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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에 팔린 해태음료 ‘M&A 단골손님’ 사연

LG생활건강 전격 인수…“새로운 강자 등장 조짐”에 업계 술렁

전지현·조민경 기자 기자  2010.11.03 14: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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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해태음료가 단돈 1만원에 팔렸다. 해태음료는 지난 1998년 해태그룹의 부도로 아사히맥주에 팔린 이후 만년 적자에 허덕였다. 때문에 M&A 시장 단골손님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하지만 인수자가 다름 아닌 LG생활건강으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업계 2위 코카콜라음료와 3위인 해태음료가 서로 시너지를 낼 것이란 전망으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더구나 과거 해태제과를 정상화시킨 경험을 지닌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의 거침없는 경영 스타일을 고려할 때 새로운 ‘강자 부상’은 시간문제라는 분위기다.

지난 10월29일 LG생활건강은 해태음료의 최대주주인 아사히맥주 지분 58%를 비롯한 5개 주주들의 지분(1882만8000주) 100%를 단돈 1만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1945년 출범한 해태음료는 해태제과의 음료사업부에서 시작돼 1973년 자본금 200억원으로 독립했다. ‘해태제과합명회사’ 창업주 박병규 회장은 해태음료(주)를 시작으로 해태상사(주), 해태전자(주) 등을 잇달아 설립하며 사업부문 다각화에 나섰다.

1977년 박병규 회장이 타계하자 아들 박건배 회장이 33세의 젊은 나이로 해태제과, 음료, 상사 등 3개사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선대 회장들 야심이 해태그룹·음료 부도로 내몰아

해태음료는 국내 과즙음료 선두주자로서 과즙음료를 비롯해 ‘써니텐’, ‘봉봉’, ‘코코팜’ 등으로 음료시장 에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에 만족할 수 없었던 박 회장은 선대회장의 사업다각화전략을 이어받아 ‘탈(脫)식품’의 야심을 드러냈지만 해태유통, 건설사업부 등 사업영역 확장을 추진하다 자금난에 봉착하게 된다.

1997년 11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그룹(재계 24위)이 부도를 내면서 해태음료도 부도대열에 합류한다.
   
[해태음료의 대표적 장수제품 ‘써니텐’]
당시 부채덩어리였던 인켈과 나우정밀을 무리하게 인수한 것이 해태전자를 만성적자에 허덕이게 만들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자자했다.

결국 그룹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과잉투자가 해태음료를 부도로 내몬 것이다. 부도 이후 그룹은 자구계획서 제출 등 재기에 힘썼으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닥쳤다. 부도 7개월 만인 1998년 6월1일 계열사 매각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조홍은행에 대한 당좌거래 요청이 거절당하면서 그룹이 해체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해태음료는 M&A(인수합병)를 회생 돌파구라고 판단, 본격적으로 M&A 추진에 돌입했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았다. 1998년 8월 미국 뉴브릿지사 자산매각이 불발되는데 이어 1994년 4월 제일제당과의 매각 협상이 막판 불발된데 이어 홍콩 클라리온캐피털 매각도 무산됐다. 연이은 협상 불발로 해태음료는 ‘협상력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결국 해태음료는 2000년6월 그룹에서 분리됐고 일본 히카리 인쇄그룹이 지분 51%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2004년에는 앞서 해태음료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던 아사히맥주가 히카리맥주로부터 해태음료 보통주 420만주를 추가 취득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2005년부터 만성 적자와 부채에 허덕

그러나 인수 이듬해부터 해태음료는 적자와 만성 부채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2004년 해태음료의 70억이었던 영업이익은 본격적인 음료시장, 특히 탄산음료 시장이 정체기에 돌입한 2005년 영업손실 10억원을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193.23%로 악화됐다.

이 때 해태음료 구원투수로 2008년 4월 김준영 대표이사 사장이 나서 경기 안성공장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 2009년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통해 아사히맥주는 지분을 58%로 늘렸다. 하지만 시장상황 악화와 히트상품의 부재로 해태음료의 부채 총계는 2129억원, 부채비율 483.67%까지 늘었다.

결국 아사히맥주는 누적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인수 6년만인 지난 8월3일 매각을 발표했다. 매물로 나온 당시 해태음료의 부채는 1400억원에 육박했고, 연간 400억원에 가까운 적자 기록하게 된다.

동원F&B, 웅진식품 등이 해태음료 인수에 관심을 보였으나 부채에 대한 부담감이 발목을 잡았다. 동원F&B 김해관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해태음료의 부채와 적자지속으로 인수에 대한 내부의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다”며 “여러 사항을 검토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LG생활건강, 인수로 ‘새로운 강자’ 부상

결국 파스퇴르 인수가 무산된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이 지난 10월29일 1만원(1230억원의 부채를 안는 조건임)에 해태음료를 인수했다. LG생건의 자회사 코카콜라는 음료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음료시장은 커피, 생수, 냉장주스를 제외하고는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경쟁사의 몸집 불리기는 달갑지 않은 소식만은 분명하다. LG생건의 해태음료 인수가 음료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음료업체들은 말을 아끼며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현재 음료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롯데칠성 관계자는 “롯데칠성은 모든 부문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자신했지만 LG생건의 해태음료 인수로 인한 시장의 판도 변화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웅진식품 관계자는 “LG생건이 해태음료를 인수했지만 아직까지 사업전략 등 구체적인 사안을 내놓은 것은 아니기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공격 승부사’ 차석용 LG생건 대표 수완 관건

더불어 LG생건의 CEO인 차석용 대표의 거침없는 경영 스타일이 과거 적자에 허덕이던 코카콜라를 회생시킨 경험이 있는 만큼 해태음료도 잘 풀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유의 공격경영으로 만성적자 코카콜라를 회생시킨 바 있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사진)와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는 해태음료의 조합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LG생건은 지난 한국코카콜라보틀링(현 코카콜라 음료)을 인수했다. 당시 사업의 위험요소로 거론됐던 청량음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강성 노조문제 등을 보란듯이 해결하며 코카콜라를 전환시켰다.

당시 업계는 △코카콜라보틀링의 누적된 영업손실 △70%에 육박하는 과다한 탄산음료 매출비중 △ 탄산음료 시장 불황기 돌입 △코카콜라 관련 음료 판매의 라이선스 재계약 시기 돌입 등을 걱정다.

업계 관계자는 “차석용 대표가 과거 해태제과 CEO 시절 일본의 스낵 회사와 기술 제휴를 맺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능력을 보여준 사례를 볼 때 승산이 있다”며 “LG생활건강이 인수하면서 음료 품목을 다양화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내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