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신마취제(수면마취제) 프로포폴 제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프로포폴은 지난 해 마이클잭슨의 사인이 이 약의 부작용으로 밝혀지면서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다. 이에 앞서 우리나라에서도 프로포폴 제제에 대한 부작용과 오남용이 문제시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이 지난 2009년 4월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 지정 추진 안건을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중앙약심은 국내 오남용 사례에 대한 근거 불충분, 추가적인 실태 파악 등을 이유로 향정신성의약품 지정을 미뤄왔다.
현재 국내 사용되는 전신마취제는 프로포폴을 포함해 총 4종. 프로포폴을 제외한 나머지 3종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이미 지정돼 저장설비가 없는 의원급에서는 사용, 관리가 비교적 용이한 프로포폴을 사용하고 있다.
◆의료계 입장 봐주다 1년 끌어…국감서 혼쭐
지난 8월 식약청은 프로포폴 제제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오남용할 경우 자제력 상실과 충동, 지속적 갈망 현상인 정신적 의존성(중독증상)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또 오남용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보고되는 것만 연간 1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신마취제(수면마취제) 프로포폴] |
프로포폴의 오남용 사례가 증가하자 지난 10월7일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지적됐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박은수 의원은 “중앙약심과 식약청이 판단을 미루는 1년 동안 자살이나 중독에 의한 사망이 잇따랐다”며 “의약사 협회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향정신성의약품 지정을 미루는 것은 중앙약심이 객관적 자문기관의 길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이 일자 하루 뒤인 지난 10월8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프로포폴을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령)’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프로포폴 대체할 약 없어
이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지난 10월27일 복지부에 프로포폴 제제의 향정신성의약품 지정을 반대하는 내용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령)’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협은 의견서에서 “프로포폴의 마땅한 대체의약품이 없는 상황에서 마약류 및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될 경우 환자 치료 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프로포폴이 중간단계인 통제약물(오남용 우려 의약품)로 지정된 미국의 사례를 들었다.
의협 문정림 대변인은 “프로포폴은 전신마취 유도 뿐 아니라 성형외과, 산부인과 등에서 국소마취제로도 사용되고 있다”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될 경우 관리 절차가 까다로워져 사용∙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면 도난, 임의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잠금장치가 있는 저장시설을 마련해 보관해야 하며, 사용처 등 마약 장부에 기록, 관리를 해야 한다. 이 같은 시설 설비, 장치 마련의 바용 부담도 향정신성의약품 지정 반대 이유 중 하나다.
문 대변인은 “전체 프로포폴 사용에 비해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오남용 문제가 사회문제가 된 것에 공감한다”며 “자율적 관리 방안 등을 통해 문제해결을 해야 하지만 꼭 향정신성의약품 지정만이 대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재 복지부 심사 진행 중
식약청 마약류관리과 김효정 사무관은 “현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령)’ 입법 예고 기간이 끝나고 복지부에서 규제 심사를 진행 중이다”며 “의협이 제출한 의견서를 검토했으나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이어 “지금까지 시행된 사용횟수 제한 등 자율적 관리는 규제가 없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의협 등이 주장하는 자율적 관리 방안은 타당치 않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지난 3일 프로포폴을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로 지정하고 오남용 예방을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 공급내역을 토대로 취급의료기관에 대해 정기 지도·점검 및 기획감시(2회 이상)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