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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씨 전자책 신간] ‘아버지는 아들과 연애중’

‘88만원 세대 필독 에피소드 133편’ 저자 차승현씨 인터뷰

김민주 기자 기자  2010.11.01 08: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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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참 답답한 세대라고 부른다. 취업이 되질 않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88만원 세대’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마저 붙는 요즘 청년세대들이다. 장기적 경제 부진으로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대로 치솟으면서 대학 5학년이 생겨나고, 열악한 조건의 중소기업을 기피하면서도 취업 재수를 밥 먹듯이 하는 이들은 철부지들로 놀림감이 된다. 심지어는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다는 소리마저 듣는다.   

   
 
그나마 풍요로운 세대였던 50년대생의 부모님을 둔 탓에 이들은 취업준비다 어학연수다 누릴 것도 많이 누렸고, 배울 것도 많이 배웠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선택과 고민에 있어서는 어느 세대보다 느리게 움직인다. 흔히 이들이 도전의식도, 지혜도, 열정도 없는 게 아니냐는 뻔한 소리도 나온다. 

그것도 그럴 것이 사회 환경과 무관치 않을 터이지만, 취업의 눈높이는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이고, 취업문 좁은 줄 모르고, 시험장 넓은 것만 안다. 학력위주 사회가 이들을 주눅 들게 하고, 재력이 학력이 돼버린 현실에서 그럴 만도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서 불만만 늘어놓는 것은 꼭 주변 탓도 아니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잘못된 생각과 판단을 하게 만들었을지 모르겠지만 언제까지 사회와 가족만 탓할 수는 없을 터이다.

외형으로 드러난 이들 세대들은 386세대처럼 이념이라는 정형화된 정체성도 없고, 감정의 과잉이 조롱감이 되는 무감각의 세대, 내용보다는 스펙과 형식에 매달리고, 실력보다는 인맥을 중시하는 겉모양만 뻔지르르한 촌뜨기가 되어 버린 우리 청년세대들은 지향점이 사라진지 오래다.

이들이 누구 보고 배웠을까마는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어른상이 없다는 현실이 뼈아픈 대목이다. 정의와 진실이 비대칭한 시대에 우리 청년들이 헤매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싶다. 하지만 부모의 뱃속을 떠나는 못하는 어린 캥거루처럼, 우리 청년들이 자꾸 부모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은 분명 우리 사회에 큰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그래서 군대에 간 88만원 세대 아들을 위해 58년생 개띠 아버지의 집요한(?) 잔소리는 하나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아들의 군대 생활 내내 무려 133편의 편지를 썼다던 이 아버지는 바로 우리가 소개할 책의 주인공이다. 

한땀 한땀 쓰여진 이 편지들은 우스갯소리나 늘어놓은 것이 아닌 우리 청년 세대들이 눈여겨봐야할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동서양과 문학과 예술, 과학, 역사들 뛰어넘은 해박한 지식의 저자는 매 편지마다 에피소드를 통해 아들에게 격려와 용기, 도전, 열정을 심어주고 있다. 아들이 장가가는 날 책으로 엮어서 전해주기 위해 편지를 쓰게 됐고, 이렇게 책으로 엮기 위해 썼다던 저자는 우리 세대 완벽한 아버지였다.
다음은 저자 차승현씨와의 일문일답.

-왜 가족이라는 주제로 책을 쓰셨나요? 이번이 가족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책인데.

   
<저자 차승현>
“인터뷰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우선 우리 가족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해드리면 상당 부분에 대해 이해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85년에 결혼하여 86년에 영주와 태수, 남매 쌍둥이를 만나게 됐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사회에 대한 인성이 채 싹트기도 전인 19개월만에 리비아에서 해외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삼성그룹의 삼성건설(현재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근무했는데 단독 부임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3년 동안 해외근무를 하게 되었고, 간간이 휴가는 있었지요. 이런 내용은 ‘초보아빠 고참 되기’(저자의 첫 번째 책)에 이미 잘 나타나 있습니다. 해외근무 후 아이들이 인성검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 결과는 저에게 충격을 줄 정도였습니다. 아이 둘이 놀랍게도 너무 똑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머리가 좋은데 사회성과 준법성이 없으면 나중에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사회성과 준법성은 평소에 아빠로부터 배우는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엄청 안타까운 심정이었지요. 그런데 사회성과 준법성의 회복을 위해서는 자연을 많이 접하게 하라는 말도 같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좋아하던 등산(삼성건설 산악동호회장도 했었음)을 가족과 같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등산뿐 아니라 90년에는 가족이 다 함께 인라인도 타러 다녔고, 그 후 검도도 가족이 다 함께 했으며, 아들과는 똑같은 아이스하키팀에서 운동하기도 했지요. ‘초보아빠 고참 되기’는 태어나는 것부터 10살까지의 내용입니다. 물론 책 발간 이후에 썼던 것은 나타나있지 않은데, 그것까지 포함한다면 초등학교까지의 내용이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에 들어가게 되니까 아무래도 같이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해야 되겠지요. 그렇다고 아이들과의 대화가 단절되었다는 표현은 아닙니다. 다만 공부를 해야 하니까 대화가 줄어들었을 뿐이라는 말이지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아빠가 함께 있지 못해서 발생했던 결과에 대한 충격이라고 할까요. 그것이 아마도 특별히 가족과 아이들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초보아빠 고참 되기’에서도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나 뛰어난 사람이 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으로 살 수 있었으면,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우리 시대의 가족과 자녀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요?

“요즈음 식당 또는 공공장소 등 질서 또는 예의를 지켜야 하는 곳에서 어린아이들이 부모 곁을 떠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들을 발견하는 경우가 왕왕 있지요. 그리고 그것을 지적하거나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를 나무라게 되면, 그 부모가 화를 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생각하십니까?

“내 아이니까? 물론 내 아이는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고 하지요. 그렇지만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것은 부모가 잘못 가르치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가족은 함께 생활하는 기본 요소입니다. 그런 기본 요소가 출발하는 시점은 아이들이 출생하는 시점인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시점도 그 때부터이고요. 관심을 가지는 것은 부모뿐 아니라 어른의 몫이겠지요. 선 경험자로서의 관심과 조언, 그리고 때로는 따끔한 충고 등등. 그런데 요즈음에는 그렇지 않은 어른들이 너무 많은 것 같네요. 한 마디로 다시 한다면 어른들이 많아야 하는데, 나이를 먹은 노인들이 많다는 뜻이 되지요. 어른과 노인은 그 의미가 다릅니다. 무조건적인 사랑도 아이를 망치는 일이지만, 관심이 없는 가족들이 어떻게 해체되는 지는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서 많이 접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가족이라는 것에만 한정하고, 그것에만 집착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실제로 군대에 계신 아드님에게 쓰신 편지가 맞습니까?

“태수는 2007년 1월에 입대해서 2009년 1월초에 제대를 했습니다. ‘군대 가는 편지’가 전자출판 예정이라고 하니까 영주는 묻더군요. 태수가 허락을 했느냐고.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영주와도(영주는 태수와 함께 태어난 남매 쌍둥이이며, 현재 호주에서 연수 중에 있습니다.) 메일을 주고받는데, ‘하이루~ 대디, 안녕~ 내 딸’은 후일 영주와 상의해야 되겠지요. 사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라면 군대에 가야 하는 것은 정해진 것이겠지요. (가끔은 그것을 역행하다가 우스운 꼴을 당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리고 아이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의 심정이란 거의 비슷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편지를 쓰고 안 쓰고의 차이는 있겠지만, 편지를 쓰지 않았던 부모들의 가슴 속에서는 130여통보다 훨씬 많은 수천의 편지들이 접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그 중의 일부를 글자로 옮겼다고나 할까요?”

-아드님이 이 중 답장을 몇 번이나 했나요? 아드님의 군대생활에 도움이 됐다고 하나요? 긴 장문의 편지에 대해 아드님의 첫 반응은 어땠나요?

“저도 웃음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아들이 답장을 한 편지는 훈련을 받으면서 썼던 것인데, 아마 8~10통 정도 되는 것 같네요. 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근무하면서부터는 주둔지에 있을 때는 휴가도 잦았고(수방사였기 때문에), 요즈음은 군대에서 집으로 전화를 할 수 있으니까 편지보다는 전화가 쉬웠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들이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아빠가 보낸 편지는 한 번을 읽어서는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두 번, 세 번을 읽어야 그 뜻을 이해하겠다고 하더군요. 아들의 군대생활에 아빠의 편지가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겠지만 아빠의 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2~3번 읽었다면 그 답이 될까요? 훈련을 받고 있을 때였지요. 아들에게 ‘지나간 바람은 춥지 않다’라는 말을 써준 적이 있었지요. 그리고 약 2주 정도가 지나서 아들의 편지가 도착을 했는데, 말미에 PS를 붙이고 커다랗게 글을 썼더라고요. ‘지나간 바람은 춥지 않다’라고. 훈련을 받는 도중 아들보다 후임으로 들어온 후배들이 묻더랍니다. ‘선배님, 훈련 힘들지 않아요?’ 그래서 아들이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얘기했대요. 그리고 아빠에게 답장을 한 것이었습니다.”

-아드님과 대화를 많이 못 나누신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아드님과 사이가 안 좋으셨나요? 아드님이 편지를 읽는 것을 싫어하시지는 않던가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주 충분하게 대화를 많이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고등학교, 재수 2년의 과정을 거치고,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입대했으니까요.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 덕분(?)에 아주 충분한 대화를 할 수가 없었지요. 그렇지만 나름대로의 대화는 주로 밤에 야식을 먹으면서 많이 나누었습니다. 사이도 덕분에 그냥 야식을 같이 먹는 사이라고 말하면 되고요. 편지를 써서 활자화가 되니까 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대화를 하게 되면 말이라고 해야 되겠지요. 야식을 먹으면서 얘기를 하던 것이 활자화되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대화를 많이 나누지 않는데 특별히 군대에 있다고 해서 해줄 말이 생기지도 않은 것 같고, 사이가 좋지 않은데 편지로 화해할 일도 없을 것 같고, 싫어하는데 굳이 써서 보내줄 일은 더더욱 없을 것 같네요. 다만 영주가 질투가 나는지 그런 말을 했었지요.  아빠랑 태수랑 연애한다고. 그런 논리라면 지금은 아빠랑 영주랑 연애한다고 해야겠지요.

- 글 중에서 부자가 되는 방법, 아드님이 그렇게 하고 있나요?

“우리 집에서는 경제활동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습니다. 책상을 사든지, 침대를 사든지, 자전거를 사든지 등등 어느 정도 가격이 비싼 물건을 구입하고자 하면 구입의사를 밝히고 50%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50%를 엄마 아빠인 저희가 지원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경제적으로 타이트하게 생활하는 편이라고 할까요.(물론 없어서도 그렇겠지만) 이 대목에서 아들 흠을 보아도 되나요? 간혹 아들에게 아빠 사무실에서 알바 하라고 하면 아들은 이런 말을 하곤 하죠. ‘집 내부에서 왔다 갔다 하는 돈은 돈이 아니다. 돈은 밖에서 벌어 와야 한다.’ 용돈을 많이 주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윤택하지는 않아도 빈곤하지는 않았거든요. 어쨌든 어떤 때는 알바를 밤 늦도록 합니다. 그래서 택시비로 지불하는 금액이 아들이 받는 알바 금액의 절반 정도가 될 정도이니까요. 그러니까 결국 부자가 되는 방법대로는 못하고 있는 것 같네요.

-2002년 직장에서 은퇴하셨는데요?

“‘부자가 되는 방법’에서 이렇게 말했지요. 돈 걱정을 하지 않고 할 일도 없는 은퇴자가 재미있게 생활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하고. 저는 삼성그룹에 입사해서 경리, 재무, 세무, 관리, 홍보, 인허가 등 많은 분야를 경험했었습니다. 근무처도 삼성건설에서 국내와 해외에서 근무를 했고, 삼성그룹 비서실소속 그룹사회공헌팀에서도 근무를 했습니다. 그런데 눈 깜짝할 사이에 20년이 흘러가더군요. 다시 한번 눈 깜짝하면 언제까지 근로자로 있어야 될지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20년만에 퇴직을 결심하게 되었지요. 물론 1일은 사직서를 받아주지 않아서 제가 직접 가서 처리해달라고 해서 걸린 시간이구요. 그래서 20년 1일간 삼성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나와 보니 그저 그렇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밀려났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현역에 근무하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가라도 등 떠밀어도 절대 못나간다고 해라’라고.”

-원래 이렇게 해박하신가요? 편지를 쓰기 위해 따로 공부하신 건가요?

“낯 간지럽습니다. 그리고 원래 해박한 사람은 더더욱 없으니까요. 다만 책을 읽고, 나름 생각하고 하는 것을 좋아할 뿐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중고등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모두 섭렵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끄적거리면서 적어 놓은 나름대로의 모음집도 있습니다. 저는 그래도 그것을 ‘시 모음집’이라고 합니다. 세상에 편지를 쓰기 위해 따로 공부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물론 신문에 나왔던 것이나, 하고 싶은 말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을 때에는 책 등을 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따로 공부를 한다는 것과는 다른 것 같네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군대는 젊은이들의 무덤이 아닙니다. 현실사회는 군대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난관이 놓여 있습니다.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신체 건장한 청년이라면 당연히 군대를 가야지요. 그런데 왜 군대를 회피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곳이라도 희망은 있습니다. 절망을 희망과 낙관으로 바꾸는 것은 다 마음먹기 달린 일입니다. 어렵다고 피하면 인생 대부분을 피해만 다녀야 할 겁니다. 저는 제 아들이 현실을 외면하고 도피해서 인생을 낭비하는 패배자가 되지를 않기를 바랐습니다. 또 저는 어떤 환경이든 본인의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쓸모없는 기간이었다 해도 본인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들이 복무하는 기간에 현재와 미래의 보다 나은 생활태도를 위해 조언을 하는 것이라고 느꼈고, 그래서 아들이 군대에 있는 기간을 활용하고자 했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