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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현정은號 '모 아니면 도'

[기획연재] ‘현대건설 인수전’ 막전 해부 - ③

이종엽 기자 기자  2010.10.21 09: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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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우리나라 대표 건설사인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올인'한 상황이지만 경쟁사가 내 놓은 장미빛 청사진에 비해 현대그룹 제시한 미래의 모습은 밀폐된 방에서 희망의 찬가를부르고 있는 형국이다.

   
 
현대그룹이 선택한 감성을 이용한 광고 전략에 상대 현대차그룹은 무대응으로 나온 반면, M&A 불발 이후 현대그룹 자체가 공중분해설 가능성 마저시장에서 돌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현대건설 인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

하지만 현재까지 M&A를 위한 상황을 분석하면, 현대차그룹의 우세가 쉽게 점쳐진다. 현대차그룹이 외환위기 이후 눈 부신 성장을 하면서 '글로벌 넘버원'의 신기루와 같던 꿈을 점차 현실로 만들어 간 반면, 현대그룹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이번 현대건설 M&A는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인 현대상선에 대한 미래도 함께 걸려 있어 정몽헌 회장 타계 이후 현정은 체제에서 2010년은 현대그룹號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 현대그룹, 1992년 '데자뷰'

"현대그룹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또 현재 위치는 어디쯤에 와 있는가. 정부와의 잇단 갈등 속에 고 정몽헌 현대전자 회장이 구속된데 이어 모기업인 현대건설이 21일 1차 부도 위기에 몰림에 따라 현대의 앞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중략)…정몽헌 회장이 구속되면서 경영에 큰 타격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탈세사건에 휘말린 이후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못하고 있다. 그룹의 간판격인 3개 회사의 이런 경영위기와 함께 다른 계열사들 역시 자금난이 심한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위 기사는 지난 1992년 4월 22일 모 일간지에 게재된 내용이다. 현대家 적통인 현대건설이 외환위기 이후 2000년 7월 신용평가회사로부터 신용등급 하향 조정되면서 일대 굴욕을 맛봤다.

만연 적자를 견디다 못한 현대건설은 2001년 워크아웃을 신청, 채단에 경영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당시 현대건설 성적은 2조 9,000억원 적자에 갚아야 할 돈만 4조 4,000억원이나 됐다.

즉, 찬란한 현대건설의 역사에서 현대그룹은 오히려 발목만 잡는 모습을보여온 셈.

이미 1992년 현대건설의 1차 부도 위기 상황에서 지속적인 탈세 조사와 이에 따른 고 정몽헌 회장의 구속은 전체 현대그룹의 존망을 위태롭게 만들었으며, 현대건설에 자금을 대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현대정공은 종업원들의 상여금 지급 연기와 협력업체에게 납품 대금 연기 조치와 함께 현대자동차는 역시 납품대금을 연기하는 등 전 계열사의 출혈 고통이 뒤따랐다.

   
<사진= 1992년에 현대건설과 그룹의 존폐가 2010년 또 다시 재현되고 있다>

시간을 다시 돌려 2010년을 살펴 보자. 이산가족 상봉이 다시 이뤄진다고 하지만 현 정부의 상황과 곧 다가올 G20정상회담 이후 안보 문제가 강화되면 현대그룹의 주요 성장동력 중 하나인 대북사업은 사실상 요원해졌다.

특히, 현대그룹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는 이번 현대건설 M&A를 반드시 성공시켜야할 첫 번째 명분이다.

사실 현정은 회장의 입장에선 '모 아니면 도' 심정으로 이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 있을 현대건설의 청사진 보다 당장 눈 앞에 그룹 전체가 순식간에 공중 분해될 수 있다는 점은 지난 2003년과 2006년에 KCC,현대중공업으로 부터 현대상선 지분 매입과정에서 경영권을 위협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현 회장은 그룹이 살기 위해 반드시 성사시켜야할 과제다.

현재, 현대상선의 지분 구조는 현대그룹 우호 지분이 42.77%인데 비해 현대중공업 17.60% 등 범현대가가 보유한 지분도 30.97%에 이르며,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는 그룹을 흔들 수 있는 '캐스팅보트'에 해당한다.

또한 현대상선은 현대증권·현대아산·현대유엔아이·현대경제연구원의 최대 주주 위치에 있기 때문에 더욱 현대건설의 가치를 급상승시킬 수 있다.

만일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현대상선의 지분을 현대중공업에 넘긴다면 현대상선 지배의 길이 열리며, 더 나아가 현대증권은 현대중공업 계열인 하이투자증권과의 합병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여기에 현대그룹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인 외환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의 날 선 신경전 또한 현정은 회장의 아마추어리즘이라는 평가를 무시할 수 없다.

결국, 현대건설 M&A는 대한민국 건설 상징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흑백 사진에 담긴 정통성 확립이 아니라 현정은 체제의 현대그룹 존폐를 쥐고 흔들 '경영권 방어 전쟁'이 보다 확실한 이유다.

   
<현정은 회장은 결국 조지 스텀프 회장의 입만 바라보게 됐다>
◆ '집안 문제에 동네 깡패 데리고 온 셈'

현대그룹은 지난 1일,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로 독일의 하이테크 전문 엔지니어링기업인 'M+W 그룹'을 선택했다고 발표했다.

현대그룹은 M+W 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한국산업의 발전과 현대건설의 세계적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으로의 성장을 뒷 받침할 수 있는 부가가치형 엔지니어링 및 시공 분야에 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현대그룹과의 주장과 달리 전략적 투자자인 'M+W 그룹'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연이어 나오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그룹에 대한 금융권의 재무구조개선약정 압박의 대안으로 선택한 'M+W 그룹'이 진정한 전략적 투자자인지 아니면 과거 외환위기 이후 기업 사냥꾼들의 놀이터가 된 국내 기업에 대한 차익 기회를 노린 재무적 투자자 인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에 올인하고 있는 현대그룹이지만 정작 핵심적 사안인 인수 자금 마련은 요원한 상황. 현대차그룹의 자금동원력은 4조 6,000억원대인 반면 현대그룹은 1조 5,0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어 수 조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급하게 손을 내민 곳이 바로 'M+W 그룹'이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 실체를 살펴 본 'M+W 그룹'은 실망 그 자체. 지난 해 실적을 보면 'M+W 그룹'은 12억 6,700만 유로(약 1조 9,800억원)의 매출과 8,900만 유로(약 1,25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반면, 현대건설은 매출 9조 2,700억원, 영업이익 4,200억원을 올려 사실상 전략적 투자자라 보기에 함량미달이다.

다만, 실제 스텀프그룹의 오너인 조지 스텀프(Georg Stumpf) 회장의 재산은 수 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현대그룹에 이 대목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M+W 그룹'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현대건설과 비교한다면 최근 몇 년새 몇 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신뢰성 부분에서 과연 국민 기업인 현대건설에 어울리는 파트너인지 관심을 갖고 살펴 봐야한다.

독일에 본사를 둔 'M+W 그룹'은 지난 2005년 이전 제노프틱(Jenoptik)그룹의 자회사였지만 이후 스위스 사모펀드인 스프링워터캐피탈(Springwater Capital)에 매각돼 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스프링워터캐피탈은 다시 오스트리아 빅토리(Victory)그룹에 매각 빅토리의 창업주 중 한 명인 스텀프가 회사를 분리하면서 'M+W 그룹'를 넘겨받게된 운명을 가지고 있다.

통상, M&A시장에서 전략적 투자를 위한 최고 경영진들의 적극적인 자금운용 계획과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하는 과정이 생략된 채 오스트리아의 정주영 회장으로 불린다는 조지 스텀프(Georg Stumpf) 회장의 자금력만 강조한다면 공정한 인수전이라고 보기에 무리라는 것이 금융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여기에 현대그룹이 밝힌 오스트리아 정주영 회장이라고 불리는 조지 스텀프(Georg Stumpf) 회장이 그룹 소유 회사의 인수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해 법적 심사를 받는 과정을 감안한다면 국부 유출이라는 민감한 사안은 현대그룹의 각종 시나리오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결국, 현정은 회장의 무리한 인수 의지로 자금의 성격 조차 시장에서 파악하지 못한 파트너가 대규모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운명의 열쇠를 쥔 셈이다.

과거 투기 목적의 수 많은 기업 사냥꾼들의 놀이터가 된 우리 기업들의 힘들었던 상황을 반추해 보면 과연, 현대건설의 미래는 안정적인 재무 상황과 미래 비전을 가지고 있는 현대차 그룹과 불안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소위 심리전을 하고 있는 현대그룹 양자 구도에서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는 명약관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