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인구 40만의 작은 도시 툴루즈((Toulouse). 하지만‘장미의 도시’라는 별명처럼 겉으로 드러난 조용하고 아름다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함부르크와 함께 유럽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로 통하는 치열한 첨단산업현장이다. 미국의 보잉과 함께 세계 상용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에어버스사의 본거지이며,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대한항공이 도입할 창공(蒼空)의 호텔 A380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서울에서 680km를 날아 도착한 프랑스, 어둠이 가시지도 않은 새벽에 낯선 땅에 내렸지만 여독은 느껴지지 않는다. 지체없이 버스에 올라 에어버스 본사로 향한다. A380 조립현장이 공개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한항공과 에어버스의 유대관계는 깊다. 에어버스 출범 초기부터 선견지명으로 거래 관계를 맺어온 끈끈함이 이번 도입예정 첨단 기종의 속살을 한국 언론에 공개하게 한 것이기 때문이다.
툴루즈 공장은 4개국에서 제작된 각 부분이 모여 최종 조립 공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동체 앞부분과 뒷부분, 수직꼬리날개는 함부르크, 조종실과 동체 중간 부분은 프랑스, 주날개는 영국, 수평꼬리날개는 스페인에서 각각 제작되며 각 부분은 보르도까지 배로 이동한 뒤 수로를 통해 툴루즈로부터 약 200km 떨어진 곳까지 옮겨져 트럭으로 운송된다. 보르도에서 툴루즈 공장까지 운송 시간만 5~6일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사진=실험비행을 앞둔 대한항공 도입 A380 1호기 모습> |
기자들은 먼저‘목업 센터(Mock-up Centre)’를 둘러본다. 비행기 등을 제작하기 전에 기체의 일부나 전부의 모형을 목재로 만드는 곳이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목업 센터에 들어서니 실물 크기의 항공기 모형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 전시된 목업들은 좌석 등 각종 내장재를 완전히 갖춘 일종의 샘플이다.
전시된 A380 목업 1층(Main Deck)에 들어서자 탑승객들의 공동공간인 라운지가 기자들을 맞는다. 라운지를 지나면 비즈니스 좌석과 이코노미 좌석이 차례로 배치돼 있다. 각 좌석을 지나 나선 계단을 오르면 2층(Upper Deck)이다. 이코노미 좌석과 비즈니스 좌석을 거쳐 기수 쪽으로 향하면 호사스런 1등석 공간이 나오고 1등석 앞에는 미니바와 샤워공간이 비치돼 있다.
<사진=A380 비즈니스 클래스 내부를 살펴보는 모습> |
물론 이 같은 배치는 참고용 예시일 뿐이며 대한항공은 1층에 1등석과 이코노미 좌석을 배치하고 2층 전체를 비즈니스 좌석 전용으로 구성해 차별화된 고급 서비스를 내세울 계획이라고 한다. 바뀌기 전의 목업만 보더라도 쾌적한 공간임에 분명해 보이는데, 대한항공은 한층 넓고 안락한 수정 배치를 의뢰해 놓은 상태다.
목업 센터를 나와 실제 A380 제작현장을 찾았다. 툴루즈 공항 인근에 위치한 A380 조립공장은 실내 조립 공간만 길이 500m 너비 250m의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축구장 크기로 따지면 15개에 맞먹는 규모다.
보안 절차를 거쳐 공장에 들어서니 조립을 위해 운반된 A380의 전방 동체와 후부가 대기하고 있고 호주 항공사 콴투스가 주문한 A380 1대가 작업대에 매달려 동체를 조립하고 있다.
각 부분은 조립대(Jig)에 매달려 동시에 조립된다. A330, A350 등은 윙 부착 후 나머지 동체를 조립하는데 A380은 각 부분 동시에 접합된다.
<사진=공장내부에서 비행기 동체를 조립하는 과정> |
에어버스는 정밀한 조립을 위해 레이저 포인터를 거울에 반사시키는 방법을 통해 조립 오차를 최소화하는 등 공을 들이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같은 장인(Meister) 정신은 공기역학적 성능을 최대한 발휘함으로써 다른 항공기보다 20% 이상 높은 연료효율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하는 등 실력을 발휘하는 명품을 탄생시키는 숨은 힘이다.
조립 공장에서는 우선 동체 각 부분을 조립하고 조립된 동체에 엔진과 랜딩 기어 등 비행에 필요한 각종 설비를 장착하고 마지막으로 야외로 옮겨 연료계와 전자기기 등을 테스트하는 순서로 공정이 진행된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동체 조립에만 1주일이 걸리고, 엔진 등 주요 부품을 장착하는데 3주일을 소요하는 꼼꼼한 공정을 거쳐야 한다. 금속 소재를 가공해 최종 완성까지는 19개월, 이곳 툴루즈 공장에서 내장재까지 완비되기까지는 약 12개월이 걸린다.
동체 조립 공정 과정을 지나 옆 작업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최종 조립 작업이 한창인 대한항공 A380 2호기와 3호기가 기자를 맞이한다. 엔진, 출입문, 각종 계기들이 조립하는 과정으로 2호기는 이미 엔진 4기가 모두 장착된 상태다.
비행에 필요한 각종 설비 장착까지 마무리된 기체는 토잉카에 이끌려 야외로 옮겨진다. 이곳에서는 연료계와 통신기기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과정이 이뤄진다. 야외 공간에는 조립을 마친 대한항공 A380 1호기가 시험 비행을 기다리고 있다. 1호기의 측면에는 ‘MSN-035’이라는 표시가 선명하다. 35번째로 제작된 A380를 의미하는 코드다. 1호기는 비행을 위한 제작 공정을 마치고 오는 11월 함부르크로 날아가 좌석 등 객실 내부 공사, 동체 도장 등의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함부르크까지의 비행이 첫 시험 비행이 되는 셈이다.
에어버스의 야심작 A380은 연료 효율을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인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다. 747 시리즈의 최신 기종인 747-8보다 수송량이 30%씩 증가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대한항공의 경쟁력 강화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같은 기대를 배양하고 있는 A380의 고향에서, 태평양 노선 세계 1위의 대한항공의 무한한 꿈도 같이 자라고 있다. 첫 시험 비행을 앞두고 있는 대한항공 A380 1호기의 비상을 기대해 본다.
[프랑스 툴루즈=이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