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보수적인 인식이 강한 금융회사답지 않은 현대카드의 최근 행보가 관련업계를 넘어 산업 전반에 걸쳐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세계, KT 등 국내 대기업들은 현대카드를 배우기 위해 방문한 바 있다. 현대카드가 주목을 받는 것은 자신들이 종사하고 있는 업종 외에 다른 모든 분야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들에게 맞게 재구성하는 데 있다. 단순한 카드결제를 넘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금융을 제공하는 현대카드를 분석했다.
고객을 응대하는 위치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CS(고객만족)이라는 단어는 달고 살 것이다. 현대카드는 이 CS를 ‘Customer Solution’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이 용어는 적극적이고 선제적 대응 의지를 담아 고객에게 최단 시간 내에 문제해결책을 제시하자는 뜻이 담겨져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 몇 년간 회사의 외형성장에 비해 고객불만처리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고객만족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카드는 1260건의 개선과제를 도출해 CS혁신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 회사가 고객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고객과 유관기관 담당자들을 본사로 초청해 토론회를 가졌다. 다양한 관점에서 회사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쓴소리도 자양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카드회사에서 이런 행사를 만드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카드 계약을 해지한 고객으로부터도 문제점과 해결책을 구하는 것이 주목할 만 하다는 평가다.
<사진=현대카드 정태영 사장> |
고객만족 관련 개선과제의 발빠르고 중복업무를 피하기 위해 RM(Relationship Manager)제도도 시행중이다. 이 제도는 각 본부별로 지정된 RM이 상시 개선과제를 취합해 중복된 과제를 걸러내고 사안이 중대한 과제는 프로젝트로 분류하는 등 사후처리를 위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매월 각 실장 및 본부장들은 개선과제에 대한 진행현황과 처리결과를 정태영 사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있다. 1200건이 넘었던 개선과제는 올해 10월 현재 876건이 처리됐다.
현대카드는 고객의 불만이 들리지 않는 것은 회사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고 여의도 본사2관에 ‘통곡의 벽’을 설치했다. 정 사장이 뉴욕타임스 본사 방문 때 영감을 받은 것으로 독자들의 반응과 건의사항을 항시 모니터링해 긴장감을 유지하고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고객만족을 위해 구호만 외치고 끝나는 다른 회사들과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회사의 치부와 같은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외부인의 왕래가 빈번한 로비에 설치했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CS마인드를 혁파하지 않으면 회사의 미래도 없다는 정 사장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이와 함께 고위임원과 말단직원이 함께 근무해 사무실의 벽뿐만이 아닌 직급의 차이를 허무는 일도 과감하게 시도했다. 이들은 매월 둘째주 목요일마다 대강당에 모여 원활한 의사소통 및 업무협조를 높일 수 있는 합동 근무제도인 마켓 플레이스를 시행중이다.
현대카드는 대형기획사에서 일년에 한번 아니 몇 년에 한번 할까 말까한 초대형 공연을 한해에도 수차례씩 열고 있다. 이제는 모든 사람에게 익숙해진 고유명사 ‘슈퍼콘서트’다.
플라시도 도밍고, 휘트니 휴스턴, 스티비 원더 등 유명 성악가나 가수가 나온 이 공연은 현대카드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여놓은 계기가 됐다. 콘서트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를 국내로 불러들여 경기를 갖게 하는 등 국민들의 문화욕구 충족에도 한 몫하고 있다.
<사진=현대카드 본사> |
슈퍼콘서트에 출연하는 이들은 반드시 현대카드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해야한다는 규칙도 세웠다. 아티스트들은 현대카드의 본사를 방문해 이 회사의 비전과 사회에 대한 문화적 기여 등을 공유한다. 이때 현대카드 임직원들은 이들의 기자회견에도 참관할 수 있는 기회도 얻는다. 기자회견이 기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직원들에게도 최대한 많은 복지혜택을 돌려주자는 생각에서다. 수준 높은 이벤트답게 가격 또한 만만치 않지만 현대카드의 고객은 20% 할인 혜택을 받는다. 이 때문에 현대카드의 회원이 되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이런 슈퍼시리즈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에는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인턴십 프로그램 업무 제휴에 성공했다. 현대카드는 젊은 한국의 미술 인재들이 선진 미술 세계를 경험해 한국 미술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인 책들을 출판하고 놀라운 이벤트를 열고 도시디자인을 바꾸는 일들이 카드회사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무 것도 새로운 것은 없다고 우리는 믿는다. 자신의 영역을 깨본 사람만이 또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이라는 현대카드의 광고 문구처럼 고객들은 현대카드의 도전정신과 참신함을 계속해서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