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을 둘러싼 각종 비리의혹이 양파껍질 벗기듯 이어지고 있다. 편법증여, 비자금조성, 정관계로비 등 그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아직 명확히 ‘혐의’로 입증되진 않았지만 한눈에 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내용이 적잖다. 천안유선방송 지분파킹 의혹 또한 그 연장선상이다. A4용지 7장 분량의 태광그룹 내부문건(3차 SO승인 관련 천안유선방송 지분매각 안)과 천안방송 전 대표 A씨의 자필증언(A4 3장 분량)을 토대로 새로 제기된 의혹을 들쳐봤다.
‘태광일가 천안방송 지분파킹 의혹’이 일기 시작한 것은 2006년 9월. LG홈쇼핑(현 GS홈쇼핑)·CJ홈쇼핑·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녹성테크 소유의 ‘천안유선방송’ 지분을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되사면서부터다.
앞서 태광산업은 2001년 8월 회사가 100% 보유한 천안유선방송 지분 67%를 LG홈쇼핑(20%)·CJ홈쇼핑(20%)·우리홈쇼핑(20%)·녹성테크(7%) 네 곳에 내다팔았다. 방송법상 대기업의 종합유선방송(SO) 소유 지분 규제에 따른 것이었다.
그로부터 약 4년 후 방송법 규제가 완화되자 이호진 회장은 계열사 전주방송을 내세워 홈쇼핑 3사 등에 매각한 천안방송 지분 전량을 도로 사왔다. 그것도 4년 전과 동일한 주당 1만9675원에 말이다. 천안방송 매각을 둘러싼 지분파킹 의혹도 여기서 비롯된다.
◆‘혹시’했던 게 ‘역시’로
실제 이호진 회장이 천안방송 지분을 판 2001년 때와 되산 2005년은 케이블TV시장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2004~2005년 사이 인수합병(M&A) 된 SO 평균 가입자당 가치는 6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 기준에 따르면 천안방송의 가치는 적어도 1710억원에 달한다.
주목해야 할 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호진 회장은 1710억원에 달하는 천안방송 지분을 어떤 ‘꼼수’로 4년 전과 동일한 가격에 되살 수 있었느냐는 것.
천안방송을 둘러싼 숱한 의혹들은 내부문건을 통해 일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A4용지 1매 분량의 본 문건은 2001년 7월 30일 한국케이블TV안양방송의 J본부장이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3차 SO승인 관련 천안유선방송 지분매각의 건’이란 제목의 ‘기안용지’는 제일 먼저 ‘태광산업이 30대 대기업군 포함에 따라 방송위원회의 3차 SO 허가를 받기 위해선 천안유선방송 지분을 처리해야만 한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본 문건에는 이호진 회장이 천안방송 지분분산을 어떻게 분산해야 하는 지도 서술돼 있었다.
문건은 이호진 회장이 갖고 있던 천안방송 100% 지분 중 67%를 △LG홈쇼핑과 △CJ홈쇼핑 △우리홈쇼핑 △녹성테크에 분산하도록 주문했다. 문건은 또 각 회사명과 함께 그 곳에 파킹할 천안방송 지분율과 주식수, 금액 등을 낱낱이 적시해 놓기도 했다.
지분분산법은 더욱 치밀했다. 기안용지 3항 분산방법에 따르면 LG홈쇼핑의 경우 △LG소유 타 SO주식 19억3995만5000원을 TK(태광 영문이니셜)에서 취득하고, TK 소유 천안유선주식 9만8600주를 LG에 양도토록 되어 있다. CJ홈쇼핑도 이 같은 방법으로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타 SO지분과 천안유선주식을 맞교환했다.
반면 우리홈쇼핑과 녹성테크는 조금 더 복잡한 방법이 동원됐다. 이호진 회장과 맞교환 할 SO지분이 없었던 우리홈쇼핑의 경우는 △흥국생명에서 우리방송에 19억3995만5000원을 대출해 주면 우리방송이 TK 소유 천안유선주식 9만8600주를 사도록 강요했다.
녹성테크 또한 △안양방송에서 공사선급금 A/C으로 6억7898만4250원을 지불하면, 녹성은 이 돈으로 TK 소유 천안유선주식 3만4510주를 사는 조건이다.
특히 문건의 4항을 보면 이호진 회장과 4사간 지분파킹 의혹은 더해진다. 4항 계약조건에 따르면 “LG·CJ·우리홈쇼핑과 녹성은 TK가 원하는 시기에 원상태로 (지분을) 정리한다.”고 돼 있다.
또 천안방송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던 우리방송에 대해선 “흥국생명대출비용(금리포함) TK에서 부담한다.”고 똑똑히 적혀있다.
또 다른 내부문건인 A4용지 6장 분량의 ‘3차 SO승인 관련 천안유선방송 지분매각 안’은 우리홈쇼핑과 녹성테크에 대해 다른 말이 포함돼 있다. 이 문건 표지에는 “이호진 사장님까지 보고 결재”한 사항이라고 적시돼있다.
◆천안방송 A 전 대표
문건에 따르면 우리홈쇼핑은 △안양방송에서 고려금고, 제1금융권에 분산예금(총지분금액에 110%) △고려금고에 16억5000만원, 제1금융권에 5억820만원 예금 △고려금고, 제1금융권에서 우리홈쇼핑에 대출 △우리홈쇼핑 대출금으로 천안중계유선 주식 매입 순으로 행동하도록 써있다. 당시 고려상호신용금고는 태광그룹 계열사였다.
한편, 녹성테크는 △안양방송에서 고려금고에 예금 7억5537만원(총지분금액에 110%) △고려금고에서 녹성테크에 대출 △녹성테크 대출금으로 천안중계유선 주식 매입하라고 돼있다.
특히 이 문건의 계약조건에 따르면 우리홈쇼핑과 녹성테크가 대출한 비용과 금리는 전액 TK가 부담하도록 돼있다. 당시 금리는 고려상호신용금고가 6.5%, 제1금융권이 6.0%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