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난 2006년 도입된 우회상장 제도로 인해 현재까지 총 132개사가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하지만 이 중 19개사가 부실기업으로 판정돼 상장폐지에 이르렀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느슨함은 자본시장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리고, 불법과 부정이 판을 치는 기업 관행에 일조했다.
우회상장은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과의 합병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상장하는 것으로 직상장에 비해 절차가 간소하다. 또 비용절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또 기존 상장기업에게는 우량 비상장기업과의 합병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부 기업이 분식회계와 횡령 등 온갖 부정한 방법을 통해 ‘빈 깡통’인 기업의 몸집만 키워놓은 것. 이로 인해 우량기업인 줄 알고 돈을 쏟아 부은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얼마 전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네오세미테크다. 네오세미테크는 지난해 10월6일 ‘모노솔라’에 흡수 합병돼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 된 회사로 상장 후 시가총액이 무려 5000억원을 상회했다.
미래 성장 동력인 태양광 발전 산업의 선두주자로 지목되며 언론은 물론 관련 기관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불과 6개월도 되지 않아 회계법인의 감사의견거절을 이유로 거래가 정지됐고 회사의 실체가 드러나며 금융권 최대이슈로 떠올랐다.
이 회사는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허위 매출을 계상하고 비용을 유형자산으로 계상하는 방법으로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등 대규모 분식회계가 적발돼 결국 상장폐지에 이르렀다.
투자자들은 갑작스레 벌어진 사태로 눈앞에서 투자금이 증발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에 투자자 66명을 비롯한 기관들은 127억원에 대한 손해배상 소장을 제출한 터. 그러나 ‘빈 깡통’ 회사에게는 보상받을 길이 없어 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인덕회계법인은 전체 피해주주에게 줄 수 있는 보상기금은 30만원씩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우회상장 폐혜 사례는 이 뿐 아니다. 비엔디는 자본잠식과 2사업연도 연속 경상손실 등의 이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되자, 상장폐지를 면하기 위해 비상장기업이었던 비엔디에너지의 최대주주로부터 지분을 과다하게 높은 금액으로 인수했다. 또 그 대금으로 비엔디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하는, 사실상 ‘주식스왑 거래’를 진행했다. 그 결과 비엔디는 외관상 재무구조가 개선돼 당시에는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외부감사인들이 비엔디에너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주식양수도 대금을 과다하게 책정하고, 이후 주식회사 비엔디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함에 있어 투자선급금의 과대계상,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의 과대계상 등의 방법으로 분식결산 및 부실감사를 한 사실이 적발돼 상장폐지 됐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느슨한 법규를 악용해 불법과 부정을 마음 놓고 저지른 행태가 증명됐음에도 투자자들은 제대로 보상받기도 힘든 실정이다. 금융당국이 투자자들과 자본시장의 투명함을 위해 하루빨리 제도개선에 앞장서 기업들의 만행을 멈추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증권가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