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982년 출범, 당시 은행 점포 1개. 차별과 역경 속에서도 자수성가한 재일교포들이 모아 모국에 금융기관을 세우기로 한 소망을 담아 출발한 신한은행의 시작은 이렇게 미약했다. 이미 기라성 같은 은행들이 분할하고 있던 은행계에서 후발주자인 이 은행이 설 자리는 많지 않아 보였다.
이런 은행이 28년 후인 2010년에는 영국의 권위있는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에서 발간하는 잡지 ‘더 뱅커(The Banker)’가 선정하는 기본자본 기준 세계 1000대 은행에 당당히 진입했다(신한지주 기준 87위). 아울러 KB금융의 주력을 맡고 있는 국민은행이 현재 수익성 악화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추진하는 상황이고 하나은행이 대주주인 테마섹의 이탈선언, 우리은행이 민영화 문제 등으로 고민이 큰 상황에서 신한은 상대적으로 이삭줍기에 유리하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신한사태 여파로 이백순 행장 등 지주와 은행 최고위 인사들이 곧 물러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미 새로운 관련 규준에 따라 회사 경영진과 이사회가 분리됐고 이 기회에 분위기를 일신하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전화위복의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 역시 제기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과거부터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정신으로 입지를 넓혀왔다. 시장통에 일수통장을 집어든 직원들이 카트를 끌고 상인들을 찾으며 동전교환을 하는 출장수납을 실시하면서 저변을 확대했다.
<사진=서울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 |
이처럼 ‘찾아가는 은행’이라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면서 차근차근 쌓아온 저력은 금융권이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흔들리면서 오히려 빛을 발한다. 100년 전통의 조흥은행을 합병한 신한은행은 ‘조상제한서’ 등 5대 공룡이 사라진 자리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유지, 확장하면서 한국 금융시장을 빠르게 점령했다.
훗날 신한금융그룹이 은행과 증권, 보험 그리고 카드업 등 금융전반으로 계열을 확장하면서 ‘신한 웨이(Way)’라고 이름이 바뀌긴 했으나, 당초 어느 학자가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신한 전반을 지배하는 독특한 정신은 ‘신한뱅크(은행) 웨이’라고 불렸다.
이미 언급한 출장수납의 정신은 이후 성장을 거듭하면서도 깊이 각인돼 신한은행이 늘 새로운 도전정신을 갖고 고객 니즈를 발굴하는 데 기여했다.
신한은행은 국내 최초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무인 점포,인터넷 뱅킹을 시작해 은행사에 이름을 남겼으며 지금도 마이카 대출, 월복리 적금을 선보이는 등 소매금융 업계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또 금융권 최초로 고객만족센터를 설립,서비스 마인드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은행계에 CS(고객 만족)의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키기도 했다.
현재 신한은행은 밖으로는 글로벌 사업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안으로는 카드, 증권, 보험 등의 계열사들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부실기업 정리 케이스로 팔려온 구 LG카드가 현재 국내 1등 신한카드로 큰 데에는 신한은행의 물심양면 지원과 고객 시너지 효과 창출이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이제는 그 신한카드가 다시 은행과 손잡고 포인트 활용도를 극대화한 S-MORE 카드+S-MORE 포인트 통장의 협조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신한웨이’의 핵심은 고객과 영업 중시,파이팅 스피릿,능력 위주의 공정 인사,한발 앞선 혁신 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2년 뒤 창립 30주년을 맞는 신한은행이 2009년 이후 자본시장 통합법 시행에 따른 경쟁 패러다임의 변화에 지금처럼 성공적으로 살아남아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