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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마트는 볼썽사나운 소인배 짓 말라

전지현 기자 기자  2010.10.22 14: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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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공자의 어록을 담은 논어에 따르면 ‘군자유어의(君子喩於義)하고, 소인유어리(小人喩於利)이다’라는 말이 있다. 즉 군자는 의에 깨닫고, 소인은 이에 깨닫는다는 말로 행위에 있어 ‘이(利)’가 기준이 된다면 소인이라 함이다.

대형마트의 SSM 진출이 국감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물론 이는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통 빅3라 불리는 대기업들이 추구하는 유통 판로 장악(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편의점)은 자유로운 시장 경쟁에 따른 논리대로라면 할 말이 없다. SSM 진출도 골목상권 보호냐, 자유로운 시장 경쟁이냐를 놓고 봤을 때의 기업 선택은 뻔하다.

그러나 거대 자본을 가지고 무차별적 공격을 퍼붓는 유통 빅3의 점령행위는 기업의 기본 목적이 ‘이윤추구’와 ‘영리’라 하지만 지나치게 ‘이(利)’에 치중한 모습이다.

SSM 업계 빅3(롯데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슈퍼)의 지난해 매출은 2조5427억원으로 2006년 대비 1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SSM은 올 8월 현재 802개로 지난 2007년 353개에서 127%나 늘어났다.

대기업들은 이런 황금시장 즉, 돈 되는 노른자 사업을 두고 ‘골목상권이 뭐길래’ 여기까지 신경 써야 하는가 하는 모양새다. 기업입장에서는 돈이 된다면 못할 게 없다. 그렇지만 문어발식 경영에 이어 앞 다퉈 중소 상인들의 ‘밥그릇’까지 노리는 것이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니다.

대기업이 유통시장 사업 확장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모든 국민들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듯 대기업도 원하면 사업 할 수 있다. 최근 “동네 피자 다 죽는다”는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배달하지 않는 피자’ 영업까지 실시해 ‘대박’ 친 대형마트도 있다.

그러나 이러는 사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기존 재래시장과 영세 상인들은 타격을 입어 줄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이 최근 국감에서 공개한 중소기업연구원 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한 개 입점시 중소상인들이 입는 손실은 연간 18억8000만원이며, SSM으로 인한 연간 피해도 15억7000만원에 달한다.

중소상인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설자리를 잃어가는 모습에 안타깝기만 하다.

물론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위해선 대기업의 ‘자선적 행위 혹은 도덕적 배려’에만 뭇매를 퍼붓기보다 세밀한 관련 법령 마련이 시급할 것이다. 하지만 국감에서도 나타났듯 현 MB정부에게는 답이 없다.

정부여당은 SSM 직영점은 물론 프랜차이즈 형식을 띈 가맹점도 사업조정 대상으로 둬 규제를 가능하게 한 ‘대-중소기업 상생법’에 대해 WTO 및 한-EU FTA와 상충돼 통상 분쟁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처리를 미루고 있다.

한나라당은 ‘유통법은 통과시키되 상생법은 미루자’는 이른바 ‘분리처리’ 입장도 밝혔다. 서울시가 나서 ‘전통시장 상인아카데미'를 개설해 상인들과 의견을 나누고 동기부여 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지만 이것 역시 영 신통치 않다.

보다 못한 중소상인들은 생존권 사수를 위해 직접 나서 상복 차림으로 영국대사관을 찾아 항의서한을 전달기도 하고, 농성과 집회, 몸싸움 같은 극단적인 투쟁을 선택하고 있다.

따라서 답이 없는 정부 보다는 그래도 ‘상생’에 문을 열고 있는 희망이 있는 대기업이 나서 ‘의’를 펼쳐야 하건만, 하룻밤 새 동네 슈퍼 코앞에 기습적으로 문을 여는 꼼수 행위를 비롯해 자국인 영국 정부상무 장관이 나서 관련법 처리를 반대하는 로비활동 등의 행태는 볼썽사납다.

학생 시절 한 스승은 그의 중학교 교생실습 시절 에피소드를 거론하며 “이제는 배워서 남주는 시대”라고 말했다.

3층 교실에서 장난치다 1층 수돗가로 떨어진 A군이 물을 먹던 B군 몸 위로 떨어진 사건이었다. A군은 80kg이상 몸집의 B군을 쿠션삼아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만, B군은 앞니가 부러지고 갈비뼈가 으스러졌으며 팔과 다리가 부러졌다. B군 아버지는 변호사였고 A군 아버지는 의사였다.

상황을 접한 A군 아버지는 피해보상과 치료비 전액, 치료담당을 제시했으나 B군 아버지는 “사람을 구한 일보다 더한 교육은 없다. 내 아들이 평생 경험하지 못할 값진 자산을 줬다”며 치료만 부탁한 채 보상을
   
 
정중히 거절했다.

이 스승은 당시 본 기자에게 “열심히 배워 가진 자가 됐을 때 남에게 베푸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조언했다.

우리는 ‘배워서 남 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배워서 가진 대기업이 기업의 기본정신에만 입각해 ‘이’를 통해 깨닫고자하는 볼썽사나운 소인배의 모습에서 벗어나 큰 것을 보며 ‘의’를 펼치는 군자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