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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너무 앞선 칭찬, 때론 毒

임혜현 기자 기자  2010.10.25 03: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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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번 경주에서 있었던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놓고, 이명박 정부와 관료들의 교섭능력과 그 수고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 견제와 중국 등 신흥국의 불만, 이로 인한 '환율 전쟁' 가능성이 일촉즉발이었다. 그런 상황에 환율에 대한 시장결정에 대한 긍정, 경상수지 밸런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 등 극적인 내용을 담은 코뮤니케를 이끌어 냈으니 '플라자 합의'와 빗대 회담장 명을 따 '힐튼 합의'니 '경주 합의'니 하며 플래시가 집중됐고 중재안을 이리저리 만들어 내 협상을 이끌었다는 우리 당국에 대한 칭찬이 언론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환율이나 경상수지 등을 억제할 수 있는 구체적 수단이 채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이번에 중국이 그런대로 흔쾌히 응한 것에는 중국이 실리 면에서 크게 손해보지는 않을 거라는 계산도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따라, 상황여하에 따라선 가까운 시일내에 G2(미·중)간 갈등이 재발하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즉, 선언의 구속력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환율 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우려도 팽배한 상황이다. 내달로 바짝 다가온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이번 '힐튼 선언'의 실천력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을지에 더 관심이 쏠리게 됐다.

오늘에 이르는 한국 외교통상사는 세계 전략에 보조를 맞추면서 우리의 국익 역시 실현하는 과정이었고 그 사이 국력에도 상당한 성장이 있어 이번 '힐튼 선언'을 끌어내는 데에도 한몫을 한 것도 사실이겠다. 그러나, 세부안을 짜는 과정이 남아 있는데 샴페인병을 너무 일찍 열어 자화자찬을 하고 있어도 곤란하지 않을 정도의 슈퍼파워가 우리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이번에 도입될 시장결정적 환율이나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잘하면 '공동선', 마무리를 제대로 못하면 '구두선'이 될 우려가 높다는 우려가 있다. 우리 나라 같은 경우는 잘못 하면 경상수지 흑자국으로서 부담만 지는 상황에 핫머니 제어도 못하는 이중고에 내몰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무리 옳은 말을 하고 잘된 방안을 제시한다고 해도 국가에 힘이 없으면 모든 노력이 수포가 돌아가고 제안이 휴짓조각 취급을 당하는 경우가 외교통상 분야에서는 없지 않다. 협상을 다 해놓았다고 흡족해 하다가 막판에 강자간 이해관계 바람을 타서 난도질당하고 후폭풍만 맞는 상황도 적지 않다. 아직 처리할 일이 많은데 미리부터 당국을 띄워주는 것은 부담감을 주거나 자칫 긴장을 풀게 할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외교통상 분야에서는 이면의 사정을 중간에 너무 많이 밝히는 게 앞으로의 전략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다.

칭찬과 찬사는 잠시 아껴두어도 좋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