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국 인민은행이 19일 밤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미국 증시가 금리 인상 소식에 급격한 출렁거림을 보였고, 우리 증시 역시 9시 개장 직후 전업종이 하락 출발하는 등 동요하면서 세계 각국의 시선이 중국으로 쏠리고 있다.
이번 정책은 중국이 성장 추진 정책의 속도를 줄여 긴축 기조로 들어갈 것임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이는 대중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와중에 위안화 절상 문제까지 겹치면 원화도 동반절상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준율 콘트롤만으로 어렵자 현실적으로 가장 큰 카드 사용
이런 상황에 미국 등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위안화 절상 카드를 손쉽게 꺼내기는 어려운 상황. 그러므로 중국이 국내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버블 가능성을 억제하면서도 위안화 절상과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수단으로 금리 인상이 선택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유동성 흐름 역시 이번 금리 인상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한다. 20일 박 애널리스트는 "(중국) 9월 신규대출 규모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 1~9월 신규대출액이 이미 금년 목표액의 84%에 이르는 등 유동성 규모가 당국 목표 이상으로 풀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시장 과열 현상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위안화 절상이 아니면서도 유사한 효과를 가진 카드가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버블우려 한국, 황해 건너편 조치 당장 따라하긴 어려워
문제는 우리 한국 경제도 현재 중국이 고민해 온 바와 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석 달째 2.25%로 동결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연내 한 번은 인상을 할 것이고 이번 금통위 회의가 그 시기라는 세간의 전망을 깬 연속 동결 조치였다. 현재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틀 연속 사상 최저치를 밑돌며 15일 3.05%까지 추락했다. 5년 만기 금리도 3.45%를 기록 중이다. 즉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한국의 자산시장 역시 본격적인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갈 곳을 잃은 '단기 부동자금'이 65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자금이 증시와 부동산을 기웃거리기 시작했고 혼란을 유발할 조짐도 엿보이고 있다. 지난 번 삼성생명 공모주 과열이 좋은 예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에 지친 부동자금이 증시와 부동산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Money Move)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그런 한편 물가는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아시아개발은행(ADB) 역시 개도국(신흥국)들에 대해 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인한 쇼크 가능성을 우려하는 지적을 내놓은 바 있고 우리 역시 이같은 자금 이동에 자유롭지 않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 우리 나라는 선뜻 황해 건너편 중국의 조치를 따라하긴 어렵다는 데 있다.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은 높아지고 있는 위안화 절상 압박에 대면 중이다. 그런데,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중국으로 돈이 들어오면(이자율 변화를 노린 자금 유입) 위안화는 자연스레 절상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우리는 반면 수출 기업들이 입을 피해 우려로 인해 기준금리를 선뜻 올리기 힘들다. 중국은 현재 경제성장률이 완만히 떨어지고 있으나 기준금리 조정, 수출감소 등의 문제가 생겨도 내구력으로 이를 버틸 만한 여력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같은 힘을 기대하기 어려운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의 수출중심형 국가다.
◆이기적 중국 조치와 G20 협상력 실패 겹치면 최악
더욱이 이번 중국 조치로 우리 수출상황이 부정적 영향을 받고, 11월로 바짝 다가온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전쟁'의 불길을 잡지 못하면 그 여파로 인한 절상 압력까지 겹쳐서 우리 경제에 이중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G2 파워에 기반한 협상력과 함께 기준금리 문제로 절상 압력을 교묘히 피해가고, 우리 나라를 비롯한 일부 신흥국만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돼 환율 전쟁의 파편을 맞을 수 있는 것.
현재 기획재정부 등 당국은 파이낸셜 타임즈와 일본 재무성 등의 공격으로 인해 환율 조작국이라는 오명을 쓰는 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증현 기재부 장관이 19일 국정감사 기회에 "적극적인 환율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스무딩 오퍼레이션 여지를 열어두긴 했으나) 사실상 많은 양보를 했다. 이런 상황에 G20정상회의에서 환율 전쟁이 본격적으로 점화되고, 미국 중간선거 이후로 처리될 것으로 돼 있는 '공정환율법안(환율 조작국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권한을 공식화함)'이 통과되면 우리는 기준금리를 상향조정하지도 못하고 환율 관리에 나서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에서 곤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물가 불안과 수출 환경 악화라는 이중적인 악재를 풀기에는 현재 경제 사정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에, 의장국으로서 협상중재능력을 발휘해 G20정상회의에서 환율 전쟁의 국가별 이기심 발로를 막을 필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보호무역-블록경제의 21세기형 버전 부활을 막자는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확언하기 어려워 11월을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