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이 있다. 새천년 이후 지난 10년간 우리경제의 모습을 살펴보면 확연히 달라진 국제적 위상과 성장세, 위기돌파 능력에 대해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렇듯 놀라운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많은 부작용도 있었고 사회가 떠안고 갈 수 밖에 없는 모순과 상처도 깊은 자국으로 남아 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 시스템이 신뢰를 잃으면서 각종 정책들이 정체성을 상실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는 점은 우리경제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들에 많은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버블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과도한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고, 금리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해 위기이후의 실제 경제회복 효과가 착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부분도 여전히 남아 있다.
금융시장은 경제 상태를 투영하는 거울이다. 그 안에 다소 앞서거나 과장된 움직임이 있을지 몰라도 여러 지표를 통해 투영되는 시장의 모습을 통해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해결책을 유추해볼 수 있다.
사실 위기가 한참이던 시절에는 성장률이 떨어진다든지 국내총생산(GDP)이 정체상태를 보이는 것만 봐도 이 둘을 떼어 놓고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과거에는 절대적으로 낮은 주가와 높은 변동성을 보였던 주식시장도 이제는 안정적인 모습과 글로벌한 시장의 면모를 갖췄고, 그 사이 많은 상품들이 속속 개발되어 투자자들이 재테크를 위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지난 10년 동안 해외에서는 테러와 전쟁, 자산버블과, 금융 위기 등 이야기로 엮어도 족히 수십 권은 될 만한 사건과 사고들이 있었으며, 우리나라도 그들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으며 정치경제분야 있어서 많은 질곡의 역사를 겪었다.
이제 시장은 10년 주기의 끝단에 와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새 시대에 대한 희망과 함께 지나간 세월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그 탓인지 지난 호황과 가는 세월을 부여잡으려는 2년여 간의 범세계적 노력은 참으로 대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라 할지라도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 죽어야 사는 만고불변의 진리 앞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국가들이 보여준 위기극복 방식은 산삼 한 뿌리에 의지해 수명 연장을 꿈꾸는 노인의 객기와 비교될 만했다.
오로지 위기로부터의 탈출이나 패닉으로부터의 구원을 모토로 삼았다면 지난 2년간의 모든 대응은 그 공과(功過)를 재껴두더라도 노력만큼은 칭찬해 줄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시계추를 정확히 2년 전으로 돌려보면 당시의 아득함과 공포는 이제는 색 바랜 과거일지 모르지만 위기 이후 2년 동안의 노력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에너지 분출과정이었다고 보여 진다.
새천년 이후 10년 동안 시장이 우리에게 준 교훈은 강자의 퇴장과 몰락이다. 사실 20세기 초반 시장을 지배했던 핫이슈는 늘 유동성이었다.
IT버블 붕괴 이후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습금리인하는 유동성 공급의 신호탄이 됐고, 9.11테러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의 금리인하는 금리정책이 위기극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 뒤로 위기가 있을 때마다 금리인하는 시장의 위기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왔고 10년 상승의 가장 큰 버팀목이자 일등공신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시장은 당연시 여겨져 왔던 유동성의 독성에 서서히 중독되어 가고 있다.
앞으로의 10년은 오랜 시간동안 축적된 그 독성이 시장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며, 세월이 주는 변화의 바람은 기존의 수많은 경제 정책들에게 그 당위성과 정체성을 묻게 되는 될 것이다.
또한 한편에서는 과거로의 회귀 과정 속에서 시장에서 대접은 받지 못했지만 전통을 고수해왔던 기업들에 대한 재조명도 이루어질 것이다.
오랜 기간의 산업화로 인해 서비스업이 활황세를 보였고 인간생존의 본토나 다름없는 많은 산업들이 폐기되거나 후진국의 산업으로 이동했다.
한마디로 선진국은 돈의 놀음에 취해서 경제 권력을 넘겨준 것이나 다름없으며 이제 서야 그 심각성을 깨달은 미국이 환율전쟁도 불사하고 다시금 경제 권력을 되찾아오려는 시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 현재의 국면이다.
따라서 세계의 공장역할을 자임해왔던 중국이나 인도 그 외에 농·축산업을 주된 국가 대표산업으로 영위해왔던 나라들은 신흥 경제 권력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값비싼 휴대폰과 밀가루 한 봉지를 바꿔야 하는 시기가 도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식으로든 유동성이 가진 독성을 토해내지 않고 긍정적인 전망을 추종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미 유동성에 대한 논리는 그 설득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다음 시대에 호황이 찾아온다면 그때는 아시아 국가들이나 제조업에 기반을 둔 국가들이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미리 선진국 대열에 동참하고자 지는 태양을 벤치마킹할 필요는 없다. 물론 현재의 분위기를 쭉 이어가고 싶은 것이 시장과 투자자들의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인정하는 현재의 통화버블은 어떤 형태로든 정리가 되어야 하며 그 문제를 논외로 하고 경제발전을 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은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를 준비하고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좀 더 구체적인 마스터플랜 없이 서구(西歐)에서 주입하는 독극물에 마냥 취해 그들과 동일한 방식의 통화정책을 유지한다면 20년을 벌어 한방에 톡 털어 넣은 비참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러한 오류와 그릇된 경제정책들이 여기저기 눈이 띈다. 이런 오류들은 지금이라도 분명히 바로잡을 수 있는 것들이며, 그다지 늦은 일은 아니다. 다만 더 시간을 끌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뿐이다.
겉으로는 위기극복의 최선봉에서 그 위용을 자랑함에도 여전히 유동성에 기대서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과욕을 버리지 못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활황의 시대를 다른 나라에 빼앗기고 일본처럼 도무지 일어서지 못하는 백약이 무효한 경제구조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켐피스(kempis)는 켐피스의 경제이야기(http://blog.daum.net/kempis70) 운영자이다. 파생상품운용 딜러로 11년간 활동했으며, 최근에는 yahoo 금융 재테크, daum금융 재테크, 아이엠리치(http://www.imrich.co.kr) 등에 기고문과 전문가 칼럼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