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 보니 예부터 거짓말을 가려내는 방법도 다양하게 나왔다. 일례로 과거 우리나라는 범죄 용의자에게 생쌀을 씹게 했다고 한다. 거짓말을 할 때 입안에 침이 마른다는 경험에 근거를 둔 묘책이었다.
최근 기자는 생쌀 한 포대를 선물해 주고 싶은 곳이 생겼다. 효성그룹이다.
사정당국의 서슬퍼런 칼끝이 효성을 향해있던 2008년 4월. 당시 검찰은 국가청렴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효성 비자금에 대해 조사해 달라’는 수사의뢰를 받았다. 내용인 즉 ‘효성이 일본 현지법인에서 물건을 사들일 때 수입부품을 원래 값보다 비싸게 산 것처럼 꾸며 200억~300억원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검찰로선 입장이 다소 난처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 사돈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수사하기란 쉽지 않았을 게다. 효성그룹 비리의혹에 대해 각종 첩보를 입수하고도 5개월여 동안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 게 아닐까 추측이 나돌았다.
조석래 회장(2008년 12월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자격으로 광주를 방문, 지역 중소기업인들과 간담회 직후)과 이상운 부회장(2008년 4월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 경제정책위원회에서)이 공식석상에서 “우린 비자금 없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도 ‘든든한 빽’ 탓이 아니었을까?
궁극적으로 보면 이들 말이 아주 틀린 것도 아니다. 검찰 수사결과 효성 비자금 사건은 한 간부가 저지른 단순 개인횡령사건으로 마무리 됐다. 2009년 10월 검찰은 ㈜효성의 모 계열사 대표 A씨와 임원 B씨 등 2명을 회삿돈 77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하고 수사를 접었다.
법원 또한 지난 6월4일 A씨에게 징역 3년, B씨에게는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효성 비자금 사건을 사실상 종결했다.
이 사건이 미심쩍은 이유는 이들에 대한 효성 쪽 태도 때문이다. 회삿돈을 빼돌린 파렴치한에게 효성은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까지도 거액의 연봉을 꼬박꼬박 주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현재까지 효성 계열 임원으로 버젓이 등재돼 있다.
이와 관련 효성그룹 측 입장은 이렇다.
“○○○ 대표(A씨)와 ○○○ 상무(B씨)가 아직까지 ○○ 쪽 임원으로 돼 있어요? 확인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확인 후) 법원 판결로 형(량)이 확정됐다고 하지만 현재 항고한 상태로 아직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서 퇴직처리가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효성의 배려심이 이다지 깊었던가. 77원도 아닌, 자그마치 회삿돈 77억원을 횡령한 임원에게 이런 마음 씀씀이를 베풀다니. 경이롭지 않을 수 없다.
한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게 뭡니까. 완전히 짜고 친 고스톱이죠. 그 ○○○ 대표라는 사람 조 회장 처남이잖아요. 속일 걸 속여야지 손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가려지나요, 어디.”
‘거짓말 박사’ 폴 에크먼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거짓말이 ‘보인다’고 했다. 음성이나 몸짓, 표정 등에서 티가 난다는 얘기다.
거짓말이 아무리 인간의 ‘제2천성’이라지만 누굴 속여서 위기를 모면했다간 다치게 돼 있다. 뭔가 잘못됐으면 이실직고 하는 게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