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다음 달 열리는 G20을 앞두고 환율에 대한 관심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 사실 최근의 환율전쟁은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보다 누가 이길 것인가에 대한 결과의 궁금증이 더 크게 주목받고 있다.
어쩌면 권투링 안에서 서로에 대한 적개심을 뿜고 있는 두 마리의 공룡(미국과 중국)을 두고 이름 모를 BAR에서는 돈을 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환율전쟁이라는 용어 자체부터가 쇼맨십을 잔뜩 품고 말이다.
전쟁이란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과 반드시 이기려는 의지를 가지고 시작하기 마련인데 지금까지의 전쟁 내용을 살펴보면 전쟁 당사자들이 과연 서로에 대해 이길 의지가 있는가를 생각해본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만하다.
전쟁을 댓가로 미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달러약세를 얻었으며 중국은 금리인상으로 경기과열을 잡고 미국이 그토록 원하는 위안화 평가절상에 편승할 수 있게 됐다. 링 위에서는 으르렁거리며 관중들에게 긴장감과 승패(勝敗)의 궁금함을 던져주면서 그들은 자기들에게 서로에게 윙크를 날리는 묘한 그림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마도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이 전쟁에 쓸데없이 비싼 값을 지불하고 티켓을 구매한 바보들이 어떻게 되는지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이다.
미국은 소비와 투자라는 양대 구조로 자신들의 경제를 유지한 특이한 나라이다.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달러화가 기축통화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사방에서 미국의 지속적인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힘을 가진 자를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G20회의에서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환율 전쟁을 중재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과연 진심을 다해 싸울 의지가 없이 할리우드 액션에만 집중하고 있는 권투선수들에게 공정한 심판이 필요하긴 한걸까 고민해봐야 한다.
전쟁은 이긴 쪽이나 진 쪽이나 아무런 내외(內外)상없이 진행되기는 힘들다. 지금 국면이 정말 전쟁 중이라면 미국이나 중국에서 이에 반응하는 부작용이 하나 둘 쯤은 나와 줘야 정상이다. 그러나 미국도 중국도 싸우고는 있지만 아무도 다친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이 전쟁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제조업을 일으켜서 고용을 촉진시키거나 경제를 활성화 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막대한 달러를 찍어서 해외로부터 성능 좋은 물건을 만들 수 있는 기계를 사들이거나 원자재를 산 것도 아니다.
그저 아시아 자산에 그리고 원자재 시장에 달러를 투입했을 뿐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앞서 지준율을 높이고 엊그제 금리를 올리면서 과열된 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졌을 뿐이다. 또한 다른 나라들 입장에서 보면 알토란 같이 키운 자산을 종이나 다름없는 달러와 교환했을 뿐 이다.
결국 모든 것을 진공청소기로 다 빨아들일 때쯤 미국은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환수하든가 긴장을 조성해서 달러화를 급등시킬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소유가 된 달러표시 자산은 가치가 극대화된다. 이것은 그들이 살아온 방식이기도 하다.
한국이 중재(仲裁)라는 이름으로 멋들어진 서울거리의 건물들을 전세계에 홍보하고 폼 나는 위세를 이틀여간에 걸쳐 펼칠지는 몰라도 이번 전쟁의 이면에 숨은 뜻을 간파하지 못한다면 2년 전 마이너스통장이나 다름없는 한미(韓美)통화스와프 사건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환율전쟁보다는 과열된 경기를 잡기 위해서 금리인상은 선택했다. 어찌 보면 대소(大小)의 무게를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에 취할 수 있는 조치였을지도 모른다. 한국은 의미 없는 두 나라의 환율전쟁에 휘말리면서 물가보다는 환율을 선택했다. 미국은 달러를 아시아에 뿌려서 나름대로 전유물을 획득하고 있는 중이다.
전쟁은 언제고 끝이 나겠지만 이는 실제 싸움에 나서지 않은 사람이 피해를 입는 이상한 전쟁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되는 부분이다. 결국 전쟁에 어떤식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끼어들지도 않은 패배자와 황당한 부전승이 발생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때문에 의미 없는 전쟁 결과에 대한 분석보다는 뺏기면 안 되는 것들을 철저히 지키는 전략이 필요할 때이다. 얼마 전 우연히 어느 포털에서 읽은 칼럼리스트의 글에서 황당한 내용을 봤다.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니 이럴 때일수록 방만한 공기업을 매각해야 한다는 요지의 글이었다. 물론 달러로 환산하면 지금 매각하는 것이 더 많은 달러를 받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 휴지를 더 받아서 뭘 하자는 건지 한심해지는 대목이다.
이럴 때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분명한 것은 한국이 달러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이상 우리가 안고가야 할 폭탄은 그 무게를 더한다는 점이다.
※ 켐피스(kempis)는 켐피스의 경제이야기(http://blog.daum.net/kempis70) 운영자이다. 파생상품운용 딜러로 11년간 활동했으며, 최근에는 yahoo 금융 재테크, daum금융 재테크, 아이엠리치(http://www.imrich.co.kr) 등에 기고문과 전문가 칼럼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