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가을 소풍 가는 기분으로 떠나볼까?

신라의 도시 경주로의 가을소풍

고연실 기자  2010.10.19 19:35:2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모처럼 일찍 일어나서 가방을 챙기고, 간식거리, 없는 솜씨지만서도 간단하게 도시락을 싸본다. 부산하게 움직이다보니 문득 초등학교 때 소풍간답시고 가방 가득 간식거리 챙겼던 일이 떠오른다. 여행은 많이 다녔지만 소풍가는 기분으로 나선 적은 없던 것 같다.

좀 더 특별한 기분으로 새롭게 나서는 길, 이 기분 정말 오랜만이다.

오늘 내가 갈 곳은 신라의 도시, 경주다. 상쾌한 공기, 살랑이는 바람까지 더할나위없이 소풍가기에는 적합한 날이라고 하늘은 말해주고 있었다.

경주는 한번쯤 다들 다녀갔을 것이다. 하지만 수학여행 이후로 마음 먹고 방문하기에는 교통이 좀 불편한 곳이기도 하다. 새마을호를 타고 오면 4시간 44분만에 도착하는 곳이 경주지만, 나름 시간을 절약한다고 머리를 쓴 게 서울에서 동대구까지 ktx를 타고, 다시 동대구에서 경주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이렇게 경주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런 고생도 이제는 끝, 11월 1일부터는 ktx가 개통되기에 2시간 5분이면 신라의 도시 경주에 도착할 수 있다.

수학여행 코스 1번지, 가을소풍 1번지 경주. 아니나다를까, 경주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먼저 반기는 것은 대형전세버스들의 행진이었다. 클랙션을 빵빵 울리면서 도로를 씽씽 달려가는 버스들.
그리고 유치원부터 초등학생, 중학생에 이르기까지 학생들로 경주는 야단법썩, 천년 도시의 고즈넉함은 이미 온데간데 없다.

   
불국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불국사를 먼저 찾았다. 나처럼 소풍으로 이곳을 찾은 학생들을 비롯해서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불국사는 바쁜 모습이었다.

가을은 이 불국사에도 다가왔는지 단풍잎도 이제는 빨간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연화교와 칠보교는 세월의 흐름, 계절의 바뀜에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안양문에 올라서 불국사의 전경을 바라보고자 하는 관광객들 몇 명이 이곳은 변함없이 인기가 많은 곳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다보탑과 석가탑
신라인들의 이상향을 구현하고자 하는 소망을 말해주는 다보탑.
네 마리의 돌 사자는 어디로 가 버렸는지 알 턱이 없고, 그나마 한 마리만 남아서 이 다보탑을 지키고 있다.  과거, 현재, 미래의 부처가 사는 정토는 어디일까…

사람들은 석가탑보다도 다보탑에 많이 몰린다. 왜일까? 소박한 미를 자랑하는 석가탑보다도 화려한 다보탑을 사람들은 더 좋아하는 것만 같다. 같이 세워 놓고 비교당하는 탑의 입장이란... 사람도 똑같다는 생각에 쓴웃음이 절로. 석가탑과 다보탑은 천년의 세월을 안고 그 자리에서 신라의 미를 보여주고 있었다.

   
석가모니불을 모신 법당, 대웅전
대웅전은 여러 차례의 중수 중건을 거쳐 1765년 창건 당시의 기단위에 중건되었고, 이제는 조선 후기 불전건축의 대표작이 되었다. 이 대웅전 앞마당도 포토존임은 이루말할 것도 없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불국사 방문을 환영한 것만 같은 느낌의 활짝 열린 문

정말 소풍을 나온 것 마냥, 나도 수첩과 볼펜을 들고 메모를 하며 불국사를 둘러 봤다.
불국사를 휘이 돌아 내려오자 왁자지껄 떠들면서 옥로수를 마시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목마른 이에게는 어떠한 음료수보다도 달콤함을 선사해 줄 물.

   
물 맛을 제대로 보고가는 아이들

“물 마시고 가자! 여기 물맛도 봐야지!”

어린이들이 “물 맛”이라는 표현을 쓰자, 웃음이 피식 났다. 어깨에 맨 가방에는 분명 도시락과 간식이 들었을테고, 이제 곧 즐거운 점심시간이니 이녀석들은 더욱 더 신이 날테지.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자 어린이들은 쪼르르 달려가기 시작했다.

   
 
불국사에 왔으니 이제 또 보고 가야할 것은 석굴암. 본존불의 신비로운 미소를 보고 가야지라 마음 먹고 발걸음을 옮겼다. 석굴암을 보러 왔으나 그 본존불은 이곳에 온 자에게만 미소를 허락할 뿐이다. 카메라로 촬영도 못하고, 그저 눈으로만 부처님을 만날 수 있을 뿐이다. 한없이 자애로운 미소를 보고있자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석굴암 산책로에서 만난 다람쥐
본존불은 봤지만서도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렌즈에 담지 못해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던 중, 길에서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바로 다람쥐. 누가 뺏어먹을까봐 손으로 꼭 잡고 볼이 미어터져라 급하게 식사를 하고 있던 다람쥐. 사진을 찍어도 도망가지 않더니, 좀더 가까이 찍기 위해 살금 발을 떼자 먹던 밤도 팽개치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식사시간에는 개도 안 건드는데, 나는 다람쥐를 건들고야 말았다. 다람쥐에게 이렇게 미안할 줄이야…

   
안압지
다음으로 찾은 곳은 임해전지, 안압지다. 임해전지는 사적 제18호로 면적은 무려 7만제곱미터를 넘고, 안압지(雁鴨池) 서쪽 부근으로 현재 추정만 하고 있을뿐이며, 안압지와 임해전 조성은 문무왕(文武王)이 삼국통일을 기념하여 완성한 사업이라고 한다.

   
안압지의 가을

더불어 못 이름은 원래 월지였는데 조선시대 폐허가 된 이곳에 기러기와 오리가 날아들어 안압지라고 부르게 되었다.

경순왕이 고려 태조 왕건을 위해 잔치를 베풀었다는 등의 기록이 남아있는 걸로 보아 군신들의 연회나 귀빈 접대 장소로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는 이곳. 평일 오후를 이 임해전지에서 보내는 학생들이 정말 많았다.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
경주 어느 곳을 가더라도 보이는 것은 문화재와 학생들이기에 아까 그곳에서 만났던 학생들이 이 학생들인가하고 살펴보게 되는 정도다.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이 왜 이렇게 귀여워 보일까?

옛날에는 향락, 풍류를 즐겼던 곳이지만 이제는 군신들의 연회, 귀빈 접대 장소가 아니라 학생들의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기에 하늘에서 이곳을 보는 신라의 왕들도 느낌이 참 새롭지 않을까?

   
첨성대
경주하면 떠오르는 곳, 또 하나의 소풍장소, 수학여행 포인트가 있다면 바로 첨성대라 할 수 있다. 아직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감동을 선사한 드라마 "선덕여왕" 에서도 언급됐던 첨성대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관측대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변치 않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첨성대를 방문한 많은 학생들

벽돌 하나하나 세어보는 어린이들을 비롯해서 첨성대를 빙 둘러보는 어린이, 사진 찍는 어린이, 더불어 첨성대 주위를 누가 빨리 뛰나 내기까지 하는 아이들까지 활발하고 다양한 어린이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신라인들의 풍류와 기상을 엿볼 수 있는 곳, 포석정
그리고 마지막 소풍장소로 찾은 곳은 포석정. 예전에는 단체로 이곳을 방문했었지만 지금은 나 홀로 소풍나왔기에 정말 여유로운 기분으로 이곳을 찾았다.

혼자 온 나를 반겨준 것일까? 개미 하나 보이지 않는 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사람도 없고 조용했다.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다는 것이 상상이 안 갈정도로. 또한 수학여행, 소풍 코스로 이곳은 제외된 것일까란 의문이 들 정도로 포석정은 조용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한적한 포석정, 이곳에도 가을이 오고 있다
경애왕이 후백제 견훤의 습격을 받아 이곳에서 최후를 마친것으로도 알려졌지만서도, 이곳은 신라왕실의 별궁으로  역대 임금들의 연회를 베풀던 곳으로 나무와 돌이 어우러진 화려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지금은 화강석으로 만든 수로만 쓸쓸히 남아있다.

   
포석정을 찾은 학생들
어디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마치 후백제의 견훤의 습격하는 것 마냥 먼지를 일으키면서 학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뿌연 먼지 속에서 줄을 맞춰 등장하는 학생들은 정말 군복만 입혀 놓으면 마치 어느 나라 군사들 같아 보였다.

그렇게 요란하게 포석정을 방문한 학생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곳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적으면서 경주를, 아니 신라의 역사를 차근차근 배워가고 있었다. 이네들이 듣는 해설사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 있자니 소풍 기분은 절로 났다.

   
경주의 황금들녘
들녘에는 황금 물결이 일렁이고, 그처럼 맑았던 하늘은 점점 어둠을 담고... 멀리 경주까지 나왔던 소풍, 어느덧 해도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으니, 나도 소풍을 마무리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일 때는 학교에서 자연을 관찰하거나, 유적지를 견학하는 현장학습 겸 떠났던 소풍. 하지만 교복을 벗어버린 후로, 성인이 되어버린 이후로는 소풍이란 단어는 어릴 적 추억으로만, 그저 사진 속에서 앨범 속 한 장면 속에서나 떠올릴 수 있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화창한 가을날, 이렇게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시 야외로 나들이를 떠나본다.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한 소풍을.
어렸을 적 밤잠 못 이루며 설렘을 안고 떠났던 소풍을, 그 시절 그때로 다시 돌아가보고 싶다는 아련한 마음을 가을 날 황금 들녘과 함께 추억해본다.

-불국사 : 경북 경주시 진현동 15, 054-746-9913
-석굴암 : 경북 경주시 진현동 999, 054-746-9933
-안압지 : 경북 경주시 인왕동, 054-772-4041
-첨성대 : 경북 경주시 인왕동 839-1
-포석정 : 경북 경주시 배동 454, 054-745-8484

※ 여행 칼럼니스트 고연실은, 
   
 
제주민영방송에서 구성작가로 활동해왔으며 한때 영화사에서 시나리오 작가로도 일했다. 현재는 여행이 무작정 좋아,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비경들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