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신용카드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온갖 제휴‧할인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이리저리 카드를 유용하게 잘 쓰면 별별 혜택을 다 누릴 수 있다. 카드 혜택을 얼마나 잘 누리느냐가 ‘센스있는 생활’의 척도가 될 정도이다 보니 이런 덕에 신용카드는 나날이 발전하고 신상품이 쏟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 발급 건수가 늘어나는 건 당연지사다.
카드사들은 불법모집까지 저지르면서 앞 다퉈 경쟁적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고, 그 결과 신용카드 발급 건수가 1억1000만장을 넘어섰다. 국민1인당 신용카드는 전체 인구 기준 2.2장, 경제활동 인구 기준으론 무려 4.4장이다. 카드 발급 규모가 과거 카드대란 직전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카드 과잉 때문에 이러다 개인 신용위기뿐 아니라 카드사 위기까지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각종 광고나 각종 모집 행사 등으로 부지런히 카드 쓰기를 권하고 있다. 이런 중에 한 카드사의 TV CF가 눈에 띄게 거슬렸다. 잘못된 카드사용을 유도하는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럽다.
‘난 한 번도 좋은 남편이었던 적 없다’, ‘난 한 번도 좋은 아내였던 적 없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이 광고는 결혼생활 이후 서로에게 미안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자신의 카드를 배우자에게 빌려준다. 자신의 카드를 사용하면서 그동안 못 먹었던 것과 못 해본 것들을 마음껏 하라는 보상과 감사 그리고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고객들은 이 광고가 호소하는 감성에 빠져 감상하다 보면 중요한 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 바로 신용카드의 양도에 대한 것이다.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 제2장(카드의 발급 및 관리) 제3조(카드의 관리) 1에는 ‘회원은 카드를 발급받는 즉시 카드서명란에 본인이 직접 서명해야하며, 본인 이외에 배우자, 가족 등 다른 사람이 카드를 이용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 CF에는 카드 결제 모습이 담겨 있진 않지만, 영상에 담긴 내용을 미루어 짐작했을 때 배우자의 카드를 결제하고도 남을만한 설정이다.
물론 이 카드가 가족카드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가족카드를 주면서 선심 쓰는 표정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아무튼, 본인의 것이 아닌 카드를 기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쓴다는 이 CF를 보면서 ‘이건 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권 광고는 신뢰가 생명이다.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더라도 고객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카드사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CF까지 만들어가며 무분별한 카드 사용을 조장한다면 카드대란은 머지않아 또 올 수 있다.
전남주 기자 / 프라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