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흔히 속언으로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고도 하지만, 실상 그런 경우는 우스운 정도로 끝나지만 손발(추진 능력)이 따라주지 않는 머리만 있는 것은 그야말로 슬픈 일이다.
오늘날 현대건설의 매각 문제를 놓고,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볼썽 사나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주력업체 중 하나인 현대상선의 지분 문제로 인해 현대건설을 포기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현대건설이 갖고 있는 현대상선 주식을 뺏기는 경우 현정은 지배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상선의 지분 구조는 현대그룹 우호 지분이 42.77%인데 비해 현대중공업 17.60% 등 범현대가가 보유한 지분도 30.97%에 이른다. 더욱이,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는 그룹을 흔들 수 있는 '캐스팅보트'에 해당한다. 만일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현대상선의 지분을 현대중공업에 넘긴다면 현대상선 지배의 길이 열리며, 더 나아가 현대증권은 현대중공업 계열인 하이투자증권과의 합병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전개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같은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은 각종 아마추어리즘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우선 외환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의 날이 선 신경전은 아마추어리즘이라는 평가는 물론이려니와, 외환은행 창립 이래 고 정주영 회장 시절부터 내내 지속돼 온 끈끈한 거래관계를 일거에 감탄고토하는 그룹이라는 세평을 형성하는 것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더욱이, 정서에만 기댄 광고로 국민적 지원을 기대하려는 모습을 보인 점도 우려를 사고 있다.
현대그룹인들 왜 고민이 없었겠는가. 특히나 고 정주영 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승계하는 가장 정신적인 축인 현대아산이 개점휴업 상태이고 그룹의 돈줄 역시 현대차그룹에 비하면 우월하지 못한 상황에 현정은 체제를 지켜야 할 고민은 깊으니, 그야말로 손발은 없이 고민으로 머리는 터질 지경일 것이 오늘날 현대그룹맨들의 고충이라고 하겠다.
이런 고민어린 총명한 조직을 독일어에서는 '손발없는 머리(Die Kopf ohne hande)'라고 한다.
그러나 이처럼 충서(忠恕)에 빛나는 현대그룹은 결국 누군가 힘을 빌려야만 도모를 할 수 있으며 결국 그 손발을 빌리는 데 아쉽다 보니 또 한 번의 실책, 결정적 도박을 하고 말았다고 보여진다. 투기적 자본 여부가 우려되는 외국인을 끌어들이는 상황까지도 벌어진 것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1일,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로 독일의 하이테크 전문 엔지니어링기업인 'M+W 그룹'을 선택했다고 발표했다. 현대그룹은 M+W 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한국산업의 발전과 현대건설의 세계적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으로의 성장을 뒷 받침할 수 있는 부가가치형 엔지니어링 및 시공 분야에 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노라 구상을 공개했지만, 전략적 투자자인 'M+W 그룹'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연이어 나오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엔지니어링 기업이라 하나, 언제 돌변하지 모를 일이다. 하나금융그룹에서 발을 일거에 빼는 테마섹도 투기적 사모펀드가 아니라 어엿한 '국격'을 앞세우는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아닌가.
이제 현대그룹은 '손발없는 머리(Die Kopf ohne hande)'에서 강한 집착을 위해선 뭐든 할 '손발없는 귀신'이 되고 말았다.
손발없이 떠다니며 사람 정기를 빨아먹는다는 '달걀귀신'에 대해서는 우리 나라와 일본에 전설이 여럿 있건만, '정주영 자수성가의 신화와 그 적통'을 이어받았다고 자부하는 현대그룹이 스스로 이런 달걀귀신이 될 줄은 몰랐다. 무섭다.
임혜현 기자/프라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