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스포츠는 각본없는 드라마다. 구슬같은 땀방울을 흘리며 한치 양보없는 대결을 통해 온 국민을 웃고 울리기 때문이다. 한편의 감동적인 서사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국민 모두가 마찬가지다. 앞을 보지 못하거나, 귀가 들리지 않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정상 비정상을 떠나 모두가 한마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육체적 고난을 딛고 일어선 사람의 인간승리는 지구촌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전한다.
우리는 최근 이러한 감동을 여러번 맛봤다.
지난 달 대전에서 열린 제30회 전국 장애인체육대회에서 6관왕에 오른 장애인 양궁의 간판 이홍구 선수, 뇌성마비 장애를 이겨내고 여자 얼짱으로 인기를 모은 수영선수 김지은, 사상 처음으로 FIFA가 주관하는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며 대한민국 축구 역사를 다시 쓴 U-17 여자 대표팀이 그들이다.
특히 2010년 U-17 여자월드컵에서 세계강호를 상대로 펼친 어린 소녀들의 경기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한 박자 빠른 패스, 뛰어난 개인기, 불굴의 투혼으로 상대를 압도한 태극낭자들은 다른 국가 선수들과 차원이 다른 경기력을 보여 준 것이다. 우리가 이들에게 더 열광하는 것은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이뤄 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U-17 여자 대표팀의 경우 1천여명에 불과한 선수들로 100만명의 독일과 1300여개 축구팀이 있는 일본을 넘어 세계정상에 우뚝 섰으니 감동이 더하다.
이처럼 스포츠 경기를 통해 감동을 받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느끼는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전혀 없다.
하지만 감동을 떠나 스포츠 인프라 측면에서 들여다 보면 사정은 다르다. 장애인에게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전국에 있는 장애인 체육시설이다. 전국을 통 털어 31개에 불과하다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나마도 대다수가 대도시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지방 소도시 장애인의 경우 애초부터 접근이 불가능한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31개도 일반 장애인을 위한 체육시설이 아니라는 것이다. 30개가 장애인의 재활치료를 주 목적으로 하는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리하는 체육시설은 이천의 장애인체육훈련원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곳도 태릉선수촌과 마찬가지 역할을 하는 장애인국가대표 운동시설로 일반 장애인을 위한 체육시설은 아니다.
그렇다고 정부에서 장애인 체육시설 문제를 아예 외면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비장애인이 사용하는 체육시설을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장애인을 위한 운동기구 마련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장애인용 운동기구 확대 설치는 물론이고 장애우들이 마음놓고 운동할 수 있는 생활체육시설 설립 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차제에 스포츠 바우처 예산을 문화 바우처에 버금갈 정도로 대폭 확대하는 것을 신중히 고려했으면 한다. 60억원에 불과한 스포츠바우처 예산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500억원이라는 예산을 가지고 기초생활수급자(157만명)와 차상위계층(170만명) 1/3에게 혜택을 주는 문화바우처에 버금가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잘 알다시피 스포츠바우처는 저소득층 청소년의 체육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성장기 청소년의 체력신장과 정서 순화에 도움을 주는 꼭 필요한 사업이다. 스포츠 바우처 예산 및 수혜규모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은 스포츠를 통해 국위선양은 물론 단합에도 커다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장애우에 대한 배려와 스포츠바우처 확대를 통해 대한민국이 일등국가로 거듭 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