 지난해 6만3721대에서 올해는 3만68289대로 급격히 줄었으며 올해 7월의 5만3637대에 비해서도 크게 줄어들었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이 그동안 틈만 나면 외부에 자랑했던 각종 지수는 영양가 없는 발표였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그간 각종 발표도 실제론 영양가 제로?
현대ㆍ기아차그룹이 그동안 틈만 나면 인용, 홍보했던 JD파워의 각종 지수발표가 판매에 별로 도움되지 않는 국내용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 동안의 각종 발표가 실제로는 영양가 없는 내국인용 발표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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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현대ㆍ기아차그룹이 실제 판매에 별도움이 되지않는 홍보사례를 얼마나 자의적으로 해왔는 지 살펴보자.
기아차는 지난 9월 ‘스포티지와 오피러스의 2005 자동차 성능 및 디자인만족도 모델별 평갗 1위, ‘2005 중국 판매서비스 고객만족도 조사(JD파워)’ 에서 2위, 11월초 ‘소형(2만5000달러 이하) 부문의 최고 SUV(미국 북서부 자동차기자협회) 발표’ 는 지체없이 알렸다.
2002년과 2004년에도 쏘렌토의 최고가치 SUV상 수상은 물론, ‘2004년 천리마 중국 승용차 고객만족도 평가 1위’ 소식도 빼놓지 않았다.
현대차 역시 지난해 4월 “ JD 파워의 ‘2004 상반기 IQS(초기품질지수) 조사’ 에서 2003년 하반기 13위에서 6단계 뛰어 38개사 중 7위를 차지했고, 특히 쏘나타는 중형차(Entry Midsize Car) 부문에서 3년 연속 1위를 지켰다 ” 고 대내외에 알렸다.
올해 4월엔 ‘쏘나타가 가장 결함없는 차(컨슈머리포트 4월호)’ 에 이어 6월엔 ‘2005 내구성 품질조사’ 결과, 조사대상 전년대비 115건이 줄어든 점을 강조하며 “가장 큰 폭으로 개선돼 품질개선 1위에 선정됐다” 고 홍보했다.
그러나 실제 조사결과는 기아차가 전체 37개 브랜드 중 최악(신차판매 후 3년된 차량 100대당 결함발생 397건)을 기록했고 현대차는 결함이 260건으로 업체평균(237건)에도 미달했다..
하지만 현대차측은 결함발생이 전년대비 115건이 줄어든 점을 강조하며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됐다” 고 홍보했다. 당시 조사결과는 전체 37개 브랜드 중 기아차는 최하위, 현대차는 20위였다.
조사결과 인용 자위적 지나쳐
물론 현대차가 지난해 32위에서 12계단이나 급상승한 점은 평가될만한 일이지만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과장했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 5월에는 현대차는 신차 초기품질조사(신차판매 후 3개월간 100대당 결함발생 신고건수)에서 지난해(102건)보다 품질이 악화(110건) 돼 순위가 3계단 추락해 10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2003년 203점에서 110점으로 향상돼 업계 평균치(154점 →118점)보다 개선됐다는 점과 ‘투싼’ 이 미국시장 진출 첫해에 최고점(99점)을 받았다” 는 점만 강조했다.
이번 판매만족도 조사는 세계적 마케팅 리서치 조사기관인 JD파워앤드 어소시에이트가 마케팅 조사의 선진화를 위해 지난해 처음 도입한 것으로 지난 5월 3만7296명의 신차를 구입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반면 이웃국가인 일본은 도요타가 판매만족도 조사에서 렉서스가 2위를 차지한데 힘입어 토요타는 미국시장 점유율을 지난해보다 2.5%나 늘렸다.
JD파워 조사(11월 13일 기준) 결과, 토요타(17.9%)는 2위 포드(15.3%)를 제치고 세계 1인자인 GM(18.8%)과 격차를 1% 이내로 좁혔으며 5위 혼다(12.2%) 역시 4위의 다임러크라이슬러(13.6%)를 바짝 추격하는 등 6위 닛산(7.8%)까지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말이나 내년초에는 토요타가 GM마저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홍보팀의 조영제 부장은 취재기자에게 “뭐 좋은 소식이라고 알립니까. 애국하는 차원에서 기사 내지 말아달라” 며 “회사가 좋지 않은 것은 알리지 않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고 반문했다.
“그런 조사를 했는지 몰랐다” 면피
기아차 관계자도 “지난 9월 오피러스가 좋은 리서치 결과를 받은 것은 외부에 알린 적은 있지만 J.D파워가 그런 조사를 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기아차가 상황파악을 못했거나 미국내 현지법인이 본사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 토요타 등 일본업체가 미국시장에서 판매대수를 크게 늘리며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현대차그룹은 제자리 내지 후퇴를 하고 있다” 며 “ 현대기아차가 예전에 비해 품질개선 흔적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당장 눈앞에 닥친 나쁜 것은 숨기고 보자는 자세부터 고쳐야만 진정 한국의 대표기업, 나아가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을 것 ” 이라고 입을 모았다.
업계의 마케팅 관계자는 “미국내 판매부진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 며 “ 더 늦기전에 자의적인 조사결과를 인용, 발표하는데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직한 마케팅 전략에 대해 고민해야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걸리는 품질과 성능에만 매달리지 말고 마케팅 기법에서라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마케팅은 접어야한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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