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나라에서 손꼽힌다는 건설사들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하지만 실적만큼, 아니 실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건설현장 인명사고다. 사고로 인한 손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크나큰 손실이요, 아픔이요, 결코 발생해선 안 되는 악재 중 악재다. 기업 이미지를 한없이 추락시킴도 불문가지다.
올해 주택시장 침체 국면은 유난히 오랫동안 지속됐다. 그만큼 각 건설사들도 국내 주택시장뿐 아니라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등 회사 실적 개선과 성장을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택시장 침체가 짙었던 지난 3분기 건설사 실적에서는 해외수주 물량이 확보된 기업과 국내 주택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건설사들이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물론 국내 주택리스크로 인해 상대적으로 실적이 악화된 곳도 있었지만 주택시장 회복과 회사의 자구노력 등을 발휘해 오는 4분기 또는 이후에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러나 건설현장 인명사고는 실적 발표 후 분석하는 전망과 실적 개선에 대한 희망 등과 달리 사전에 대비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건설현장에서의 작은 사고가 자칫 대형 참사를 불러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 곳곳의 건설현장에서 크고 작은 인명사고가 이어졌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3위 업체인 GS건설은 지난 6일 합정동 서교자이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면서 인부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GS건설의 안전불감증은 올해에도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올초 ‘산재사망 대책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에서 발표한 자료에서도 GS건설이 원청으로 있는 사업장에서 2009년 한 해 동안 총 1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나와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경기도 의정부에서 경전철 공사현장에서도 4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당하는 등 대형 참사를 빚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 발표된 ‘건설사별 사망재해 현황’에서 지난해 7월까지 사망재해와 사망자수가 가장 많았으며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서도 이름을 올렸다.
건설현장 안전불감증 문제는 비단 GS건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1위 현대건설은 사망재해에서도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 국감기간 중에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10대 건설사 현장 사망자 발생현황’ 자료를 검토한 결과 현대건설이 건설현장 안전불감증 문제가 지적된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현대건설의 공사현장에서 가장 많은 29건의 사망재해가 발생해 모두 33명의 근로자가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또 국내 상위 건설사인 △대우건설(22건, 25명 사망) △GS건설(16건, 20명 사망) △삼성물산·대림산업(각각 15건, 15명 사망) △포스코건설(11건, 11명 사망) △현대산업개발(5건, 5명 사망) △롯데건설(13건, 13명 사망) △SK건설(8건, 10명 사망) △두산건설(7건, 7명 사망)등도 자료를 통해 공개됐다.
특히 이 자료를 검토한 이정선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통계로 나타난 산업재해는 실제 사고의 10%에 불과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밝힌 만큼 이밖에 알려지지 않은 사고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건설현장 안전불감증 문제들이 매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굳이 민감한 부분을 감추려 하는 건설사들과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분기마다 발표되는 실적은 건설현장에서 인부들이 흘리는 흙 묻은 땀과 뜨거운 피도 섞여 있다.
건설사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실적에 목을 맨다. 하지만 공사현장에서 죽어나간 인부들의 가족들은 목을 매 죽고 싶을 만큼의 크나큰 슬픔 속에서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