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환율 전쟁'이 일단 빅딜(국제통화기금 쿼터와 환율 문제를 협상하는 일)로 인해 한 고비를 넘겼다.
23일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상당한 의미를 담은 경주회의 결과 합의문(코뮤니케)를 내놔 과거 각국이 금융 문제에서 큰 획을 그었던 '플라자 합의'에 빗대 이른바 '경주 합의', '플라자 합의'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23일 발표한 경주회의 결과물은 예상을 넘는 파격적 성과를 담아낸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규제 등 주요의제가 결실을 본데다 최대 쟁점이던 환율논쟁을 어느 정도 봉합할 수 있는 표현들을 담았고 IMF(국제통화기금) 투표권인 쿼터 개혁 논의도 진일보했다.
'환율 전쟁'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문제를 빚은 경상수지 불균형과 이로 인한 각국 통화가치 조정 논란은 일명 '경상수지 목표제' 도입 방침으로 해결의 길을 열었다. 아울러 '시장결정적 환율제도 이행' 등 진일보한 콘텐츠에 합의했다.
이로써 내달 서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가 환율 전쟁의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일단 낮아지는 게 아니냐는 희망이 높아지고 있다. 코뮈니케가 담아낸 합의는 보호무역 비등에 따른 파국을 피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으로, 경쟁적인 평가절하 자제를 각국 정부에 촉구하고, "모든 무역 보호조치를 배격하고 무역장벽을 더욱 줄이는데 노력한다"고 합의, 환율 전쟁과 그 각종 부정적 부산물 등을 모두 언급, 해결책을 모색했다.
이같은 극적인 협상 성공은 중국 등의 양보가 크게 작용했다. 그같은 성과를 빚어낸 배경으로는 IMF 쿼터 개혁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에 쿼터 이전을 극도로 꺼리던 선진국이 신흥국(개도국)에 넘기는 쿼터 규모를 종전 5% 이상에서 6% 이상으로 늘리는 신호를 보냈고, 이같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대한 양보 신호를 중국을 위시한 신흥국이 긍정적으로 화답했다는 것이다.
즉, 세계 경제권력의 이동을 의미하는 IMF 쿼터 개혁과 환율을 놓고 선진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간 빅딜이 이뤄졌다고 풀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국가별 이전 규모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중국이 IMF 쿼터를 G2에 걸맞게 현재 6위에서 2위까지 보장받기로 한 이면적인 약속을 얻어낸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내놓는다.
아울러 금융규제는 지난 19~20일 서울에서 열린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회의와 금융안정위원회(FSB) 총회의 합의 사항을 수정 없이 그대로 추인했다.
기대 이상의 경주 합의에 성공하면서 다음달 11~12일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전망은 일단 애초보다 밝아졌다. 이번 합의가 나오기 전에는 환율 난관에 봉착해 다른 의제의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선언 이행의 실질적 담보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남아 있는데 이같은 '구두선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불식시키는 구체화 논의는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진행되어야 하며, 이것이 의장국인 우리에게 짐으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