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지난 2003년 6월 18일 프랑스 파리 외각 부르제 지역. 마흔 다섯번째로 개최된 세계 최대 에어쇼인 파리 에어쇼에서는 의미있는 이벤트 하나가 열렸다.
이는 다름 아닌 대한항공과 에어버스간에 열린 항공기 구매 양해각서(MOU) 체결이다. 전 세계 항공업계가 침체를 겪던 시절에, ‘하늘 위의 호텔’로 기대를 모으고는 있었으되 아직 한창 개발 중이던 미지의 초대형 A380 차세대 항공기를 8대 구매하기로 한 자리였다. 이같은 통큰 결단에 세간의 이목은 대한항공에 쏠렸다. 이 A380 8대 구매 MOU의 본 계약은 같은 해 10월 23일 제주 KAL 호텔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존 리 에어버스 부사장이 참석하여 서명함으로써 실제화됐다. 이후 대한항공은 2009년 2월 A380 2대 추가 주문을 하면서 주문량이 모두 10대로 늘어났다.
그 놀라운 시선을 모은 계약이 착착 진행된지 7년. 현재 프랑스 툴루즈 에어버스 A380 최종 조립 공장에서는 결실이 맺어지고 있다. 외형 작업이 완성되어 이 곳 최종 조립 공장 밖에서 대기중인 대한항공 A380 1번기는 내부 시설 등 마무리 작업 후 시험 비행 등을 거쳐 2011년 5월 대한항공에 인도된다. 이외에도 현재 툴루즈에서는 대한항공 A380 2, 3, 4번기에 대한 최종 조립도 한창이다.
이처럼 계약 서명에서 7년이 흘러 인도 시점이 임박한 가운데, 세계 항공업계의 사람들은 그때의 결단을 선견지명으로 파악하는 분위기다.
◆위기 앞에 우왕좌왕 않고 미래 흐름 읽고 새기종 도입 추진
이미 언급한 바대로 대한항공이 지난 2003년 A380 항공기 구매계약 당시에는 항공업게가 고난의 행군을 하던 시기다. 이라크 전쟁, 사스(SARS), 2001년 9·11 테러 영향 등으로 인해 침체 쓰나미가 항공산업을 덮쳤다.
그러나, 조 회장은 이 세계 항공산업의 위기를 차세대 항공기 도입의 기회로 생각했다. 이와 같은 조양호 회장의 예견은 정확했다. 2006년 이후 세계 항공시장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항공사들은 앞다퉈 차세대 항공기를 주문하기 시작했으며, 항공기 제작사가 넘치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새로운 항공기 도입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반전됐다.
즉, 글로벌 경제 회복 등으로 인해 항공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지속하고 있는 시점에 맞춰 대한항공이 초대형 여객기인 A380을 적기에 들여올 수 있었던 것은 세계 항공업계에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로서 어려운 시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 조양호 회장의 안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조 회장은 A380 차세대 여객기를 주문하면서 미래의 항공 수요와 항공기 시장의 판도를 내다봤다는 점에서도 혜안이 있었다는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고유가 시대와 항공기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한 등 환경 문제가 주요한 사업 변수가 될 것을 예견하고 차세대 항공기의 경제성과 연료 효율성, 친환경적 특성을 주목했다.
◆글로벌 명품 항공사 실현 눈 앞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의 A380 도입에는 전세계적인 항공 수요 증가 및 허브 도시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구성, 녹색 환경 이슈, 고유가 시대, 고품격 항공 서비스 경쟁 시대 개막 등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항공 시장의 패러다임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겠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항공 업계는 향후 20년 동안 전세계 항공 수요가 매년 5% 정도 증가해 현재의 3배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200개 이상의 공항에서 초대형 항공기의 비행이 3000~4000회가 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70%는 25개 공항으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심 허브 공항들이 심각한 교통 체증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항공사들은 한 번에 더 많은 승객을 수송할 수 있도록 더 큰 항공기를 원하고 있으며, 공항 부문에 있어서도 확장의 물리적인 한계 때문에 초대형 항공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
대한항공은 ‘글로벌 선도 항공사’를 비전으로 설정하고 유니폼과 객실 인테리어 변경을 비롯하여 AVOD 및 차세대 명품 좌석 장착 등 서비스 품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2010년 사상 최대 여객 수송 실적을 기록하면서 오는 2019년 여객 세계 10위권 진입 목표를 가시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A380은 ‘세계 일류 항공사, 명품 항공사’로 한 단계 나가는 발판이다. 내년 5월부터 도입되는 10대의 대한항공 A380 초대형 항공기는 미주, 유럽 등 장거리 경쟁시장에서 대한항공의 항공 네트워크 경쟁력을 향상시켜 글로벌 톱 10(TOP10) 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대한항공의 A380은 인천국제공항을 동북아 허브로 발전시키려는 정부의 정책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돼 조 회장의 7년 전 결정은 보국(報國)으로도 연결될 전망이다.
[프랑스 툴루즈=이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