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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속에 녹아있는 역사의 흔적 금성산성

김성태 기자 기자  2010.10.21 15: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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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가을 여행의 중심 테마는 역시 단풍 구경이지만, 단풍 숲 안에 녹아 있는 우리 역사의 흔적과 조상들의 애환을 함께 엿보는 여정이라면 금상첨화다. 담양 금성산성은 빼어난 전망과 울창한 가을 숲의 정취, 역사유적의 흔적들을 두루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금성산성은 장성의 입암산성, 무주의 적상산성과 함께 호남의 3대 산성 중 하나. 전남 담양군 용면 도림리와 금성면 금성리, 전북 순창군과 경계를 이루는 지역에 있는 돌성이다. 연대봉과 시루봉·철마봉 등 산봉들을 잇는 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둘레 약 6.5㎞의 성곽이다. 내아터가 있는 내성까지 합하면 성의 총길이는 7.3㎞에 이른다.

금성산성은 ‘고려사절요‘로 미루어 짐작컨대 13세기 중엽 축조됐을 가능성이 높다. 조선 태종 9년(1409)에 개축했으며 임진왜란이 끝난 광해군 2년(1610) 파괴된 성곽을 개수하고 내성을 구축했다. 다시 효종 4년(1653) 성첩(城堞)을 중수함으로써 그야말로 지리적 요건을 맞춘 견고한 병영기지의 면모를 갖추었다.

조선 말기엔 성 안에 130여호의 민가가 있었고, 관군까지 2000여명이 머물렀다고 한다. 29개의 우물을 파고, 2만여석의 군량미를 저장했을 정도였다지만, 동학농민운동·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마을과 관아, 절 등이 소실되고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동·서·남·북의 문과 성곽은 90년대 들어 복원됐다.

◆금성산성 고통으로 쌓은 아름다움

금성산성은 아주 견고하게 지어진 성이다. 국토답사가 신정일 씨는 금성산성의 입지조건에 대해 “물이 흔하고 산성을 쌓기에 적당한 규모의 계곡을 끼고 있으며 산성 안쪽의 지형은 유순한데 외곽을 이루는 절벽이 길게 형성되어 있어 외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좋다”고 평하고 있다. 가파른 돌 사면에 무거운 초석을 놓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작은 돌을 쌓아 석성(石城)을 완성했다. 그만큼 백성들의 고통으로 완성된 성이기도 하다.

성을 쌓는 일에 동원된 백성들에게는 다섯 가지 고통이 있었다. 자기에게 분할된 구분을 다 쌓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배가 고파서 죽고, 병들어서 죽고, 돌에 깔려 죽고, 한여름 무더위에 죽고 한겨울 추위에 얼어 죽었다. 죽음을 딛고 현재의 금성산성을 갖추게 됐다.

   
 

◆성곽 위에서 가을 풍경에 젖어보자

주차장에서 시멘트 포장길을 15분쯤 걸으면 간이 매점이 나오고, 성의 남문으로 오르는 산길이 시작된다. 소나무와 활엽수들이 섞인 숲길 좌우로 울긋불긋 타들어가는 단풍을 감상하며 20분쯤 오르면, 우뚝 솟은 성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망루 밑의 문이 외남문이다. 외남문(보국문)과 안쪽의 내남문(충용문)을 합쳐 남문으로 부른다. 성 밖 관찰을 쉽게 하고, 적의 공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새의 부리처럼 튀어나오게 쌓은 성곽 끝부분에 외남문이 있다.

내남문 망루나 노적봉으로 이어진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외남문쪽의 튀어나온 성곽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외남문 너머론 굽이치는 담양호 물줄기가 깔려 있고, 한켠으론 이름난 단풍 산행지인 추월산이 솟아 있다. 운 좋으면 이른 아침에 담양호를 덮는 운해가 펼쳐보이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1877년 세워진, 당시 파견 관리(별장) 불망비를 지나 숲길로 들면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가면 보국사(금성사) 터가 있고 오른쪽으로 오르면 북문이 나온다. 앞서의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에 ‘동자암’이 있다. 동자암엔 ‘금성산성 지킴이’를 자처하는, 수염을 거의 배꼽께까지 기른 청산스님과 보리, 황룡, 청룡, 구봉 등 다섯 스님들이 한 가족을 이루며 무예·수행 등을 하며 살고 있다.

◆ 주변 가볼만한 곳

추월산=추월산은 험준한 봉우리가 달에 닿을 정도로 높게 보여 추월산(秋月山)이다. 스님이 누워있는 형상이다 하여 와불산(臥佛山)이라고도 한다. 전남 5대 명산 중 하나이자 금성산성과 함께 임진왜란 때 치열한 격전지였으며 동학군의 마지막 항거지이기도 하다. 많은 수림과 기암괴석, 깎아 세운 듯한 석벽이 마치 성을 쌓은 듯이 둘러져 있고 로프지대와 철계단을 지나 보리암봉(697m)에 오르면 담양호와 담양읍, 강천산이 펼쳐지는데 단풍과 어울려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담양호=담양호는 1976년 9월에 축조된 호수다. 담양호를 중심에 놓고 추월산과 가마골 생태공원, 금성산성이 삼면을 감싸고 있어 담양 제일의 관광지로 꼽힌다. 산간 호반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담양호 빙어는 영산강 발원지인 추월산 가마골에서 흘러내린 차가운 물과 깨끗한 수질 덕에 맛이 으뜸이어서 미식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담양온천=금성산성 들머리에 있어 산행 뒤 피로를 풀 수 있다. 조경과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진 담양호텔·리조트 안에 대형 온천탕이 있다. 지하 1000m에서 끌어올린, 게르마늄이 풍부하다는 알칼리성 온천수를 쓴다. 물치료탕·찜질방·노천탕 등을 갖췄다. 세미나실·이벤트광장·한식당·간이식당 등도 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