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 추적 시즌2:무기강화·힘실리는 국세청

눈뜨고 손못대는 폐단줄어들까…중과세방안마련조짐에 촉각

[프라임경제] 차명계좌를 찾아내고 응징하는 데 국세청이 '전가의 보도'로 전면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최근 불거진 신한지주 사태 및 태광산업의 비자금 조성 의혹의 주요 방법으로 차명계좌가 이용된 것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높은 것을 계기로 이같은 차명계좌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런 한편 차명계좌 응징에 관계 부처간 협력이 강화되고, 그런 와중에 국세청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차명계좌, 불법증여 악용도 높아 당국 '주시'

차명계좌는 주로 떳떳하지 못한 돈을 숨겨놓은 방법으로 활용되어 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금융실명제가 선포되면서 음성 자금을 양지로 일부 끌어냈으나, 아직 음지에 남아있는 차명계좌 예치 자금이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같은 비자금이 '당분간 유보된' 자금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비자금의 주인이 그 2세에게 넘기는 상황과 연계되면서 더욱 사회적으로 부정적속성이 높아지게 됐다는 평가다. 삼성의 비자금이 고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승계된 자금으로 드러나면서 처벌의 칼날은 피했을 지언정 과세 대상이 되고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좋은 예다.

문제는 이같은 불법 증여에 차명계좌가 악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비판론이 여러 기업의 문제를 통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현재 제도 그물망으로는 처리가 어렵다는 점도 함께 지적되고 있다는 데 있다. 

◆차명흔적 잡아내도 처리 어려운 경우 많아…힘실어줄 제도개선 급해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태광산업 사태 영향으로 차명계좌와 이를 통한 불법 증여 문제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으며 이 와중에 여러 난제가 함께 부각되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국감에 출석, "국세청이 증여로 의심되는 차명계좌를 발견하더라도 상속증여세를 부과할 제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실명제법 보완 등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진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제도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현동 국세청장 역시, 현행 세무조사 권한만으로 차명계좌 특히 대기업의 변칙적 자산 운영에 대해 처벌하기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진=차명계좌를 통해 자금을 관리, 부정적인 탈세와 승계로 악용하는 검은손을 규제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국세청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예고되고 있다.

이 청장은 태광 사례를 언급하면서 당시 세무조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하게 처리된 것이라면서도, 국세청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때 공소시효가 지나버려 고발을 하지 않은 것으로 설명했다. 조세포탈범의 공소시효에 대해선 국세청이 1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가장 유용한 무기인 검찰 고발이 이미 무용지물이 된 상태라는 것.

결국 국세청이 강력한 조사 능력으로 문제를 밝혀내더라도, 고발과 처벌 위주로 짜여 있는 현행 제도와 기업 차명계좌 비자금이 대부분 조성, 관리된 지 오래라 시효 문제로 처벌 그물망이 헐거워지는 맹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불법 증여와 차명계좌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이를 근절시키기 위한 종합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차명계좌에 대한 상속증여세 부과 등 강력한 해법도 모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차명계좌 처벌에 있어 '과세'에 초범을 두는 데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기재부 장관은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민주당 이강래 의원 등은 특히 차명계좌 문제점 해결에 많은 관심을 가진 정치인들이다. 이들 의원들로부터 태광산업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차명계좌의 문제점에 대한 강도높은 지적을 받은 점은 기재부에도 많은 자극이 됐을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윤 기재부 장관은 "차명계좌 문제가 지속적 제기되고 있다"고 이들의 지적을 의식한 듯 전제를 깔고, "어떤 형태의 차명 계좌도 없어야 하고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국감에서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선의의 관행으로 돼온 부분을 포함해서 형사처벌 도입 등 근절 방안을 고려하겠다"며 "입법 효과가 어디까지 미치는지 고려하고 시장 반응은 물론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차명계좌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을 주요 무기화하자는 논의도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 현재 국회에 상속증여세법이 계류돼 있는데, 이를 처리할 때 같이 논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차명계좌 제도강화 처리에 관한 필요성을 정치권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향후 국세청이 증여로 의심되는 차명계좌를 발견하더라도 상속증여세를 부과할 제도가 없어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실명제법과 상속증여세법 보완 등이 추진되는 과정에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합동 점검의 노하우가 진전되도록 노력하는 문제 역시 국세청이 중심이 되어 진척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는데, 국세청의 역량이 따라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