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거래소 국정감사에서 최근 증권사나 펀드운용사가 극초단타매매(HFT: High Frequency Trading)를 이용해 이익을 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거래소는 HFT 규제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가운데 대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HFT는 초고속 컴퓨터에 복잡한 알고리즘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 수백만 건의 거래를 일순간에 처리하는 거래방법이다. 보통 주식 매수 주문이 시장에 도달하기까지 0.3초가 걸리지만 HFT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0.03초 안에 이를 먼저 파악이 가능해진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여름 골드만삭스 컴퓨터 프로그래머 세르게이 알레이니코프가 미국 연방수사국에 체포될 때까지 크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가 골드만삭스의 주식거래 알고리즘을 훔치려한 혐의로 체포된 뒤, 언론에서 잇따라 HFT 거래자들이 거래주문을 내기 전에 어떻게 다른 고객의 주문을 훔쳐보는지를 소개하면서 일파만파 퍼졌다.
지난 14일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국내 증권사나 펀드운용사가 HFT를 이용해 고객주문정보를 이용해 먼저 주문을 내서 고객의 이익을 세치기하고 있다”며 “거래소와 가까운 곳에 사무실을 내고 주문 감지 및 실행을 빠르게 하는 행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HFT가 갖은 문제점은 거대 기업들이 개인 투자자들을 밀어내고 이익을 늘이는 한 가지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계속해서 이러한 불공정거래가 진행된다면 머지않아 증권 시장에 폭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2008년과 2009년 미국 주식시장이 폭락했을 때 HFT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투자자들이 앞 다퉈 주식 수백만주를 매도할 때 쏟아지는 주식을 받아내던 HFT 거래자가 주식시장의 ‘반짝 폭락’으로 HFT 시스템을 중단하자 주가하락이 확산됐고, 투매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변동성이 확대됐다. 이때 거래를 중단하지 않은 HFT 거래자들은 기록적인 이익을 남겼다.
앞서 HFT 문제가 있었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9월 HFT를 금지키로 잠정 결정하고 규제에 나선데 이어 지난 1월에는 HFT 투자기관이 규제당국의 감시를 피해 빠른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네이키드 억세스(naked access)’ 금지방안을 논의하면서 HFT의 전면 사용 금지가 법적으로 제재되는 때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단발성 규제가 아닌 구체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프로그램 개발 등의 발 빠른 대응을 통해 투자자의 피해를 상쇄하고, 증권사와 펀드운용사가 불공정거래를 통해 부당이익을 챙길 수 없도록 강력한 워치독(watchdog)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