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통합암센터로 몰리는 환자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재단 소속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예약 환자만 1년 이상 밀려있다고 한다.
지난 17일 열렸던 근거중심 한의학적 암치료 심포지엄 참석자 수만 보더라도 이 같은 열기는 얼추 예상됐던 바다.
그런데 이날 참석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다. 병원장, 협진진료처장, 통합암센터장, 홍보팀 일부 직원들 외에 양방 교수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연자들만 봐도 경희대 한의대 박동석·이수경 교수, 의료통계를 담당한 한양대 이영작 석좌교수, 일본 Kanazawa 암연구소 소장 이인수 박사 등 비양방 학자들 뿐이었다.
그나마 병원 협진진료처장을 맡고 있는 호흡기내과의 유지홍 교수가 좌장을 맡아 최소한의 체면은 살린 모습이다.
연자 9명 중 임상을 담당하는 양방 교수는 전혀 없었다. 병원 경영을 담당하고 있는 병원장과 협진진료처장만이 참석했으니 이 또한 경영자 입장에서 참여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병원의 한 양방 교수는 “병원서 심포지엄에 간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면서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우리도 아직 믿음이 안가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련하겠냐”고 말해 발표 결과에 쉽게 납득이 안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 교수만이 이런 의문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심포지엄이 열리기 몇 일전 기자가 병원을 찾았을 당시도 그런 분위기는 감지됐다.
동서신의학병원이 추구하는 양방과 한방의 조화라는 목표에 부합하자면 이번 심포지엄에 양방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오히려 더 정밀하고 명확한 분석을 했음이 옳았을 것이다.
타인의 눈치가 두렵고 학회에서 왕따당하는 것이 무섭다면 거창한 신의학을 내세우며 의료계에 일대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했는지 의문이다.
한 교수는 "실제 한방을 옹호하는 논지의 발언을 했다가는 학회서 왕따 당하기 십상"이라며 "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양한방 구별없이 다양한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논문 발표까지는 몇 개월의 기간이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실험 결과는 초기 단계에 불과해 앞으로도 많은 절차가 남아있다. 그런 측면서 한데 힘을 모아 설립 정신인 신의학의 조화를 이뤄내야 하는데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결국 신의학이 병원 생존의 길인 것을 알고 이를 목표로 정했다면 완성하는 것은 양한방 의료진의 합심된 마음이다. 신의학의 비상을 보고 이를 통해 환자와 국민의 건강이 살찌워지는 과정을 보고 싶은 마음이 기자만의 생각이라면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