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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량진역 환승 불편’ 누구 책임일까?

서울시 “당장 공사하라” vs 도시철도시설공사 “설계 다시 하라”

김병호 기자 기자  2010.10.29 11: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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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 강남과 강서의 노른자위 지역을 횡으로 관통한다 해서 이른바 ‘황금노선’으로 불렸던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된 지 1년 반이 다 돼간다. 하지만 당초의 뜨거웠던 호응과는 달리 시민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현재까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노량진역 환승 시설 때문이다. 환승 공사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 흔히 봐왔던 기관들의 책임 떠넘기기 결정판을 보는 듯 하다. 과연 문제가 뭔지 내막을 들춰봤다.

   
현재 지하철 1‧2‧3‧4호선은 서울메트로가, 5‧6‧7‧8호선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을 하고 있다. 또 코레일은 철도와 1‧3‧4호선 그리고 분당선, 중앙선, 경의선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9호선은 유일하게 서울메트로9호선(주)라는 민간회사가 운영 중이다.

지난해 7월24일 개통된 9호선은 운행한지 1년4개월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큰 빈틈이 메워지지 않고 있다. 개통과 함께 문제가 제기됐던 노량진역 1호선 전철과 9호선 지하철 환승구간 미완공 상태가 바로 그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이 빈틈 때문에 큰 불편을 겪고 있지만 언제 개선될 지 알 수가 없다. 교통카드로는 환승하는 데 장애가 없지만, 지하철역에서 파는 일회용 승차권을 이용할 경우 환승이 안 된다. 환승을 위해선 표를 하나 더 사야한다.

개통 초기 9호선은 급행열차 도입, 넓은 좌석 등의 최신시설로 21세기 지하철 모델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편함을 생각지 않는 안일한 행정 태도는 ‘구닥다리’ 그 자체다.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는데 여태껏 환승 시스템이 완공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메트로9호선의 얘기를 들어보면 코레일 책임인 것 같고, 코레일의 얘기대로라면 한국철도시설공사 책임이다. 서울시도 책임을 면키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책임공방은 듣기에도 어지러웠다.

각 입장들을 들어보자.

서울메트로9호선 관계자는 “애초에 9호선이 들어가면서 코레일이 노량진 민사역사 재공사에 대한 사업을 진행했었고 사업권 또한 서울시와 코레일 측이 가지고 있다”며 “시민들의 불편함을 알고는 있지만 (우리가) 직접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코레일에서 민자역사를 새롭게 공사하는 중에 민간투자 유치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차라리 메트로 측에 관련 권한을 주었다면 훨씬 일이 수월하게 진행됐을 것”이라며 탓을 코레일 측으로 돌렸다.

코레일은 국토부 산하 소속이고 메트로는 서울시 관할이어서 이 때문에 공사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는 해석도 있고, 환승 공사는 한국철도시설공사 관할이기 때문에 이곳 책임이라는 주장도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민자역사 공사에는 관여를 했지만 환승통로는 국토부 산하의 한국철도시설공사에서 주관을 해 그쪽으로 문의를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코레일 측에 따르면, 코레일은 철도 운영을 담당하고, 한국철도시설공사는 관련 공사를 맡고 있는 같은 국토부 산하의 기관이기 때문에 문제의 노량진역 환승 공사는 국토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

서울시 측도 한국철도시설공사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2008년부터 2009년 12월까지 한국철도시설공사에게 183억원의 지하철 환승통로 공사비를 지급한 상태고 수차례 공문을 보내고 협의 하에 있다”며 “민자역사로의 새로운 모습을 위해 관련 사항을 진행중이였지만 코레일과 민자역사 관련사항에서 소송이 진행됨에 따라 한국철도시설공사의 공사가 지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서울시는 한국철도시설공사에 일주일 전 공사를 진행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한국철도시설공사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초 민자역사가 사실상 사라진 이상 노량진역 환승 시설 공사의 계획이 처음부터 재검토 돼야 하고 서울시가 새롭게 시설에 대한 설계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다짜고짜 공사를 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코레일 측은 민자역사를 완공할 당시 환승통로를 구축해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었지만 민간자본이 개입된 민자역사를 맘대로 진행하기 어려웠다. 현재 민자역사와 관련해 코레일은 4개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코레일 측은 “현재 민자역사는 우리의 손을 떠났으며, 지난 1월 초 민자역사가 취소, 2월에 공사가 중단됐다”며 현재는 서울시 측의 “환승통로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노량진민자역사(주)는 코레일이 노량진역을 민자역사로 새롭게 재탄생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각종 소송에 얽히면서 민자역사의 존재가 사라져버렸고 노량진역은 주인 잃은 망아지 신세로 전락한 꼴이다.

1호선을 타고 노량진역에 내려 9호선을 갈아타려면 환승창구를 돌고 돌아 밖으로 나와야 하고 일회용 승차권을 구매한 고객이라면 돈을 들여 승차권을 다시 끊고 나가 다시 역으로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금도 이곳 역사에서는 고객들과 역 관계자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노량진역 환승통로 공사 현장엔 어정쩡한 그물망이 쳐져 있다. 관련 기관들의 ‘책임 떠넘기기’ 혹은 ‘나 몰라라’ 행정 처리의 흉물스러운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