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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국 족쇄 달고 핫머니와 혈투치를 판

‘힐튼 합의’ 가 남긴 韓 2大난제…대책논의 필요

임혜현 기자 기자  2010.10.25 01: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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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3일 경주에서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상당한 의미를 담은 코뮤니케를 내놓은 가운데 일단 ‘환율 전쟁(각국이 자국 수출증대를 유도하기 위해 환율을 정책적으로 움직여 서로 충돌, 국제경제적으로 위기가 고조되는 일)’에 대한 우려가 한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이 세계 경제계에 흐르고 있다.

이 코뮤니케가 환율 논쟁을 종식하고 균형 잡힌 경상수지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국제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나가는 기본 윤곽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주목할 만 하다.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한 것과, ‘시장결정적(market-determined) 환율’이라는 합의를 만들어 내고 경쟁적인 통화절하를 자제하자고 규정, 사실상 국가가 시장 개입을 하지 말자는 점을 밝힌 것은 눈길을 끈다.

세부안을 다듬는 문제는 내달 서울 G20 정상회의로 넘어갔지만, 이번 재무장관 코뮤니케의 도출만으로도 우리 당국도 일단 불확실성 감소를 기대하는 눈치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기자들에게 “환율 문제에 대한 합의로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줄었다”고 말한 것부터가 일단 통화정책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불확실성이던 환율 전쟁이 수그러들 가능성에 대한 안도감을 나타낸다는 시각이 많다. 환율 전쟁이 주춤하는 경우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가능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환율 전쟁(으로 대변되는 국제경제 주체간 갈등)이 주춤‘하면’ 우리가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선택권’을 제대로 만들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데 있다.

즉 환율 전쟁 등이 주춤하지 않고 다른 갈등이 새롭게 불거지는 과정에서 우리 나라만 이 와중에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아울러 환율 전쟁 가능성을 누른다 해도,  기준 금리 조정 이후 다른 곤란에 처할 여지도 없지 않다.

◆ 환율 관리 능력 묶이고 외압만 세게 받는다?

   
 
우선 ‘시장결정적 환율’이라는 개념부터가 정부 개입의 자제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런 규제 아이디어가 실제로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윤곽을 드러내면, 우리 정부의 운신 폭에는 당분간 상당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이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경기회복을 보인 요인으로 고환율을 꼽는 분위기가 많은데, 이 문제가 어떤 요인으로 흔들리는 경우 그리고 이에 대한 변화를 우리 당국이 원하는 방향과 속도로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 경제적 타격이 우려된다.

문제는 또 있다. ‘예시적인(indicative)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나가자’는 논의 역시, 무역으로 흑자를 보고 있는 국가(경상수지 흑자국)들에게는 짐이 될 전망이다. 이는 국제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지나치게 많은 중국 같은 나라들은 수출을 줄이되 내수를 부양하고, 반대로 수출보다 수입을 많이 해 경상수지 적자 폭이 큰 미국 같은 나라들은 소비를 자제하고 수출을 늘려서 글로벌 경제균형을 달성하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흑자국들의 일부 환율 절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런데,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대미 무역흑자가 큰 나라다. 지난 번 환율 전쟁 격화 와중에서도 미국이 중국 한 곳만 겨냥하는 데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서 흑자가 큰 한국 등을 공동 타켓으로 설정할 우려가 있었지만, 이번에도 비슷한 우려가 반복된다.

가이드라인 도입이 대중국 수출을 늘리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 존재하기는 한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이 현재 예상되는 4%~5% 선으로 결정된다고 해서 중국 수출 증대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무엇보다 환율을 관리해서 경상수지를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 모델이 완벽히 규명되지 않아, 미국과 중국 G2 사이에서 압력만 받고 실질적인 이득은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환율은 절상당하고 당국이 이에 대한 관리를 중간중간 시도하기 어려운 지졍에  국내 수출 기업들이 내몰릴 수 있다. 수출 경쟁력 확보에 애를 먹게 되고 경제회복 전반의 둔화로 연결될 수 있다.

◆ 핫머니 노리는 무주공산될 전락 가능성 상승

아울러 이번 ‘힐튼 합의’로 인한 파장이 우리 경제에 제기될 문제로는 핫머니의 움직임과 그에 대한 대응 실패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일본은 정책금리를 하향조정, 다시 ‘제로금리 시대’로 복귀했다. 금융시장에 자금을 더 공급하는 ‘양적 완화정책’도 내놓았다. 그간 경제 선진국들이 불황 탈출을 위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면서 생겨난 과잉 유동성은 경제성장률과 금리가 높은 아시아와 남미 신흥국들로 흘러가 골치를 썩여 왔다. 문제는 미국 역시 11월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통화부문 양적 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가 아직 충분히 좋아진 상황이 아니며 추가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 완화로 달러를 더 찍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핫머니가 달러화 자산 대신 신흥국 채권·주식 시장으로 유입되는 흐름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우려되는 부분이다.

우리 시장에는 이미 상당한 단기 자금이 들어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9월 국가별 주식 순매수 동향에 따르면, 영국이 지난 5~8월 지속적으로 순매도를 하다가 9월 277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싱가포르와 아일랜드도 각각 3723억원, 3377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입했다. 케이만아일랜드는 올들어 3199억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금융산업 발달국 내지 조세회피지역으로, 여기서 오는 자금은 단기성 투자가 많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우리 외에는 대만이 대규모 단기 자금 유입으로 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라는 외신 보도가 있다.

이런 상황에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 상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우려를 살 수 밖에 없다. 그간 환율 문제로 인한 기준 금리 조정 필요를 눌러놨던 것은 사실이나, 뚜렷한 대책 없이 기준 금리를 올리면 여러 모로 신흥국 시장 중 유리한 곳으로 흘러들 기회만 보고 있는 핫머니 세력에 호재만 공급할 공산이 크다.

타이와 브라질의 경우 해외 핫머니에 대한 견제를 세금 방식으로 신설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타이는 이미 지난 12일 외국인의 국채 투자에 대해 15%의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브라질은 외국인이 자국 채권에 투자할 때 매기는 금융거래세(IOF)를 상향 조정하는 등 규제에 나선 바 있다. 

우리 내부에서도 이같은 자본이득세 관련 논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강래 민주당 의원은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근 급격히 유입된 외국자본이 국내 유동성을 팽창시켜 주식 및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버블을 불러와 경제적 불균형 심화 및 급격한 자본유출로 금융 및 외환시장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단기 투기자본에 대한 일명 ‘토빈세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토빈세를 도입한다면 급격한 외자 유입에 따른 환율 방어에 구애받지 않고 물가 관리와 과잉유동성 환수를 위해 즉각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미 우리 시장은 외국의 자금 유입을 주요 변수로 상정, 그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록 내용이 알려졌을 때, 우리 주가지수와 원화 값이 모두 올랐던 점은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에 한국의 투자자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울 정도이며 그에 대한 자금이동에 대한 벽은 사실상 없다는 게 ‘상식’이 돼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따라서, 앞으로도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 없으면 핫머니에 끌려다니는 상황이 언제든 연출될 수 있으며, 이들이 급격히 출입하는 경우에 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영국은행이 소로스의 공세에 밀려 파운드화 방어에 실패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힐튼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MB정부의 경제팀은 막후에서 많은 아이디어 게임을 벌이며 주요 국가들을 설득하는 데 고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막상 서울 회의에서 실질적인 선을 그을 때에는 이러한 ‘공동선’이 ‘구두선’으로만 끝나고 결국 다시 이해득실에 따른 각축이 벌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힐튼 합의에만 안도할 게 아니라 향후 대응책 마련에 서둘러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