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초가을 현대자동차그룹의 창립 10주년 행사장. 도열해 있던 임직원들과 취재진들은 돌연한 행사 취소 소식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룹의 비전을 발표하기로 돼 있는 자리였기 때문에, 기업의 비전을 명확히 하지 못한 ‘승자의 혼미’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룹의 주력인 계열사 간의 관계 정립에 대한 논란이 더러 있었고, 미국에서 현대차가 리콜 홍역을 치른 도요타에 이어 ‘미 언론의 외국차 때리기’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우려, 또 중국 등에서의 선전과는 달리 노른자위인 일본 시장에서는 당초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작전상(?) 일보후퇴 했다는 글로벌 전략 전반에 대한 고민 등 국내외 우울한 소식이 혼재됐던 때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2009년 초에도 비상경영을 선포할 정도로, 근래 마치 호수의 백조처럼 고민 속에서 물밑에서 사투에 가깝게 발을 놀려왔다. 환차익이 아니었으면 경제위기 와중에 극심한 타격을 봤을 것이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제기됐을 정도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를 치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명실상부 우리나라 대표 대기업집단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기에 이 기업의 고민은 당연히 한국경제의 고민과 걱정으로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무릇 대표성을 띈다면 우월적 지위를 덤으로 얻기도 하지만, 반면 그만한 책임과 관심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고군분투 중인 현대차그룹의 직원들이 최근 우려스러운 행동으로 주위를 눈살 찌푸리게 한 일이 있었다 한다. 몇몇 직원들의 ‘비상(非常)한 비행(飛行)’ 소식을 접한 기자는 ‘이런 때일수록 현대차 직원들은 똘똘 뭉쳐 위기를 헤쳐 나가려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야 할텐데 아쉽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지난해 초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비상경영 와중에 장기근속자 포상 명목으로 25년차 직원에 대해 해외여행을 보내던 것을 조건을 ‘20년차’로 낮춰 여행을 보냈다. 이를 누고 노조 압력설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었다. 회사가 쓰러지든 말든 비행기 타고 놀러갈 궁리만 하는 노조라는 비판이 일었다. 기자는 ‘굳이 비상시국에…’라는 생각까지 했다. 확대해석일 수 있지만, 비상시국에 임하는 노사 태도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이건 아니지 않나’ 하는 우려도 있었다.
이런 마당에 현대차의 비행과 관련한 우울한 소식이 하나 더 날아들었다. 이달 초 미국 LA에서 서울로 향하던 ****2편 항공기를 탄 승객들은 연수를 다녀오던 현대차 직원들의 언행으로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양말을 벗고 기내 벽에 발을 올리는가 하면 스튜어디스에게 억지를 쓰고 소란을 피웠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그 항공기에 탑승했던 승객이 현대차 고객센터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올리면서 전해졌고, 현대차는 그 고객에 대해 사과와 유감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가 덜 풀린 승객은 개인 블로그 등에도 글을 올려 당시의 현대차 직원들의 태도에 분개했다.
물론 비상한 시국이라고 직원들이 모든 희노애락을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포상이나 연구 명목으로 비행기 타고 일을 겸하여 놀고 싶은 마음도 직장인의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자신이 몸담고 있는 현대차, 더 나아가 현대차그룹 전반이 고난의 행군을 아직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있으면 이 같은 비상한 비행(非行)은 스스로 자제하는 게 옳을 것이다.
현대차그룹 직원들은 당분간 이런 비행은 자제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