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천명씩 쏟아지는 신규 의사에 경기불황까지 겹쳐 의사들의 직업적 전망이 장미빛만은 아닌 가운데 이민에 눈을 돌리는 의사들이 크게 늘고 있지만 이 또한 순탄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 문제와 더불어 국내 의사 면허증을 인정해 주는 곳이 없어 외국에서 의사 활동을 하려면 다시 의사 면허증을 취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쩔수 없이 의사 자격증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민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해외유학어학연수박람회·해외이주이민박람회’ 참석차 방한한 캐나다 BC(British Columbia)주 안수경 이민관은 26일 “캐나다 이민에 대해 묻는 의사들이 많다"며 "관심이 대단하다”고 밝혔다.
이틀 동안 진행된 행사에 100여명의 의사들이 참석, 캐나다로 이민을 가기위해 준비해야 될 사항들과 캐나다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이 어떤 것이 있는지 묻는 질문이 많았다는 것이 안 이민관의 설명.
하지만 이민을 준비하는 의사들 대부분이 캐나다에서 의사 면허증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지 기술이민보다는 투자이민을 묻는 질문이 많았다.
기술이민은 일부 특정 업종에 종사할 수 있는 경우로 최근 캐나다에서 수요가 많은 건설업자 등이 이에 해당되고 투자이민은 일정금액(광역지역 80만달러이상, 외곽지역 30만달러이상)을 투자해 영주권을 받는 경우로 캐나다는 한국 의사 면허증을 인정하지 않아 이민을 희망하는 대부분의 의사들이 투자이민을 선택하고 있다.
안 이민관은 “의사를 못해도 좋다며 캐나다로 이민 온 경우도 있다”고 언급하며 “한국에서 의사로 대접을 받다가 캐나다 영주권을 획득해 작은 영세업을 하는 의사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박람회를 찾은 의사들이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으로 자신의 능력보다 자녀들의 교육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어 자녀들의 조기유학을 목적으로 이민을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입시제도의 잦은 변경과 늘어만 가는 사교육비 등으로 이왕이면 선진국에서 자녀교육을 시키겠다는 것.
그는 “캐나다의 경우 출산율 저하로 학생이 부족한데다 과외활동 등 기반시설이 잘 이뤄져 조기유학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여기에 편승해 아이에게 더 좋은 교육을 시키려고 이민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민을 선택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안 이민관은 "이민이나 어학연수, 유학 등으로 한국인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캐나다 정부도 한국 의사 면허증의 허용을 놓고 협의 중이지만 아직은 어렵다"고 언급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캐나다 대학측의 협력도 끌어내야 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 안 이민관의 생각이다.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직 종사자가 턱없이 부족한 캐나다조차 의료인 이민에 관해선 철저한 이민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국내 의료종사자들의 이민은 한동안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