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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들의 ‘먹거리 비양심’ 솎아내려면…

전지현 기자 기자  2010.10.29 10: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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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민 여러분이 대한민국 주인이십니다. 국민 여러분이 정치인을 키워주신 부모이십니다. 국민 여러분만이 이 나라 정치의 희망이십니다. 국민 여러분 회초리를 들어주세요. 말 안 듣는 정치인들에게 사랑의 회초리를 때리셔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회초리로 이 나라 정치를 바로잡아 주십시오.”

지난 27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미니시리즈 ‘대물’의 마지막 장면 속 서혜림의 대사는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드라마 속 그녀의 발언은 부정비리를 저지르고 나라의 장래보다는 당리당략을 앞세우는 부끄러운 정치인들을 겨냥했지만 이는 기업인들에게도 시사한 바가 컸을 것이다. 

현재 기업은 도무지 소비자를 존경하지 않는 것 같다. 소비자는 지금껏 기업을 키워준 부모같은 존재지만, 기업은 소비자 속에서 기업이 살아 갈 수 있다는 기본원칙과 마인드를 점차 잃어가는 모습이다.

지난 목요일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대기업 포도씨유가 100%가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관세청과 식약청에서는 문제 업체들의 제품을 수거해 성분분석을 하는 등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해당 기업들이 안일한 방법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적발된 기업으로 거론된 동원은 문제 발생 후에도 식약청 발표 후까지 지켜본다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아닐 경우를 대비해 매장의 매대에서만 해당 제품을 내렸을 뿐 전면적인 철수 및 폐기 처분 조치에 들어가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아울러 전 의원이 제시한 식품규격(CODEX)에 대해서도 “국제 기준일 뿐 국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기준”이라며 “수입원액 정제 과정 및 원산지에 따라 낮아질 수 있다. 그리고 제품 표면에 99.98%라고 표시하기도 했다”며 식약청 결과가 나오면 진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동원뿐만이 아니라 해당기업으로 거론된 대상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전 의원 측은 그들의 말대로 라면 전반적인 수치가 낮아야 함에도 포도씨유로 정의할 수 있는 토코페놀 성분만이 특히 낮게 나온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상품별로 심지어 60%이상 차이나 난 것도 있어 상식적으로 그들의 주장이 맞지 않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이물질이 발견됐을 때도 주장하는 바가 한결같다.

이슈가 발생하면 제조상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상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그리곤 소비자를 일단 블랙컨슈머로 몰아간다. 이후 한 달 혹은 심지어 석 달이상이나 걸리는 식약청 조사가 끝날 때까지 그들의 결백을 일관되게 주장하곤 한다.

그러는 사이 소비자들과 언론의 머릿속에선 흐지부지 잊혀진다.

문제의 핵심은 몸에 해로운 먹을거리는 만들지도 팔지도 말아야한다는 대명제가 바탕에 깔려있다는 것이지만 기업의 행동은 항상 똑같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먹을거리의 생산․유통․판매 과정을 직접 검증할 수 없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대기업일수록 그들의 제품과 함께 신용을 산다. 때문에 사건이 터질 때마다 소비자들이 갖는 불신과 실망은 더할 나위 없게 된다.

   
 
기업이 소비자가 기업을 키운 부모이며 희망이라는 근본 마인드를 되새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어떤 먹을거리를 만들더라도 이윤만 내면 된다는 악덕 기업가 정신이 우세하다.

‘대물’ 속 서혜림의 대사처럼 기업인들이 소비자를 섬기지 않고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소비자의 책임도 있다. 소비자가 기업이 썩었다고 손가락질하고 조롱하고 수수방관하면 기업은 소비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충(?) 그러다 말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보다 강한 회초리로 비양심적인 기업정신을 지속적으로 때려야 하지 않을까. 할 수 있는 법적대응과 집회․항의 등의 ‘회초리’를 총동원해야 ‘먹거리로 장난치는’ 썩은 경영마인드를 이 땅에서 솎아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