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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청산도, 그 섬에 가고 싶다

느림의 미약 청산도, 가을철 체험행사 풍성

박진수 기자 기자  2010.10.25 14: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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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의 생활은 육지와 참으로 다르다. 섬 생활의 모든 것이 신의 영역이기에 다를 수밖에 없다.

섬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생존 본능이 존재한다. 그 본능에 맡겨 그저 순응하며 살뿐이다.

바람이 불면 부는 데로, 파도가 치면 치는 데로, 바다가 허락한 만큼만 순응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섬사람들에게는 욕심이 없다. 욕심을 부린다고 채워지지 않을 것이란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섬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하지만 그 숙명의 대가는 때때로 풍요로웠고 아름다웠다.

가을이 짙어갈 때 쯤 청산도를 찾았다. 하늘, 바다, 산 모두가 푸르다해서 청산(靑山)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섬.
완도에서 뱃길로 40여분을 달려 도착했다. 이곳 섬사람들 역시 신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고 순응하며 욕심 없이 살고 있었다.

슬로시티로 더욱 알려진 청산도는 ‘휴-Island’라고도 부른다한다.

완도 청산도의 가을은 참 신기했다. 자연이 빚어낸 경관에다 섬 군데군데에 누군가 뿌려 놓은 듯한 코스모스가 섬을 찾는 이들에게 무한한 감동을 줬다. 시간이 쓰여 놓은 석곡과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기암괴석들. 그리고 가을을 담고 있는 풍경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한 폭의 수채화다.

청산도는 꽤나 유명한 섬이다. 그래서인지 찾는 이들이 많았다. 마음의 여유를 얻기 위해 찾는 이들을 철선은 하루에도 수차례 왔던 길을 왕복하며 쏟아 내고 있다. 지금은 체험행사 기간이라 그 무리가 더 많은가 보다.

◆ 대표적 어촌체험 ‘휘리체험’...어종도 다양
배에서 내리자마자 급히 지리청송해수욕장으로 달렸다. 휘리체험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지리청송해변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움이 물씬 풍기지만 200년 이상 된 해송 약 200여그루가 자리한 해송 숲은 여름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거센 바닷바람을 한풀 꺾이게 해줄 것이다.

다행히 그리 늦지 않게 도착했다. 이제 막 휘리체험이 시작된 것 같다. 참가자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안전수칙을 설명 듣고 있다. 휘리체험은 청산도에서 행해지는 대표적인 어촌체험이다.

우선 참가자들을 3개 팀으로 나눴다. 양쪽 그물 끝을 잡아당길 2개 팀과 보트에 승선하여 그물을 바다에 던질 팀으로 짜여졌다.

승선팀이 체험진행자와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며 고기가 몰려 있음직한 곳 둘레에 그물을 풀어 놓는다. 그리곤 그물이 바닥에 닿을 때쯤 해변에서 그물 끝을 잡고 기다리고 있던 다른 팀에게 신호를 한다.

드디어 고기잡이가 시작됐다. 꼭 바다와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다. 이때 그물이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끌어 당겨야한다. 그물 틈이 생기면 큰 낭패를 볼 것이다.
   
 
신이나 그물을 당긴지 10여분, 드디어 그물에 잡힌 고기들의 펄떡거림이 보인다. 살기위한 몸부림일 것인데 한쪽에선 노력만큼의 희열을 느끼고 있다. 어쨌든 그물을 해변으로 끌어올리자 물고기가 한 가득이다. 당연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흥분된 모습 그대로를 표출하고 있다. 돌문어, 오징어, 참돔, 모래무지, 꽁치 등 청산도에 서식하는 다양한 어종이 잡혔다. 잡히는 어종은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한다.

◆ 구들장논에서 탈곡...씹히는 떡맛은 ‘일품’
오후 들어 청산도 구들장 논으로 향했다. 구들장 논에서 직접 벼 베기를 하고 그 수확한 햅쌀을 탈곡해 떡을 만들어 먹는 체험이다.

섬에서 논농사를 경작하는 모습을 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척박한 땅에다 농업용수도 없다. 그렇다고 농사 짓을 땅도 많지 않다. 그나마 경작할 수 있는 땅은 바닷바람에 이겨낼 수 있는 밭농사를 주로 한다.

그런데 청산도는 자투리땅에다 돌을 구들처럼 깔고 그 위해 흙을 부어 논을 만들었다. 자투리땅도 놀리지 않았던 부지런함과 섬사람들의 지혜에 감탄사 절로 터져 나온다.

뒤늦게 도착한 탓에 돌절구에 떡메 치는 모습부터 봐야 했다.

“아따 늙은이를 찍어 뭐에 쓸랑가” 구성진 전라도 사투리의 토박이 할머니가 흥과 맛을 돋운다. “떡고물을 묻혀 볼 끄나” 팔을 걷어붙이고서는 떡고물 그릇을 제자리로 옮겨 놓는다.

“떡은 칼로 써는 거 아니여, 요로코롬 접시로 잘라야 맛있당께” 할머니의 사투리 입심은 이어진다. “맛보드라고 이 맛 못 잊어서도 청산도를 다시 찾아오게 될뎅께” 떡고물 묻은 손으로 군 침 흘리고 있는 방문객들 입에다 직접 넣어준다. 진짜 이 맛을 못 잊어 청산도를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언제나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섬사람들의 여유롭고 싱싱한 삶에 흠뻑 취한 하루다.

◆ 지금 청산도는 다채로운 체험행사 풍성
지금 완도 청산도는 섬사람들의 생활과 바다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풍성하다. △청정해역에서 생산된 전복의 생김새와 습성, 생육환경 등 생태정보를 배울 수 있는 ‘전복 따기 체험’△ 어망으로 고기 잡는 ‘통발 체험’△완도의 특산품 멸치를 잡아 삶고 말리기까지의 ‘멸치잡이 체험’ 등 청산도 전통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완도군의 가을철 체험행사는 이달 31일까지 계속된다.

‘청산휴가 어울림 한마당’ 행사 일환으로 갖고 있는 이번 체험행사는 슬로길 걷기체험, 조개공예 만들기 체험, 예로부터 내려오는 청산도만의 전통음식을 직접 먹어보고 체험하는 행사도 함께 준비되어 있다.

청산휴가(休家)는 쉼을 제공하는 집이란 뜻으로 청산도 민박협의체가 만든 브랜드 네임이다.

일정이 빠듯하여 청산휴가에서의 하룻밤을 치르지 못하고 청산도를 떠나야 했다.

그 아쉬움이란 여느 때와 사뭇 다른 기분으로 다가왔다. 그 아쉬움과 여운을 달려주려는 듯 청산도 여객터미널에 ‘느림보 우체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된 연하장과 크리스마스카드에 사연을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그 시즌에 맞춰 느리게 전달해 주는 행사다.

한층 성숙된 마음으로 청산도를 떠나며 사랑하는 이들에게 진심을 적어 보냈다. 갈매기와 동행한 뱃길에서 꼭 다시 찾아올 것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