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바야흐로 스마트폰 시대, 1등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의 발걸음이 바쁘다. 와이파이 무제한 등 키워드를 장악하면서 소비자 눈길을 끌어당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결합상품 등 이슈 만들기에도 SK텔레콤은 열을 올리고 있다. 근래 시장의 화제를 애플 ‘아이폰’을 들여온 KT가 주도하는 기현상이 있었지만, 역시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압도적인 1위 통신사의 화력을 실감하게 한다는 평도 나온다.
10월 컨콜에서 SK텔레콤은 스마트폰 가입자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 증가추이가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야심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연말까지 최소한 330만, 최대 370만명의 스마트폰 가입자를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것.
장동현 전략기획부문장은 “스마트폰 가입자의 올인원 요금제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9월 이후 5만5000원 이상 요금제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연말까지 ARPU 증가추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고, 김선중 영업본부장은 “330만은 시장 축소를 감안한 최소 추정치이며 크게 본다면 370만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질주가 과연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SK그룹을 먹여살리는 가문의 대들보이자 자랑인 SK텔레콤이지만 SK그룹 안팎으로 제기되는 우려가 없지 않다.
◆‘규모의 경제’ 한계 넘어섰나? 경고음
최근 SK텔레콤은 월 5만5000원에 데이터통화를 무제한으로 쓰는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를 출시했다.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는 통신사 부담만 늘리고 매출은 줄어들 것으로 우려를 사온 아이템이다. 투자자와 경쟁사 모두 부정적이었던 ‘금단의 열매’였던 셈.
실제로 그간 SK텔레콤은 경쟁사들이 가입자를 늘리겠다는 압력을 높이는 시점이면 그보다 위압적인 모션을 취해 왔다는 평을 들었다. 이번 조치는 물론 그와 같은 일부의 평이나 경쟁적 갈등 양상보다는 다르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SK텔레콤 사령탑인 정만원 사장은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격적으로 출혈경쟁을 시작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반대로 우리가 가진 걸 다 놓아버린 것이다. 이제 전혀 다른 길로 가자는 방향 제시”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투자가 규모의 경제로 밀어붙이는 출혈 경쟁이든 이동통신업계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1등 기업다운 발상의 전환이든 간에, 이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는 데 있다.
우선 이 조치가 노리는 이른바 스마트폰 효과가 흔들림 없는 성과를 내놓을 것인지, 혹은 신기루를 좇는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즉, 지난달 18일 하나대투증권이 내놓은 분석을 보면, SK텔레콤의 스마트폰 판매 증가로 인한 MNP(휴대전화 번호 이동성) 증가가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상관성에 대해 논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SK텔레콤의 3분기 MNP가 시장평균(28.2%)를 크게 상회한 35.5%를 기록했음에도 MNP 급증에 수반되는 마케팅비용 증가가 반영되지 않았던 이유는 MNP의 대부분이 스마트폰 가입자로 요금
<사진=톱스타 장동건을 기용, 무제한 데이터 공급을 강조하는 SK텔레콤의 CF> |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모바일 플랫폼 개발과 관련, 아예 더 직설적인 경고를 내놨다. 1일 무디스는 “향후 3년간 1조원에 달하는 SK텔레콤의 투자 목표는 단기적으로 회사의 잉여현금흐름(FCF)을 제한하며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빠져나가는 현금을 메워줄 수 있을 만한 어떠한 뚜렷한(defined) 이익 기여도 없다고 우려했다.
무디스는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을 포화상태에 달한 것으로 이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즉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이익률과 자산수익률(ROA)을 줄어들게 만드는 구조라는 것.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1등 업체로서도 지나친 지출을 해가면서 고비용 저효율 공세를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자칫 출혈 과다로 경쟁사들과의 치킨 게임 과정에서 자신도 적잖은 손실을 볼 가능성이 숨어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복합상품 놓고 계열사 불만 목소리도
SK텔레콤은 복합상품 개발에도 열심이다. 지난 7월 SK텔레콤은 3세대 이동통신망에서 인터넷전화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허용하겠다고 밝혔으며, 일정 금액 이상의 정액요금제를 선택하면 무선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있는 서비스를 8월부터 실시하고, 집전화 및 초고속인터넷 등을 무료 수준으로 쓰는 유무선 결합상품을 제공하기로 선언했다.
이때 같이 나온 계획으로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 IPTV 등 SK브로드밴드의 유선상품을 무료 수준으로 제공하는 신규 가족형 결합상품도 선보인다는 문제도 같이 부상,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 같은 SK브로드밴드 등 계열사와 손잡은 결합상품 밀어붙이기는 계열사 구성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이 우려는 이미 지난 여름 무렵부터 감지되고 있다. 즉, SK브로드밴드 노조가 지난 6월 성명을 통해 자사 적자의 구조적 원인을 SK텔레콤이 자신들이 계획했던 적자 경영 결과를 이유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것은 비열한 경영방식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무리한 가입자 순증 전략에 따른 유치 비용, 장비도입 등에서 SK계열사들의 지나친 개입 등이 SK브로드밴드를 괴롭힌다는 것이고, 결합상품이란 결국 SK텔레콤이 상생 내지는 계열사 밀어주기를 하는 게 아니라 계열사 희생을 강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으로 요약된다.
◆‘발목잡기’ 꼼수…요금인하 어림없네
SK텔레콤은 현재 올인원 요금제와 올인원 커플 요금 등을 연이어 출시하는 등 각종 요금제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요금제 전략에 대한 소비자 반응들도 역시 SK텔레콤에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이미 당할 만큼 당해서 어떤 상품을 내놔도 발목잡기 아니냐는 비판에 일단 직면한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은 요금 인하를 위한 움직임에 착수했다. 2일자로 일부 요금상품에 대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하고, 당시 70여개의 요금제를 금년초까지 20개 품목으로 대폭 줄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전략에 대해 장기 가입자들은 서운함이 컸다는 후문이다. 신규 가입자는 보조금 등 대대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장기 가입자만 홀대하는 정책을 지속하다 가입자 포화상태에 접어들어서야 일명 노예 계약을 장기 가입자에게까지 적용하느냐는 것이다. 약정을 볼모로 가입자를 잡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백안시하는 시각이 등장할 정도다.
금년 봄에는 도입을 준비하던 대만 HTC사의 안드로이드폰 ‘디자이어폰’의 고가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더욱이 SK텔레콤이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복합상품의 존재 자체에 대해 회의론도 제기된다.
금년 봄 국회 입법조사처가 분석한 ‘결합상품 규제 완화의 효과 및 통신비 관련 정책검토’ 자료를 보면, 가구당 월 통신비 지출액이 지난해 3분기 13만6432원에서 4분기에는 13만8972원으로 2540원 늘었다. 스마트폰 바람이 일면서 가계통신비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이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입법조사처는 유·무선 통신 결합상품의 요금인하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일부 통신업체가 이동통신 이용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약정할인 및 정액요금제 가입자의 유·무선 통신 결합상품 가입을 제한한 탓에 실제로는 할인 효과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법조사처는 “결합상품 출시가 통신비 부담 완화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할인 폭을 키우는 것 못지않게 많은 이용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가도록 상품을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이 연구에 대해 “할인 폭이 크다고 강조하면서 이용 대상자를 제한한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이동통신업체들의 결합상품에 대해 비판했다. 즉, “통신업체들이 요금을 내린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소비자의 눈에 착시 효과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SK텔레콤은 스마트폰 시대와 결합상품 본격화로 제한된 이동통신 레드오션을 타개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그 목전에서 이미 ‘일모도원(갈 길은 머나 해가 이미 저묾)’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1등 체력으로도 이미 모든 걸 주도적으로 할 시대는 끝난 게 아닌지 스마트폰 시대의 통신 지형에 대한 호기심이 겹쳐 더더욱 이 문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