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아파트가 주거공간인 동시에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아파트를 더 이상 투자개념이 아닌 ‘삶의 공간’으로 보는 수요층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빠르게 급변하는 주변 환경에 따라 한걸음 앞질러 갈 수 있는 결과물이 끊임없이 요구되고 있는 주택 시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아파트가 등장하고 있다. 아파트 산업을 둘러싼 이모저모를 정리했다. 첫 번째로 ‘아파트 재테크 시대의 종말’을 게재한다.
아파트는 ‘apartment house’의 약어로, 한 개 동의 건물을 여러 방으로 나누어 각방마다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설비한 건물로 주택건설 촉진법상 5층 이상의 공동주택을 말한다. 본래 프랑스말 ‘아파르트망(Appartement)’에서 온 아파트는 영어 ‘Apartment’가 본딧말이다. 이를 영국에서는 ‘Flat’이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2~3층짜리 연립 목조 가구를 뜻한다.
우리나라 주택문화는 약 35년 동안 일제강점기 시대를 거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당시 급격하게 불어나는 인구 등으로 주택난이 시작되면서 아파트가 주택부족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후 정부의 경제개발5개년 계획이 시작됨에 따라 최초 아파트→대규모 아파트 단지→고층 아파트→첫 주상복합→현대개념의 아파트 등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오늘날의 친환경, 그린 에너지 아파트 등 특화된 아파트 모습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아파트 도입은 서울지역에서부터 시작됐다. 1970년대에 급격한 산업화 발전 등 서울과 산업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로 주택부족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 문제로 부각했고, 강남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투기세력도 증가했다. 그후 정부는 정치적 불안 해소를 위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분양권 투기열풍을 억제하기 위해 부동산투기억제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적 팽창을 거듭하던 우리나라 경제가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건설산업 역시 초유의 위기에 봉착했다. 당시 5일 하루 동안 346개 업체에서 부도가 났고 종합금융 30개사의 재산 실사 결과 14개사가 자본잠식, 10개사를 폐쇄한다는 발표 등이 이어지는 등 경제 전반은 암흑에 뒤덮혔다. 여파는 주택시장에도 고스란히 미쳤다. 당시 집값, 전셋값 급락세 속에 전세보증금이 빠지지 않아 이사를 가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했고 대출이 막혀 새 아파트 입주가 늦춰지는 등 거래 흐름이 곳곳에서 단절됐다. ‘급매물’ 현상도 이때부터 생겨났다.
◆식어버린 아파트 투자열기
이처럼 급격하게 발전한 경제와 인구 증가로 지어진 아파트는 부동산이 호기였던 당시 높은 아파트 분양 경쟁률과 당첨권에 웃돈이 붙기 시작했다. 무리하게 빚을 내 아파트에 투기하는 세력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동안 아파트 투자로 높은 차익을 남겼던 것이 재테크의 공식이 되 버릴 만큼 집값이 상승기에 있었던 까닭이다.
부동산정보업체들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연도별 시세 변동률(주상복합 포함)은 지난 2003년 13.9%에서 2006년 32.87%로 대폭 상승했다. 그러나 2007년부터 하락세를 기록, 2010년에는 -2.46%로 추락했다. 실제 지난 2007~2008년 사이에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밀어내기식 분양을 진행했던 물량들은 올해(2010년) 입주를 했거나 앞두고 있다.
아파트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다. 아파트를 더 이상 투자가 아닌 삶의 공간으로 보는 수요층이 증가한 것이다. |
현재 수도권 지역에 미분양, 미입주 아파트들이 널려 있다. 당시 건설사들이 ‘소형아파트는 돈이 안 된다’는 논리로 중대형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한 것과 집값이 상승기에 있다는 투자자들의 예감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2~3년이 지난 후 현재 계약자들(투자자)은 지속적인 집값하락에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계약을 해지하거나 주택 구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건설사들은 부담으로 안고 가야하는 수도권 곳곳의 남은 미분양·미입주 아파트들을 어떻게든 소진하기 위해 온갖 할인혜택을 내놓고 있다. 미분양·미입주 물량은 소폭 감소 추세지만 최근 주택시장엔 빈집 적체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구매수요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고 되레 전세난까지 벌어지고 있어 아파트가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한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경기도 내 미분양 아파트 사업장 270곳을 분석한 결과 206곳(76%)이 한 달 동안 집을 한 채도 팔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8월말 기준, 경기도 미분양 아파트는 2만2326가구로 평균 분양가를 고려하면 13조2023억원 규모다. 이는 집값 하락세 속에서 매수세는 많지 않은데다 공급물량은 늘고 있는 수급 불균형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지난 30년간의 미국이나 유럽 주택시장을 실질주택 가격 기준으로 보면, 가격이 치솟은 뒤에 수년에 걸쳐 하락이 이어졌다. 우리나라 주택 경기도 지난 1991년 4월 고점을 형성한 뒤 4~5년간 장기조정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경기는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 지금의 집값 하락 이전 단기간에 상승한 집값으로 인한 가격 조정 시기가 현재 이뤄지고 있는 시점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가격이 회복세로 돌입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 10월8일 현재 수도권 주택 매매가는 지난 2월 셋째 주 이후 35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정부의 8·29부동산대책으로 인해 매수문의는 다소 증가했지만 매도자와의 가격 차이로 거래는 여전히 소강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정부에서 가계의 채무부담 능력 악화와 대출 위험 상승을 막고 수도권 지역 집값 상승을 억제시키기 위해 꺼내 들은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도 사실상 폐지하는 수준까지 완화했지만 약발이 안 먹히는 분위기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주택 구매를 원하는 수요자들의 기대심리도 동반 하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8·29부동산 대책으로 일부 거래가 성사되는 등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모습이지만 가격 경쟁력과 입지가 우수한 보금자리주택 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내집 마련에 신중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정부에서도 침체된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금융규제 등 각종 지원책을 내놨지만 이미 기대가 꺽인 수요자들의 심리를 돌리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택시장 침체가 오랫동안 지속되다보니 수요자들의 기대심리는 이미 바닥으로 향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결국 신규아파트의 분양을 받고도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입주를 못하는 기현상이 발생, 건설사는 미분양, 미입주 양산 등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하나, 둘씩 주저앉게 돼 버렸다.
이로 인해 아파트를 더 이상 투자 상품으로 보기에 힘들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먼저 아파트 투자에 대해 예년과 같은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학군 유망지역 등 입지가 우수한 곳에는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시장에서 집값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주택시장은 가을 이사철과 시기가 맞물리면서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시장 상황을 더 보고나서 판단 할 만큼 섣부른 투자는 물론 실수요자도 아파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시점이 된 것이다.
◆‘반쪽전세’ 새로운 재테크 수단
이 같은 상황에서 주택시장에서 월세, ‘반전세’ 등의 임대사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불확실한 아파트 투자에서 일정 수익 창출이 가능한 임대제도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최근 전셋값이 오르면서 전세금 일부나 오른 만큼의 전세금을 월세로 지불하는 ‘보증부 월세’ 일명 ‘반전세’가 주택시장에서 차츰 범위를 넓히고 있다.
‘반전세’는 월세제도처럼 일정한 보증금을 집주인에게 맡기고 매월 월세를 내는 식이다. 하지만 ‘반전세’는 일반적인 월세와 차이가 있다. 대개 오피스텔의 월세 보증금은 500만~1000만원가량이지만 반전세는 보증금 규모가 일반 월세보다는 훨씬 높다. 기존 전세보증금의 70~80%를 보증금으로 두고 나머지를 월세로 돌리는 식이다.
이 같은 현상은 부동산 경기 호시절에 전세를 안고 집을 사더라도 집값 상승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선) 돈이 묶이는 전세거래를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일부 지역의 집값 하락 현상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전세가 더 이상 현실적인 재테크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점은 ‘반전세’ 현상을 앞당기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고 있는 전세제도는 임대인과 임차인 즉 개인 대 개인 간의 거래로 오랜 기간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큰 축으로 자리잡아왔다. 전세는 세입자와 임대인 서로가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특이한 제도여서 주택 마련 예비자들에겐 여전히 인기가 좋다. 하지만 집주인들은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 시장상황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