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베트남 최초 정유화학 공장서 ‘기술 한류’ 새 지평

[현장르포] SK에너지, 베트남 O&M 수출 현장

하노이=이철현 기자 기자  2010.11.03 11:28:42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일반인들의 왕래가 쉽지 않은 베트남의 한 조용한 도시에 SK에너지 기술이 빛을 발하고 있다.

2일 오후 도착한 베트남 중부 외곽지역 꽝아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정도 소요되는 다낭에 도착한 뒤 다시 버스를 타고 3시간을 달리면 베트남 최초 정유화학 공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산유국이지만 원유 정제시설이 없던 정유화학 공장이 건설된 베트남 빈선정유화학 공장 (BSR). SK에너지의 전문 기술인력 100여명이 지난해 9월부터 파견돼 정유화학 공장의 전반적인 가동 노하우와 유지보수 기술을 전수하고 있는 현장이다.

   
▲ 문석숭 부장(사진 왼쪽 세 번째)이 베트남 BSR 직원들에게 동력공장의 조절밸브 및 주변 기기에 대한 동작 원리와 점검 절차 방법을 전수하고 있다. 문 부장은 SK에너지에서 파견된 전문 기술 보유자다.

SK에너지는 지난 1998년 기술 수출이 시작된 후 △국내 에너지기업 역사상 최대의 해외 기술인력 파견 △단일 기술수출 최대 규모 △국내 최초로 해외 정유화학 공장 운영 총괄 등 기술 수출의 새 지평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에너지와 BSR은 지난해 9월 베트남 최초의 정유화학 공장의 O&M(공장운영 및 유지보수) 서비스 계약을 체결, 공장 운영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울산 공장의 석유생산, 생산기술, 생산관리, 설비관리 등 분야별로 경력 10년 이상의 전문가 103명을 1차로 파견했다. 현재 1단계가 완료, 50명은 귀국했다.

직원들이 베트남으로 떠날 때 한국에서 가져온 것은 간단한 짐과 베트남어 사전이 전부. 수 십년 동안 쌓아온 그들의 노하우를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본인들의 지식과 열정만이 필요했다. 공장 곳곳에서 SK에너지 직원과 BSR의 베트남 현지 직원들이 설비 및 공정에 대해 진지하게 의논하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촘촘히 연결된 파이프 사이로 어떤 제품이 어떻게 이동되는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지 않으면, 왠만한 엔지니어들도 이해할 수 없는 정유공장의 현장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기에 어느 국적의 석유화학 공장인지는 중요치 않아 보인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현재 경제 부흥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BSR 정유화학 공장도 베트남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가운데 하나다. 베트남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베트남(PVN)이 약 25억달러를 투자, 일산 15만 배럴의 정제시설(CDU)과 일산 7만 배럴의 중질유분해시설(FCC) 등 14개 공정을 가동하고 있다.

BSR 공장은 베트남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유산업의 역사에서도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다. 1962년 국내 최초의 정유회사(당시 대한석유공사)로 시작해 48년의 세월이 흐른 후 이제는 다른 나라의 최초 정유공장 가동에 기술력을 전수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지난 1964년 일산 정제능력 3만5000배럴의 제1상압증류시설을 수동으로 정상 가동, 국내 최초 석유제품을 생산한지 반세기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저 멀리 타국의 정유공장에서 다시 한 번 첫 석유제품을 만들어 내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 낸 것.

SK에너지는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7월에는 정유공장에 이어 BSR과의 신규합성 수지(폴리프로필렌, PP)공장에 대한 운영 및 유지보수 계약도 체결하는 등 베트남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다지고 있다.

화학공장에는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SK에너지의 생산기술, 생산관리, 설비관리, 안전∙환경∙보건 등 각 분야별로 경력 10년 이상의 전문가 20여 명과 글로벌 기술인력 10여 명을 선발, 지난 7월 추가로 파견했다.

SK에너지는 BSR정유공장의 O&M 서비스를 포함, 중질유 분해시설에서 생산되는 프로필렌(Propylene)을 원료로 연산 15만톤 규모의 합성수지 제품을 생산하는 전 공정을 관리한다.

한편, SK에너지는 48년에 걸쳐 정유 및 정유화학 공장을 운영하면서 축적한 기술 및 노하우를 체계화해 전 세계를 무대로 기술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1998년 대만 포모사(Formosa)를 시작으로 2007년 싱가포르 JAC, 2008년 인도네시아 페르타미나사, 지난해 베트남 BSR 등과 O&M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활발한 마케팅을 통해 해외기술 사업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