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요즘 하우스푸어(house-poor)나 워킹푸어(working poor)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 되고 있다.
자산가격의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하우스푸어나 아무리 애써도 유리벽을 통과하지 못하는 워킹푸어가 늘어나는 것은 사회 안전망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노력은 다각도로 진행되어야한다.
과거 세계역사를 되돌아보면 푸어(Poor)들이 늘어나면서 정치사(政治史)적인 변화가 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문제들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10여년전 IMF는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 철옹성이나 다름없던 대기업의 몰락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평생직장의 개념을 지워버렸고 고용의 불평등화를 가져왔으며 사회를 무한경쟁의 체제로 몰고 갔다.
또한 IT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제조업의 쇠퇴는 일자리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가져왔다. 비록 한국이 세계화의 혜택을 받았다고는 하나 이제는 우리의 공장마저 해외로 수출하면서 일자리는 더욱 급격하게 줄어드는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경쟁에서 탈락하는 다수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점차 줄어들고 실패를 극복하고 다시금 재기의 발판을 다질 수 있는 기회도 바늘구멍처럼 좁아져 버렸다. 아무리 시대의 요구에 의해 쇠퇴하는 산업이 있기 마련이라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많은 희생을 치룬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든다.
신(新)세습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가 개혁을 통해 바꿔야 할 것은 무척 많다. 특히 부(副)와 학력(學力)의 대물림 문제는 측면적인 지원책만 강구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강도 높은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문제의 당사자 스스로가 원망스러운 마음만 가지고 정책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모순을 빨리 인지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개인만의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푸어(Poor)들이 늘어나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참으로 안타깝다. 무엇보다 그들은 시류(時流)나 제도의 희생자들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실 푸어(Poor)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몰아 부치기에는 우리 사회가 가지는 구조적인 모순이 더 크다는 지적을 안 할 수가 없다.
지금의 푸어들은(어느 개그맨의 멘트처럼)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다수(多數)였고 열심히 세상을 살아왔던 사람들이기에 그 안타까움은 더해만 간다.
푸어의 문제는 사회 발전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사회적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나마 숨을 좀 쉴 수 있는 계층이 나서야 하고 깨어있는 시민의식이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에 눈을 돌려야 한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을 발휘해서 다소의 지출이 발생하더라도 기꺼이 약자를 돕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는 소극적인 대안이라도 될 수 있다.
쏟아지는 대책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어려운 이유는 자본주의의 큰 축인 금융이 사회전반에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금융 산업이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 임에도 유동성의 분배와 순환에서 완전히 빠져버린 점은 이기적이기까지 하다.
이는 금융위기가 가져다준 패악(悖惡)중 하나이다. 불확실성을 완전히 걷어내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의 대규모의 투자를 강요할 수도,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 상승률을 가지고 무작정 소비를 촉진시킬 수도 없는 일이니 결정적인 국면타개가 쉽지 않다.
고통의 때는 어느 시대나 있어 왔으며 사회적인 격동의 풍랑에 불가피하게 피해를 입은 다수도 늘 존재했다. 결국 사회 변혁의 힘은 정책당국자의 묘안이 아닌 시민의 정서적인 변화에서 비롯된다.
비록 소극적인 행동이라 할지라도 학비를 벌기 위해 산업현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에게 그리고 땡볕에서 장사하는 노점상들, 제 날짜에 결제를 받지 못해 애태우며 잠 못 이루는 소상공인이나 중소 기업인에게 다소의 이른 지출이라도 해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바래본다. 이 또한 얼어있는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 켐피스(kempis)는 켐피스의 경제이야기(http://blog.daum.net/kempis70) 운영자이다. 파생상품운용 딜러로 11년간 활동했으며, 최근에는 yahoo 금융 재테크, daum금융 재테크, 아이엠리치(http://www.imrich.co.kr) 등에 기고문과 전문가 칼럼을 쓰고 있다.